[글로벌 아이] 중국의 계절
지난 1일 “중국을 괴롭히면 피를 흘리게 될 것”이란 시진핑 주석의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는 체제의 정당성을 앞세운 서방국가에 대한 정면 대결 선언이었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더 놀랐던 건 청중들의 반응이었다. 시 주석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발언은 젊은 이용자들이 대다수인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더 큰 입소문을 탔다. 화제 순위 1위에 오르며 3시간 만에 4억 4천만 회 이상 조회됐다. “연설 듣고 울었다”, “중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중국은 이제 ‘왕따’를 당하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좋아요’가 가장 많은 댓글들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떤 사람을 ‘붉은 전문가’라고 부른다면 비판적인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불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싱가포르 매체인 연합조보가 인터뷰한 25세 대학원생 양하오(가명)의 이 말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젊은 중국인들의 최근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붉은 전문가’의 원래 표현은 ‘우홍우전’(又紅又專)이다. 문화대혁명 시기 당에 충성을 보이기 위해 농촌에 내려간다는 ‘하방’의 의미로 쓰였다가 ‘지나치게 공산당스럽다’는 의미로 사이버상에서 사용되던 말이다. 하지만 반감이 희석되고, 심지어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젊은 층들의 인식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공산당이 발표한 입당 추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입당한 사람 중 35세 이하가 80.7%로 2019년 80.3%, 2018년 80%보다 높았다. 학사 이상 당 가입자는 2018년 44.9%에서 올해 46.8%로 늘었다. 감소가 아니라 증가 추세라는 데 방점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원지였던 중국은 강력한 이동 규제와 발병자 감시를 통해 조기에 전염병 상황을 종식시켰다. 정보 통제와 백신 무용론 등 외부의 비난이 비등하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선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다.
경제 회복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앙의 통치 방식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끌어내고 있다. 베이징의 30대 직장인 류씨는 중앙일보에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보여준 성과는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에 충분하다”며 “과거 미국에 비해 중국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오히려 낫다고 본다”고 했다.
외부 세계의 반중 감정은 최악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젊은층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부심은 도리어 커졌다. 언론 통제 때문이든, 공산당 선전 선동의 결과든 중국의 붉은 물결은 더 거세지고 있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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