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병원이 요양보호사 13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이유

김지현 입력 2021. 7. 6. 18:00 수정 2021. 7. 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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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없는 의료로 '전태일 병원' 희망.. "노동에도 차별 없애나갈 것"

[김지현 기자]

 
 녹색병원은 지난 7월 1일 13명의 요양보호사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 녹색병원
 
[기사 수정 : 7일 오전 10시 50분] 

저는 녹색병원에서 일한지 올해로 9년차가 된 정규직 직원입니다. 올 여름 저희 녹색병원에서는 병동에서 근무하던 외부파견업체 요양보호사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공감하고, 보다 인간다운 노동, 더 나은 노동환경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 부응하는 반가운 소식이기에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사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2017년 대선주자들이 공통으로 내놓은 공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우리사회에 많은 질문과 숙제를 던진 채, 아직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민간병원인 저희 녹색병원이 7월 1일, 외주화된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였기에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쉽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그러나... 

녹색병원은 13명의 요양보호사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들은 녹색병원 재활 간호·간병통합병동(61병동)에서 근무하던 인력으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일부와 신규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원들입니다.

녹색병원 임상혁 원장님은 평소,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녹색병원임에도 환자 돌봄을 지원하는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환경미화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어 언제나 마음한구석이 불편했음을 토로해왔습니다. 이번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며, 녹색병원의 방향성과 원장의 철학에 따라 13명의 요양보호사를 정규직화 했는데 경영상태가 점차 좋아지는 만큼 다른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도 꼭 실현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7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근무를 시작한 61병동의 한 요양보호사는 업체 파견으로 녹색병원에서 계속 일하다 그만두고 한 달쯤 쉬고 있었는데 정규직으로 인력을 새로 뽑는다는 연락을 받아 지원하게 됐다고 합니다. 병동에서 일할 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참 좋았고, 이제 정규직으로 돈도 벌고 성취감도 더 얻을 수 있게 될 것 같아 녹색병원에 다시 오게 되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차별 없는 의료를 목표로, 노동자와 늘 함께해온 병원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원진직업병관리재단에서 2003년 설립한 민간형 공익병원입니다. 2003년 개원이후 지속적으로 산재·직업병 환자, 인권침해 피해자, 지역 내 소외계층을 돌보며 공익활동에 앞장서 왔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녹색병원 발전위원회>를 출범해 기존의 공익사업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전태일다리에서, 인권침해나 농성 등으로 건강이 손상된 이들에게 통합적인 치유와 체계적인 지원을 진행하기 위해 <인권치유119>를 출범했습니다. 노동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고, 연대하는 전태일 정신을 받드는 노동자병원, 전태일 병원이 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직원들의 병원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릅니다. 최근에는 보건의료노조 녹색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1000만원을 녹색병원 발전위원회에 기부했습니다. 임상혁 원장님은 월급이 적어 늘 미안한 마음인데 기부까지 해줘서 가슴이 먹먹하다고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외부의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6월에는 기아(주)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가 전국의 투쟁사업장에서 도움요청을 받고 있음에도 이동성의 문제로 <인권치유119>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카니발 차량을 기증해주었습니다.

녹색병원은 노동운동가들이 단식투쟁을 마치고 찾아가는 병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당해고 판정에 따른 복직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한 아시아나케이오 김정남 전 지부장과 기노진 지부 회계감사가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올 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단식을 진행했던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를 포함한 단식자 여섯분이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돌봄인력의 고용안정, 환자에게도 큰 도움

이번 녹색병원의 정규직전환으로 재활지원인력인 요양보호사들은 고용안정을 보장받게 됩니다. 이는 환자들에 대한 안정되고 책임있는 간호와 돌봄이 연속성 있게 진행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차별 없는 의료를 위해 힘쓰며 노동자들과 함께해온 녹색병원의 이번 요양보호사 정규직 전환이, 불안정한 고용문제로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사회에 의미 있는 시도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녹색병원이 해 나갈 일들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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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녹색병원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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