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케어가 뜬다..지친 일상에 '힐링' 찾아 삼만리

반진욱 2021. 7. 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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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케어가 뜬다

# 직장인 이수현 씨(25)는 최근 SNS에서 유행하는 ‘무기력 극복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30일 동안 하루에 한 개의 미션을 적어두고 하나씩 지워가는 이벤트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무기력함과 일상에 지친 몸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도전 내용도 자기계발보다는 스스로를 돌보는 ‘힐링’에 집중했다. 하루는 ‘반신욕하기’, 그다음 날은 ‘아침 일찍 산책하기’ ‘물 1.5ℓ 마시기’를 실천하는 식으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외부 모임 횟수가 줄어들고 각자 고립된 채 지내다 보니 우울해지고 일상에 쉽게 지쳐갔다. 지친 나를 달래기 위해 ‘무기력 극복 챌린지’를 시작했다. 사소한 일이라도 하나씩 성공해나가면서 성취감을 얻었다. 자연스레 우울감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기계발 트렌드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자기계발이라 하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스펙 쌓기’와 같은 의미였다. 말 그대로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뜻이 다소 바뀌었다. 스스로를 잘 보살피고 돌보고자 하는 ‘자기 돌봄(Self-Care)’의 뜻으로 쓰인다. SNS 틱톡·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서 어렵지 않게 ‘셀프케어’ 관련 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트렌드는 수치가 증명한다. 평생교육 전문 기업 휴넷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계획을 조사한 결과 2021년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목표 1위가 ‘건강 관리’로 나타났다. 지난해(2020년) ‘자격증 취득’과 ‘외국어 습득’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자기계발의 목적에 대해서도 지난 6년 동안 1위를 차지했던 ‘업무 역량 강화’ 항목을 꺾고 올해는 ‘자기 만족’을 위해 자기계발을 하겠다는 응답이 53%로 1위를 차지했다.

SNS 검색량에서도 ‘자기 돌봄’의 인기는 확연히 드러난다. 인스타그램에서 생활 패턴을 교정을 의미하는 ‘루틴’ 관련 글은 9만8000여건이 넘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돌보는 ‘미라클모닝’을 태그한 게시물 역시 44만4000여건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는 ‘셀프케어’ 관련 게시물이 줄을 잇는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자기 돌봄’으로 직원 달래라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기업들

기업들은 ‘자기 돌봄’을 직원 관리에 활용하는 모양새다. 직원 복지·인사 관리 등의 목적으로 자기 돌봄 관련 지원책을 적극 내놓는 중이다. 셀프케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휴식 시간을 늘리거나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 등이다.

가장 흔한 유형이 ‘근무 시간’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직원들이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하도록 근무일 단축 제도를 지원하는 기업이 많다.

카카오게임즈는 금요일에 격주로 쉬는 ‘놀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한 달에 한 번만 금요일에 쉬었지만, 지난 4월부터 격주로 확대했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지난 5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쉬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월요일 출근 시간을 오후 1시로 늦췄다. 사실상 주 4.5일제를 도입한 셈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 직원들이 ‘셀프케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직원 교육 프로그램과 자기계발 비용 제공 등으로 ‘자기 돌봄’을 지원하기도 한다. 게임 회사 넥슨은 연 250만원 상당의 넥슨 마일리지, 사내 스터디 프로그램 등으로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돕는다. 종합 식품 기업 아워홈은 직원들에게 도서 구입비와 자기계발비를 지급한다. 삼양식품은 올해 6월 ESG 복지 기금 출연식을 갖고 복지 기금으로 직원들의 복지 증진과 자기계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은 출연식에서 “ESG 복지 기금을 시작으로 향후에도 직원들의 복지 증진과 자기계발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실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GS홈쇼핑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맞춤형 교육,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뭉치면 클래스가 열린다(뭉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5명 이상 직원이 모이기만 하면 원하는 교육 과정을 신청할 수 있다.

기업들의 셀프케어 지원이 늘어나면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매출도 증가세다. 목표 달성 관리 플랫폼 ‘챌린저스’를 운영하는 화이트큐브는 올해 1분기 기업 대상 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배 급증했다.

화이트큐브 관계자는 “지난해 8월 SK에너지를 시작으로 올해에만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복지·성과 장려를 위한 사내 플랫폼으로 도입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넥슨은 직원들이 문화 활동을 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GS홈쇼핑은 직원들이 원하는 교육을 신청할 수 있는 ‘뭉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넥슨, GS홈쇼핑 제공>
▶‘스스로’를 중시하는 MZ세대

▷‘셀프케어’ 트렌드 한동안 계속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자기 돌봄’ 트렌드가 한동안 계속되리라고 내다본다. 본인의 삶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MZ세대 직원이 늘어나는 데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건강’과 ‘힐링’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실제로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271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절반(46.5%, 복수응답)가량이 MZ세대 인재가 회사 생활에서 가장 원하는 것으로 ‘워라밸, 개인 시간 보장’을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경쟁에 지친 사람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2030세대는 다른 세대와 비교도 안 될 만큼 경쟁을 겪으며 자랐다. 학창 시절부터 취업까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지치는 ‘번아웃’ 현상도 다른 나이대 직원에 비해 빨리 온다. 문제는 앞으로 취업이 더 힘들어지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경쟁에 지친 직원들을 관리하려는 차원에서 ‘힐링’ ‘자기 돌봄’ 지원을 늘리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문지민·장지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6호 (2021.07.07~2021.07.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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