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명 한자로 써라" 사망 서울대 청소노동자에 이런 갑질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숨진 고인이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및 유족 등은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청소노동자 A씨 사망과 관련한 기자 회견을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A씨가 귀가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되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사망에 대해 “자살이나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는다”며 “과로사인지 등 여부는 (학교 측에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과 노조 측은 A씨가 고된 노동과 서울대 측의 갑질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의 남편 이모씨는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지 10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해외에서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다가 귀국해 막막했을 때 정부의 구직자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 서울대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제는 걱정 없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희 부부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지만 지난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생들의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쓰레기의 양도 늘었다”며 “일이 많아져 1년6개월 동안 고된 시간을 보냈지만 학교는 어떤 조치도 없이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아내를, 엄마를 이 땅에서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번 일로 어느 누구도 퇴직당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학교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노사 협력으로 대우받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노조 측은 “고인은 돌아가시기 전 서울대 측으로부터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A씨가 근무했던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 수가 많아 여학생 기숙사 중 일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노조 측은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쓰레기양이 증가해 A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대형 100L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직접 날라야 했다”며 “특히 병 같은 경우 무게가 많이 나가고 깨질 염려가 있어 항상 손이 저릴 정도의 노동 강도에 시달려야 했다”고 전했다.

노조측은 “이런 노동 강도 속에서 노동자들의 근무 질서를 잡기 위해 군대식 업무 지시와 함께 청소노동자들이 회의에 펜이나 수첩을 안 가져오면 감점하겠다고 협박했다”며 “또 학교 시설물의 이름을 한문으로 쓰게 하는 등 불필요한 시험을 보게 하고 점수가 낮은 노동자들에게 모욕감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대는 A씨 사망에 책임이 없다는 듯 먼저 선을 그으면서 아무런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A씨 죽음은 저임금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사회적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갑질을 자행하는 관리자들을 묵인하고 비호하는 서울대는 A씨 유족에게 공식 사과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서울대에서 산재 사고로 죽어가는 청소노동자들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유족과 노조는 서울대 측에 ▲진상 규명 위한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노동환경 개선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서한 전달 이후 A씨가 일했던 기숙사를 찾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대 측은 현재까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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