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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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던 시기가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의 표정이 안 좋으면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았고,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리면 나의 운을 탓했다.
트럭 위에 올라탄 채로 나타났는데 그 흔들거리는 트럭 위에서 커다란 악기로 매일 새로운 곡을 동네 사람들에게 연주해줬다.
주변에 근사한 꽃집이 두 곳이나 있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변변한 포장지도 없는 꽃다발을 사람들에게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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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던 시기가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의 표정이 안 좋으면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았고,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리면 나의 운을 탓했다. 분명 모든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도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를 탓하고 의심했었다. 오랜 사랑이 끝나버린 이별 직후였다.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바로 여행을 떠났다. 도착한 곳은 프랑스 파리였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는데 나는 호텔 안에서만 지냈다. 돌아다닐 기운이 없었고 그럴 기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내고 싶었다. 아침이면 고개를 푹 숙이고 호텔 1층으로 내려가서 조식을 먹고 빠르게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종일 굶었다. 잠이 들 때까지 창밖만 바라보면서 말이다.
열흘이 넘도록 창밖만 바라보니까 매일 마주치는 두 존재가 생겨났다. 한 존재는 오후 2시만 되면 나타났다. 트럭 위에 올라탄 채로 나타났는데 그 흔들거리는 트럭 위에서 커다란 악기로 매일 새로운 곡을 동네 사람들에게 연주해줬다. 그리고 다른 한 존재는 호텔 맞은편 길가에서 나타났다. 그곳에서 매일 팔리지도 않는 꽃을 팔았다. 주변에 근사한 꽃집이 두 곳이나 있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변변한 포장지도 없는 꽃다발을 사람들에게 권했다.
나는 독특한 그들의 존재를 매일 기다렸다. 큰돈이 벌리는 것도 아니며 많은 박수를 받게 되는 것도 아닌데 행복해 보이는 그들이 좋았다. 나에겐 없는 자신감이 보였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그들을 응원했다. 열흘간 열렬히 응원하면서 앞으로 나는 그들을 닮아가기로 했다. 나도 남의 시선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기로 말이다. 내가 순수히 나를 믿고 소신대로 살게 됐을 때, 스스로를 탓하거나 의심하지 않게 될 것이며 새로운 사랑도 시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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