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반문재인으로 충분할까

김나래 2021. 7. 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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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한 비유일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어떤 면에서 연애와 비슷하다.

헤어진 후 새로운 연애 상대를 고를 때면 누구나 이번엔 꼭 실패하지 않겠다고, 좋은 사람을 잘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시점에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을 고민해 골라야 하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직전 대통령이 가장 못했던 걸 '할 수 있다'고 한 후보가 뽑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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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다소 엉뚱한 비유일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어떤 면에서 연애와 비슷하다. 헤어진 후 새로운 연애 상대를 고를 때면 누구나 이번엔 꼭 실패하지 않겠다고, 좋은 사람을 잘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연애 상대를 보면 최상의 선택이기보다 직전 연애에서 가장 불만스러웠던 점을 채워주는 ‘보완재’ 같은 상대일 때가 많다. 대선도 그렇다. 그 시점에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을 고민해 골라야 하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직전 대통령이 가장 못했던 걸 ‘할 수 있다’고 한 후보가 뽑히기도 한다.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다음으로 ‘일하는 불도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게 대표적인 사례랄까.

차기 대선 레이스가 초반부터 ‘반문재인’ 프레임으로 흐르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유력 주자들의 출마 일성은 ‘공정’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깊게 드리워진 불공정과 불평등의 그늘을 걷어내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치열한 문제의식이나 구체적인 해법이 아직 잘 보이진 않는다. 이들이 공정을 내세우는 이유가 그저 공정이란 가치의 훼손이 문재인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기 때문은 아닌지 걱정되는 이유다.

입시와 취업 시장에서 세대 간에 젠더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논란은 생각보다 우리 삶 곳곳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반감을 자극하기 가장 좋은 포인트로만 이 문제에 접근해선 안 되고, 세밀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반문재인 기조가 확연한 것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우리네 삶에 대해선 빠져있는 내용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집집마다 부모들은 “꼭 학교에 가야 해”라고 묻는 아이들의 질문 앞에서 대답할 말을 찾기가 어렵다. 학교에 가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왔는데, 2학기부터 매일 등교하면 과연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요구되는데, 이에 대해 대선 주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렇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을 보며 기업마다 코로나 이후 기업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코로나가 바꿔버린 삶의 패턴은 한국의 산업구조 또한 확 달라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경제 성장이란 무엇이며, 미래 먹거리 동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온라인상 이슈를 다루다 보면 갈등을 넘어 혐오가 넘쳐나는 걸 보게 된다. 세대 갈등은 말할 것도 없다. 한쪽에선 ‘MZ세대’라 딱지 붙여진 청년들이 기성세대를 향해 꼰대라고 불만을 표출한다. 반대쪽에선 40대 후반, 50대들이 ‘과연 MZ세대와의 공존이 가능한가’를 회의하고 자조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젠더 갈등은 이제 말하기도 무섭다. 온라인에서 10, 20대가 상대 성별을 향해 내뱉는 상호 비방과 혐오 발언을 보고 있자면 과연 남녀가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길이 있기는 한지 궁금할 지경이다.

환경 문제는 또 어떤가. 기후 위기가 곧 일상이 된 시기를 살고 있다. 몸에 배어버린 편안함과 맞바꿨던 것들이 앞으로 어떤 기후 재앙의 형태로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날이 커진다.

안타깝게도 나의 고민에 답을 해주는, 맘에 쏙 드는 후보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대선이 연애랑 비슷한 점이 있다곤 했지만 사실 결정적 차이가 있다. 연애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누가 되든 뽑아야만 한다. 남은 선거 기간 마음에 쏙 드는 후보를 찾을 수 있을까? 제발 찾을 수 있기를!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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