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에 "한 사람 그려봐요"..AI가 말 못했던 학대징후 잡는다

백경서 2021. 7. 11.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아이의 심리를 파악하는 인공지능 앱을 운영하는 아이그림P9. 울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는 이 앱을 이용해 아동의 심리를 파악해 아동학대를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 아이그림P9 홈페이지]

“한 사람을 그려주세요.”

재료: 12색 색연필, 8절 도화지(또는 스케치북), 그림 용지 세로 방향 제시.

울산에서 운영중인 ‘인공지능(AI)아동정서돌봄시스템(영유아 정서‧행동 검사프로그램)’이 제시한 그림 그리기의 주제와 방법이다. 보호자로부터 AI가 낸 주제를 전해들은 5살 아이는 제시된 미술도구로 그림을 그린다. 혹시 중간에 아이가 그림에 대해 다른 질문을 할 경우 보호자는 “마음대로 하면 돼”라고 말해주면 된다.

아이가 그림을 완성하면 보호자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지정된 앱에 올린다. 그다음 아이의 나이와 성별을 입력하고 그림 속 사람이 누구인지, 이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아이의 의견을 듣고 입력한다.

다음은 AI가 역할을 할 차례다. AI는 3~4일간 아이의 그림을 분석한다. 일반적인 심리 상담에서라면 상담가가 아이의 그림을 분석하겠지만, AI가 이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다. 자아개념, 관계 및 적응, 정서, 행동특성 등 4가지 영역을 분석해 결과를 도출한다. 이 결과로 아이의 스트레스나 아동학대 가능성 등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울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아이가 그림에 어떤 색을 썼는지, 사람 얼굴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아이의 스트레스 지수 등을 알아낸다”며 “AI가 그림을 분석하기 때문에 어른에게 말하지 못했던 학대 등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범운영 중인 인공지능(AI)아동정서돌봄시스템은 휴대전화 앱과 AI를 활용해 유아의 그림을 관찰한 뒤 심리를 분석한다. 그림 주제는 5살은 ‘한 사람’을, 6살은 ‘집, 나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7살은 무언가를 하는 우리 가족을’ 그리는 등 나이별로 다르다.

울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검사 175건 중 28%(49건)가 관심대상군(아동이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어 세심하고 주의 깊은 관심 필요)으로 나왔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학대 가능성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지원대상군은 5.1%(9건)다.

울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결과는 보호자에게도 전송되지만, 시스템을 통해 우리 센터도 알 수 있다”며 “학대가 의심되거나 아이의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보호자에게 연락해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 시스템에서는 부모의 심리 분석도 함께 진행된다. 부모의 경우 60문항의 설문조사에 답하면 육아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해 준다. 결과에 따라 부모와 아이 모두 무료로 울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울산시는 올해 본격적으로 이 시스템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에 나설 계획이다. 울산시는 이달 중 시스템 관련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울산 관내 어린이집에 협조를 구해 오는 7월부터 12월까지 지역 만 3~5세 영유아 및 주 양육자 약 1600명에게 AI 아동정서돌봄시스템의 유아 그림 관찰 및 부모 양육 스트레스 검사 자가 테스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정에서의 돌봄 시간이 길어지고 양육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아동들이 가정폭력과 학대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AI 시스템이 긍정적인 가정환경과 보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