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메타버스가 뭐라고? #제페토 #NFT

류가영 2021. 7.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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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올라탄다. 가상세계의 새로운 이름인 메타버스로. 무섭게 증식 중인 이 신대륙을 가늠하는 데 필요한 단서들.

PLATFORM

확장된 현실을 뛰놀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가 합쳐진 메타버스란 단어가 1992년 처음 탄생한 이후 플랫폼을 설계하고, 관련 기기를 개발하고, 가상 화폐 시스템을 만들어온 건 줄곧 어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메타버스를 이끌고 있는 건 미래 세대다. 요령껏 건축물을 세워 타인의 습격에 맞서야 하는 메타버스 게임 포트나이트는 3억5000만 명의 전체 유저 중 62%가 만 24세 이하다. 네이버Z의 역작인 라이프로깅(개인의 삶을 디지털 공간에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 메타버스 제페토 역시 2억 명이 넘는 가입자 중 10대 이용자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 즐기는 오픈 월드 게임 로블록스의 월평균 사용자 수는 3260만 명. 그중 절반이 13세 미만이다. 과연 이들은 이곳에서 뭘 그리 열심히 하는 걸까?

가시적인 가상세계를 창조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게임 업계가 메타버스를 주도하기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 메타버스 게임을 보면 제작사는 말 그대로 ‘판’만 벌여줄 뿐 정교한 체계를 만들고 재미를 찾는 건 온전히 유저에게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가상세계에서 이들은 단순히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때로는 유희보다 노동에 집중하기도 한다. 이 점이 메타버스가 되지 못한 과거 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다. 메타버스 키즈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살아간다. 기술적으로 지난 몇 년간 게임 안에서 자유도가 부쩍 높아진 것도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 요소다. 자신의 ‘부캐’가 될 아바타를 만들 때조차 이들은 주어진 옵션에 갇히지 않는다. 명품 옷을 사 입고, 국경 없이 친구를 만나고, 원하는 직업을 갖고, 블랙핑크 팬 사인회에 가며, 내가 원하는 사람과 가족도 이룬다(심지어 아기 아바타도 데리고 다닌다!). Z세대에게 메타버스는 현실의 축소판이 아니라 확장된 현실이다. ‘등교’마저 온라인으로 배운 알파 세대로 내려가면 메타버스의 영향력은 더욱 파괴적이다.

코로나19로 대면 행사에 많은 제약이 걸리자 많은 기업과 학교들이 대안을 찾은 곳 역시 메타버스다. 학교 축제(건국대학교)와 졸업식(UC버클리), 신입사원 오피스 투어(네이버), 패션쇼(크리스찬 루부탱)가 모두 가상공간에서 열렸다. 실제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가상 경제 시스템은 메타버스를 더욱 정교한 현실로 느끼게 한다. 로블록스에는 이용자가 만든 4000만 개 이상의 게임이 공존하는데, 지난해 게임을 제작한 125만 명 중 1200명이 한 해에 1000만 원 이상을 벌었다. 제페토에서는 ‘크리에이터’ 기능을 통해 아바타 의상 디자이너, 가상공간 건축가로 일하며 고정 수입을 얻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노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현실 요소가 가상세계에서도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여전히 메타버스를 특정 세대가 이끄는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세대가 메타버스에서 생활하게 될 거란 사실은 자명하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의 직원들은 2D 가상 오피스인 ‘게더타운’에 이어, 최근 '메타폴리스'라는 국내 최초의 메타버스 협업 툴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가상공간에 마련된 30층짜리 사무실로 출근해 책상에 마주 앉은 팀원과 눈을 마주치면 곧바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7월에 드디어 서비스를 재개하는 싸이월드의 모바일 버전에서는 3D 기술이 적용된 마이 룸을 만날 수 있다. 도토리를 대체할 새로운 가상화폐로 수익 창출까지 가능해질 것이라 한다. 페이스북 역시 해외 여행을 즐기며 외국인 친구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집도 지을 수 있는 가상현실 커뮤니티 ‘호라이즌’ 론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별도, 재능도, 주변 환경도 무엇 하나 고르게 해준 적 없으면서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현실 대신 외모와 직업은 물론 인간관계와 세계관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세상. 메타버스는 그렇게 미래 세대를 빨아들였다.

김정민 〈중앙일보〉의 이슈 시리즈 ‘팩플’ 팀 기자

NFT

소비하되 소유할 수 없는 돈

어떤 게임에 빠져 미친 듯이 캐시를 긁어모으고, 희귀한 아이템을 손에 넣고 나면 문득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다. 만약 내가 이 게임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거나 어느 날 갑자기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해 버린다면? 이제까지 들인 돈과 시간이 전부 무의미해지는 게 아닐까? 물론 게임을 하면서 충분히 즐거웠지만 아바타에 옷도 만들어 입히고, 집도 짓고, 아예 게임까지 직접 프로그래밍해 즐기는 메타버스 게임에서라면 그 허무함과 절망감은 훨씬 뼈아플 것 같다.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만큼 중요하고, 가상현실에 몰입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런 걱정이 점차 해결돼야 할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가장 획기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다. 손에 쥘 수 없고, 거래내역이 낱낱이 기록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비슷하지만 NFT는 특정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이 명시된다는 점이 다르다. 각각 다른 대상에 대한 소유권이 기록돼 있어 다른 사람의 토큰과 같을 수 없으니 대체 불가능할 수밖에.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직캠’ 영상을 NFT로 구매하는 경우 고해상 원본 파일을 전달받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원본 영상의 소유자라는 걸 확증받는다. 고도의 사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가상세계에서 NFT 거래는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한 예술 분야. 디지털 작품이 거래되는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의 거래량은 최근 100배 이상 증가했다. 유명 아티스트 뱅크시의 그래피티 작품을 1억 원에 사서 불태우고, 그것을 NFT로 변환한 작품을 무려 4억3000만 원에 판매한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작가들 역시 NFT를 반기는 분위기다. 원본을 보관하는 일의 까다로움으로부터 벗어남은 물론, NFT 안에 명시된 저작권 앞으로 이후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지속적으로 일정금액의 저작권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가상 자산과 콘텐츠의 진짜 주인을 확인해 주고, 심지어 실제 가치로 환산해 준다는 점에서 NFT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계속 커질 것이다. 어렵게 모으고 조합해 손에 넣은 게임 속 ‘희귀템’이나 열심히 꾸민 아바타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전부 보이지 않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경기 명장면을 NFT로 거래할 수 있게 한 NBA나 뉴욕 양키즈의 전성기를 이끈 루 게릭의 고별 영상을 NFT로 판매할 예정인 MLB처럼 중요한 순간의 가치를 환산해 판매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알파고를 꺾는 이세돌의 대국 장면이 NFT로 2억50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일부 분야에서만 인정받던 무형의 것에 일반적 가치를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나 영상뿐 아니라 게임 아이템, 인스타그램 게시물, 심지어 트위트까지 이제 디지털 세상의 모든 자산은 NFT로 만들 수 있다. 애초에 만질 수 없고, 누구나 재생산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니 원본 파일보다 소유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유명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다음과 같이 예측한 바 있다. “앞으로의 세대는 소유 대신 접속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무소유가 아니라 수명 주기에 영원히 종속되지 않음으로써 소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 속 Z세대는 가상의 명품을 사고, 좋아하는 작가의 예술품 소유권을 보장받고, 적은 돈으로 랜드마크 빌딩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게임 디자이너, 건축가, 가상 의상 디자이너 등 가상세계 직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여기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 접속만 하면 마주하는 가상세계에서 ‘내 것’을 늘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가치 있는 경험으로 여겨진다. 물론 NFT를 새로운 노다지로 보고 열광하는 수많은 투자자가 예측하는 만큼 NFT 자체는 보장된 미래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NFT가 막 구축되기 시작한 가상 경제 시스템의 기틀을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조민정 데이터 분석 전문가, 테크 미디어 〈테크니들〉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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