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친정찾은 진중권 "민주당 대표 송영길 아닌 김어준"

김준영 입력 2021. 7. 8. 13:26 수정 2021. 7. 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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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8일 친정 정의당을 찾아 “이쪽(더불어민주당)도 저쪽(국민의힘)도 다 맛이 갔다”며 “별거 없다. 대선에 확실하게 나가라”고 조언했다. 정의당 창당 이듬해인 2013년 입당, 초기 멤버로 오래 활동했던 진 전 교수는 2019년 조국 사태 때 “세상이 다 싫다”며 탈당했다. 그가 정의당 강단에 선 건 당을 떠난 지는 2년만, 직접 강연자로 나선 건 5년 만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직설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 연속 강좌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엔 대깨문 있다…대표는 김어준”

진 전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의 릴레이 초청 강연 ‘직설 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의 강연자로 나서 탈당 계기와 진보진영의 몰락, 국민의힘의 포퓰리즘 정치 등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처음 열린 릴레이 강연에 진 전 교수가 첫 번째 강연자로 초청받았다.

먼저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를 통해 진보가 몰락했다”고 말했다. “꼴랑 남은 건 이권 집단으로서의 진영만이 남았다”며 “(지금의 진보는) 기본적으로 선악 이분법으로 진영을 나누어 본인들이 ‘참’인 양 한다. 본인들이 썩었다는 것을 인정 못 하는 독선이 있다. 법치주의도 파괴한다”고 말했다.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뉴스1


그러면서 지금의 민주당은 “가치로서의 진보는 죽었고 진영으로서의 진보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4ㆍ7 재ㆍ보궐 선거 결과도 “민주당이 일반 상식보다 못한 정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반성도 안 하고 우겼기 때문에 심판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개혁이 안 된다. 대깨문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민주당 당 대표는 송영길 아니라 김어준”이라고 말했다.

또 “저는 마음속 정치인이 두 명이다. 노무현ㆍ노회찬이다. 두 분이 없어진 이래 상식은 사라졌다”며 “(민주당이) 노무현의 죽음을 얼마나 더럽혔냐. 못된 짓들 다 노무현 이름으로 한다. ‘조국이 노무현이다’라고 하면, 노무현이 조국이 되는 거다. 진보의 상징을 그렇게 팔아먹고 있는데, (정의당은 노회찬에 대해) 동일한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엔 “포퓰리즘 정치…대변인 토론배틀은 고비용 저효율”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대표, 하태경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쇄를 얘기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성평등 지수는 꼴찌인데, 황당한 것은 이게 참신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이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신드롬으로 촉발된 2030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2030의 전부는 아니다. 그들도 어떻게 보면 소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서 우려했던 것이 2030이었다. 이들은 저쪽 이데올로기에 포섭되기 너무 쉽다. (이 대표의 능력주의에) 신자유주의구나 제대로자본주의구나라는 생각을 딱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 결승전에서 양준우(왼쪽부터), 김연주, 신인규, 임승호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이 대표가 진행한 국민의힘 대변인 토론배틀에 대해서도 “대변인을 뽑을 때 정치철학이 아닌 순발력과 디베이트(토론) 능력을 보는 것은 정치 본령에서 벗어났다. 정치를 차단하고 예능화됐다”며 “이번에 대변인으로 뽑힌 사람(임승호) 알고 보니 두 당(바른정당ㆍ자유한국당)에서 대변인했던 사람이다. 한마디로 뽑힐 사람을 뽑은 건데, 그 짓을 하기 위해 141명이 경쟁한 거다. 이보다 고비용 저효율 정치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정의당엔 애정 어린 쓴소리…일부 설전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비판한 진 전 교수는 “정의당이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정의당이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 100년 후 실현 가치들을 우리가 먼저 열어가는 게 진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딸랑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당은 완전히 망가지고 구제 불능이다. 민주당의 이중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질의응답과정에선 일부 설전도 있었다. 송치용 부대표가 “조국 전 장관 관련해서는 아직 (대법원) 결판이 안 났다. 진 전 교수가 비판은 세게 하고 있지만, 대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그게 진중권의 한계”라고 먼저 비판했다. 그런 뒤 “아직도 검찰의 기득권 카트텔이 공고하다”고 하자 진 전 교수는 “검찰의 기득권이 뭐냐”고 물었다. 이에 “사회악과 싸우다 보면 검찰과 만난다”(송치용)→“난 한 번도 만날 일이 없다”(진중권)→“안 싸우셔서 그렇다. 거대 악과 싸우면 검찰과 만나게 된다”→“표창장 위조하면 검찰과 만나는데, 검찰 만날 일이 없게 운동을 해라”(진중권)는 얘기가 오갔다. 결국 사회자는 “여기는 논쟁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중재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일부 설전도 오갔지만, 우리 당에서 진 전 교수를 첫 번째 강연자로 부르자는 의견엔 다들 이견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만큼, 정의당과 진보의 가치를 잘 알고 보수 쪽 가치도 잘 아는 진 전 교수를 초청해 비판적인 강연을 들은 건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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