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인 모녀를 노리는 살인마.. 이 영화의 불편함
[김준모 기자]
▲ <미드나이트> 포스터 |
ⓒ CJ CGV |
OTT 서비스 '티빙'과 극장 동시 개봉을 택한 영화 <미드나이트>는 음소거 추격 스릴러라는 흥미를 당기는 소재를 택했다. 청각 장애를 지닌 경미(진기주 분)가 귀가 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여성을 도와주려다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 분)의 타겟이 된다는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극도의 스릴을 이끌어 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작품은 이 지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부차적인 요소를 최대한 생략하고 오직 경미와 도식의 대결에만 초점을 맞춘다.
작품은 크게 두 가지를 생략한다. 첫 번째는 도식의 행위가 지닌 개연성이다. 도식은 골목에 주차한 차에 많은 옷을 넣고 다니며 사람을 죽인 뒤 옷을 바꿔 입고 목격자 행세를 하는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처럼 그려진다. 이를 동력으로 삼지만 왜 무차별적 살인을 추구하는 범인이 위기를 자초하면서 경미를 노리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부분이 관객에게 거슬리는 건 그가 열등감에 휩싸여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도식은 처음 경미 엄마를 목표로 삼지만, 소정 때문에 실패하자 소정을 공격한다. 그러다 경미한테 들키자 이번에는 경미를 노린다. 경미가 위기에서 탈출해 경찰을 부른 시점에서 도식은 살인이 방해를 당하자 어떻게든 경미를 죽이려 든다. 이는 범인이 살인에 미친 사이코패스라기 보다는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된다. 한데 작품은 도식이 왜 열등감에 시달리고 이를 살인으로 푸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살인마의 정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개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시대성이다. 2017년 영화 <브이아이피>는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된 여성들을 전시하고, 살인과 강간을 포르노로 소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브이아이피> 이외에도 최근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 영화의 여성 혐오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씨네21 김성훈 평론가 역시 <미드나이트>에 대해 "밤새도록 도망다녀야 하는 여성들을 보기가 불편하다"고 평했다.
▲ <미드나이트> 스틸컷 |
ⓒ CJ CGV |
경미의 시점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그 장면의 사운드를 관객에게 들려주면서 도식의 위협을 극대화 하는 장면. 경미 모녀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된 도식이 주변을 몰래 배회하는 장면. 이러한 장면들은 이 영화가 긴장감을 유발하는 주된 방법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두 가지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관객도 금세 익숙해진다. 드라마가 없다 보니 스토리에서 줄 수 있는 새로운 긴장감도 유발해내지 못한다.
▲ <미드나이트> 스틸컷 |
ⓒ CJ CGV |
극 중에서 경미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만, 장애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기 어렵다. 그때마다 도식은 넌 세상에서 무시당하는 존재라고 조롱한다. 이 장면에서 연출은 장애를 사회적인 숙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포장하는 우를 범한다. 인물 사이에 드라마가 적기에 경미의 장애를 건드리며 분노의 감정선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모습만 보인다.
<미드나이트>는 오락성에 주력한다는 핑계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면서 표현을 조심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스릴에 중점을 두고 관객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는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서사와 개연성의 부재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긴장감을 유발하는 스릴러는 드물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만 연속으로 이어 붙인다고 스릴러가 탄생하는 게 아니다. 관객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높은 밀도로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측을 벗어나는 전개나 드라마도 있어야 한다. 부지런히 추격전을 펼치는 주인공들처럼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부지런함을 보였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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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와 오디오클립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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