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人사이드] 기자 꿈꾸던 난독증 소년, 우주관광 떠나는 억만장자가 되다

권재희 2021. 7. 11. 13: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버진 갤럭틱 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스튜디어스 복장을 한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홍보를 위해 반라 퍼포먼스도 서슴지않는 '괴짜 억만장자'

바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다.

예측불허 행보로 괴짜 억만장자를 비롯해 다양한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슨 회장은 11일(미국 동부시간) 70세의 나이로 우주여행에 도전해 '우주관광을 다녀온 최초의 억만장자'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될 예정이다.

▲리처드 브랜슨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괴짜 억만장자, 70세에 우주여행 다녀온 최초의 억만장자 되다=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오늘 밤 첫 우주관광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2004년 그가 민간우주 여행기업 버진갤럭틱을 설립한지 17년 만이다.

11일 오전9시(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밤 11시) 브랜슨 회장은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 발사장에서 버진갤럭틱의 초음속 로켓비행기 'VSS 유니티'에 직접 탑승한다. 여기에는 2명의 조종사와 3명의 버진갤럭틱 소속 우주 비행사들이 동행할 예정이다. 버진갤럭틱은 유튜브에 미리 생중계 페이지를 꾸며 한시간 전부터 모두가 함께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VSS 유니티는 VMS 이브라는 이름의 발사체에 실려 약 16km 상공까지 날아간 뒤 분리돼 마하 3까지 속도를 높인채 약 91km 우주 공간에 진입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약 6분간 무중력상태를 느끼며 지구를 관찰한 후 마하3의 속도로 이륙지점에 되돌아오는 여정이다. 브랜슨의 우주 비행시간은 약 14~17분가량으로 예상된다.

이번 여정은 '카르만 라인'이라고 불리는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를 경험하는데 의미가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고도 80km 이상을 오른 비행사에게 우주 비행사라고 인정하는 배지를 수여하고 있다.

앞서 브랜슨 회장은 버진 갤럭틱 설립 당시 과학자와 우주관광객을 위해 우주궤도 아래까지 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계획한 첫 비행시기는 2009년이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첫 시험비행에서 추락해 조종사 한명이 사망하고 한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2016년까지 시험비행은 중단됐다.

그러다 올해 다시 시험비행에 나서면서 5월22일 첫 우주관광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오늘 11일 비행은 처음으로 탑승 전원을 채우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리처드 브랜슨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베이조스, 머스크보다 더 빨리 우주여행 떠나는 억만장자 = 공교롭게도 9일 뒤에는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가 자신이 이끄는 민간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탐사 로켓에 직접 몸을 싣는다.

베이조스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 기념일에 맞춰 우주로 떠나며 의미를 부여했다. 베이조스는 20일 텍사스주 사막에서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호를 타고 우주로 떠난다. 베이조스는 브랜슨 보다 늦게 출발해 짧은 비행 여정이지만, 더 높이 날아오른다. 베이조스는 로켓에서 분리된 유인 캡슐을 타고 100km 이상 날아올라 낙하산을 펼쳐 지상에 착륙할 때까지 약 10분간 우주비행을 체험한다.

우주탐사에 나선 또 다른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9월 민간인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비행에 나선다. 머스크는 우주에 도달하는 것과 더 먼 궤도까지 나아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을 모두 스페이스 X 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브랜슨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난독증 소년, 첫 사업에서만 7000만원 벌어…남다른 사업감각 돋보여 = 브랜슨은 1950년 영국 런던에서 변호사 아버지와 발레리나 어머니 사이에서 3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브랜슨은 우주여행에 있어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의 어머니인 이브 브랜슨은 당시 남자만 지원가능한 비행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남장을 해 교육을 받고 하늘을 날았다.

그의 어머니는 도전정신도 그에게 물려줬다. 브랜슨은 아홉살에 첫 사업을 시작, 열 다섯살에는 잡지발행을 하기도 했다. 심한 난독증을 겪었던 브랜슨은 그럼에도 기자라는 꿈을 꾸었고 베트남전과 교육 등 사회문제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한 것. 이를 통해 광고수입으로 2500파운드(현재 가치로 약 7000만원)를 벌어들이며 어릴 적부터 남다른 사업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음반사업에 뛰어들었고 유통망을 갖춘 대형 음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마케팅과 유통하는 모험을 거쳐 마이크 올드필드의 음반을 세계적으로 히트시켰다. 이후 버진 레코드는 섹스 피스톨스, 컬처클럽, 휴먼 리그 등의 성공에 힘입어 영국의 주요 음반사로 성장했다.

음반사업에 궤도에 오르자 브랜슨은 항공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승무원이었던 어머니의 영향과 더불어 출장길에 오르며 자주 비행기를 탔던 경험이 동기가 됐다.

창업한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음반사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항공사업에 뛰어들면서 브랜슨은 무모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버진 애틀랜틱. 주변에서는 1년 이상 버티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브랜슨은 고객의 입장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항공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슨은 철도, 이동통신, 금융, 호텔, 유통, 헬스클럽, 음료, 웨딩, 스포츠 급기야 우주여행까지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리처드 브랜슨(가운데)

◆관종이 어때서?…그의 기행은 계속된다= '사업으로 번 돈을 쾌락을 쫓는데만 쓰는 괴짜' '관종' 등 그의 앞에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더 많이 붙는다. 하지만 그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도전과 재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지도 못했을 것이라는게 그의 전언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단 해 본다. 사업의 최우선 목적은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사업을 한적은 한 번도 없다. 사업자체를 즐기며 하다보니 돈은 따라왔을 뿐"

70세에 우주여행을 떠나는 억만장자 브랜슨. 그 이후의 행보도 기대되는 이유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