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를 걷다.. 발아래 펼쳐진 아찔한 기암괴석 '비경'

남호철 2021. 7. 1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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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행지 경북 봉화 청량산
경북 봉화군 청량산의 주봉인 장인봉 조망터에서 내려다보면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과 ‘명품 드라이브 코스’인 35번 국도 등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광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淸凉山·870m)은 그리 높지 않고 전체 둘레도 40㎞ 남짓하다. 하지만 연이어 솟은 바위 봉우리와 낙동강, 원시림이 어우러져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산세가 수려하다.

청량산은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에 걸쳐 있다.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해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경일봉 금탑봉 축융봉 등 ‘육육봉’(六六峯)으로 불리는 12개의 봉우리가 기암절벽을 품고 있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경북 청송 주왕산, 전남 영암 월출산과 함께 ‘대한민국 3대 기악(奇嶽)’으로 꼽힌다. 이름대로 청량한 기운이 감돌아 한여름에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청량산은 숨이 턱에 받히듯 올라가는 산도, ‘이만큼 올라왔다’고 뿌듯해할 산도 아니다. 트레킹 코스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9시간까지 다양하다. 최장 코스(12.7㎞)는 안내소를 출발해 축융봉∼오마도터널∼경일봉∼자소봉∼하늘다리∼장인봉∼금강대를 거쳐 안내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입석에서 청량사로 올라갔다가 선학정으로 내려오는 2.3㎞ 코스가 가장 짧다.

선학정 무료주차장에서 출발해 청량사를 거쳐 하늘다리를 건넌 뒤 청량폭포로 내려오는 코스를 걸어봤다. 들머리에서 청량사까지는 경사가 급한 지그재그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오른다. 숨이 제법 차오르지만 울창한 숲이 내뿜는 청량감에 기분은 상쾌하다. 청량사를 지나면 오르막 산길이 뒷실고개까지 이어진다. 오른쪽 자소봉을 향해 철계단이 제법 가파르게 놓여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장인봉으로 향한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500m 직진하면 연둣빛 하늘다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해발 800m 지점에서 자란봉(806m)과 선학봉(826m)을 아찔하게 잇고 있다. 자란봉은 ‘자색의 난새가 춤을 추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선학봉은 학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이다.

2008년 개통된 하늘다리는 길이 90m, 폭 1.2m, 지상고 70m의 산악현수교로, 최대 100여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게 설계됐다. 다리 입구에서 보면 맞은 편 기암괴석과 그 위에 자리 잡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출렁대는 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중을 걷는 듯 아찔하다. 바람이 불면 긴장감이 더해진다. 시원한 바람에 더위도 한발 물러간다. 다리 가운데에서 바라보는 청량산의 산세와 풍경이 절경이다. 건너편 청량산의 12봉 중 11봉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축융봉과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에 대응하기 위해 쌓았다는 청량산성이 한눈에 담긴다. 하늘다리를 지나 뒤돌아보면 자소봉과 그 뒤로 연적봉·탁필봉이 나란하다.

선학봉을 넘으면 작은 안부를 만난다. 왼쪽은 청량폭포로, 정면은 장인봉으로 가는 갈림목이다. 장인봉을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하산하는 지점이다. 장인봉까지는 300m. 긴 철계단이 앞에 놓여 있다. 마지막 10m 정도는 수직에 가까워 오금이 저린다.

계단을 다 오르면 ‘의상봉’으로도 불리는 장인봉이다. 대봉(大峯)이라 불리던 것이 주세붕에 의해 개명됐다. 청량산 12개 봉우리마다 주세붕이 이름을 붙여줬다. 주세붕은 조선 중종(1543) 때 풍기군수로 있으면서 백운동서원을 세운 인물이다. 백운동서원은 이후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아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 됐고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도 피해 갔다.

청량산 아래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예던길' 선유교.


정상엔 신라 명필인 김생의 필체로 된 장인봉(丈人峰) 표지석이 서 있다. 그가 김생암이란 암자를 짓고 10여년 동안 글씨 공부를 했던 김생굴이 경일봉 아래에 지금도 남아 있다. 장인봉 정상은 주변에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시원스러운 전망을 내놓지 않는다. 장인봉에서 금강대 방향으로 30m 정도 내려서 아찔한 절벽 끝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인다. 멀리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이 발아래 펼쳐진다. 금강대와 학소대 곁을 지나 안동호로 흘러 들어가는 낙동강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풀어놓는다. 그 옆으로 관광 안내 책자인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201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한 35번 국도가 굽이굽이 따라간다. 안동 도산서원에서 청량산까지 퇴계 이황이 걷던 ‘녀던길’(예던길)도 일부 이어진다.

가슴을 뻥 뚫어주는 풍경을 뒤로하고 되돌아 나와 청량폭포 방향으로 내려선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함석지붕을 올린 민가를 지나 지그재그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 내려서면 도로를 만난다. 도로 바로 건너편에 높이 10m 남짓한 청량폭포가 있다.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출발점인 선학정 주차장이다. 약 5㎞로, 3시간이면 넉넉하다.

봉화=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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