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한 번 행사에 찬물" 49명 제한에 예비부부 불만 폭발
서울·수도권에서 12일부터 2주간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가운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단계'에선 결혼식에 친족만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청원인 A씨는 "예비부부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며 "결혼식장 거리두기를 완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글에는 오후 5시 현재 1400여명이 동의했다.
그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유명무실한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답답한 마음에 작성한다"며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 50명 미만 같은 얼토당토않은 정책 좀 철회해달라. 100명만 되어도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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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안 잡고 예비부부만 잡나"
이어 "결혼식장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결혼식만 쥐어짜지 못해 안달이냐"며 "결혼식은 일생일대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행사인데 불확실성을 안고 준비하느라 많은 예비부부가 힘들어한다"고 했다.
또 "식장 계약 때 200명~250명 인분의 식대를 지불하는데 하객 제한은 50명 같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 미쳐버릴 것 같다"며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형평성이다. 백화점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문제가 없고, 결혼식에 몇백명 모이는 것은 왜 문제이냐"고 따져 물었다.
A씨는 "결혼식은 영화·공연·스포츠관람처럼 매일·매주·매달 있는 행사가 아니다"라며 "단 한 번 있는 행사에 자꾸 찬물을 끼얹지 말아달라. 부디 예비부부들의 고충을 헤아려 정책 완화 부탁드린다. 최소한 형평성이라도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예비신혼부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이 잇따랐다. '4단계' 격상이 발표된 지난 9일부터 "이달 말 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취소 통보를 받았다" "1년 전 추첨을 통해 어렵게 잡은 식장이라 연기도 어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일부 신혼부부들은 코로나19 탓에 결혼식을 포기하고 혼인신고만 한 채 살고 있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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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친족 100명 가능성 작다'…분리예식 불가
웨딩업계도 갑작스러운 방역지침 변화에 혼란을 겪고 있다. 쏟아져 오는 결혼식 연기와 취소 문의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기 전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객들이 실제 친족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가 가장 난감하다"며 "현실적으로 고객들에게 가족관계증명서나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4단계'에서는 하객을 여러 장소에 나눠 수용한 뒤 화면중계를 하는 것도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구청에서 '친족이 100명 이상일 가능성은 극히 작다'며 분리 예식을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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