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민노총 집회 이틀뒤 딱 한줄 "조치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 등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집단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8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시내에서 강행한 불법집회를 겨냥한 발언이다.

지난 1일 민주노총은 1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예고했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집회가 강행될 때까지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집회 이틀 뒤에야 나온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나마도 공개된 2200여자의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중 집회 관련은 딱 한 문장에 불과했다. 집회를 주도한 ‘민주노총’도 지칭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 세계적으로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며 “방역 당국은 지자체와 합심해 비상하게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두가지를 지시했다. 하나는 식당 등의 영업제한이고, 다른 하나가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대응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 자영업 영업 제한과 관련해선 “강화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위반시 즉시 영업을 정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며 강력한 제재를 지시했다. “(방역과 경제) 두마리 토끼를 반드시 잡아야하지만, 분명한 것은 방역 없이는 경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불법 집회의 주동자들에 대한 법적조치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 지시 사항도 제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상황이 심각한 만큼 수도권 지자체들도 더욱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수도권 방역망이 뚫리지 않도록 총력 대응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책임을 서울시에 넘기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전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경찰청과 서울시는 확인된 위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어달라”며 집회를 막지 못한 책임과 사후처리를 서울시와 경찰에 전가한 것과 유사한 대응이다. 현재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보수단체의 집회에는 초강경 대응을 주문해왔다.
특히 지난해 9월 22일 국무회의에서는 10월 3일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보수단체들을 겨냥해 “사회를 또다시 위험에 빠트린다면 어떤 관용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동체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고 이웃의 삶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를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 출석해 집회 참가자들을 ‘살인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로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번 불법 집회가 민주노총이 치외법권임을 증명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엄정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 회의에 앞서 비공개로 진행한 참모 회의에서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며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나 정부는 철저히 정치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 회복 등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공개된 수보회의 발언에서도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정부는 오로지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재차 당부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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