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애들 조건 돌리는중"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무서웠다

채혜선 2021. 7. 4.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가출팸' 관련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온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15세 여자입니다. 일행 구하거나 도움 줄 분 없나요?”
가출 청소년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인 이른바 ‘가출 팸(가출+패밀리)’ 관련 페이스북 그룹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여기엔 “재워줄게요” “연락해주세요” 등과 같은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한 네티즌은 “남자들이 주로 글을 쓰는 거 같아서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가출 팸’ SNS 그룹 들어가 보니

15세 여성이라고 밝힌 이가 도움을 청하자 달린 댓글들. 사진 페이스북 캡처

7500여명 넘게 모여 있는 해당 그룹은 비공개로 운영된다. 이곳은 가출 팸 일행 등을 구하는 게 목적이다. 관리자 승인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다. 가입 후 해당 그룹을 살펴보면 집을 나와 머물 곳이 없는 10대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16세 남자인데 밥 사주거나 며칠만이라도 재워달라”와 같은 식이다.

“도움을 줄 테니 내게 연락하라”는 사람도 많다. 이들처럼 가출 청소년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려는 이는 ‘헬퍼’라고 불린다. ‘헬퍼’는 주로 서울·경기 등 자신이 있는 지역을 쓰며 “개인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한다.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10대와 ‘헬퍼’가 연결되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자신을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40대 싱글 아빠”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가출한 친구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배고플 때 식사해결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연락 달라”는 글을 올렸다.


위기의 아이들…“조건 하자”는 헬퍼들

조건만남 권유 사례로 올라온 카카오톡 대화.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가정을 벗어난 청소년이 처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6일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의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과제: 가정복귀 프레임을 넘어’란 보고서는 “가정 밖 홈리스 청소년이 집을 나오는 순간 곳곳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은 11만 5700여명에 이른다.

특히 허 조사관은 “여성 청소년의 가출은 성매매로의 유입을 가속하는 조건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해당 페이스북 그룹에서도 집을 나왔다는 여성 청소년에게 성매매 알선행위인 이른바 ‘조건만남’을 권유하는 이들이 속출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딱 말해서 조건(만남)인데, 여자애를 돌리고 있다. 일주일만 하자. 한다고 하면 (내가) 데리러 가겠다”는 메시지를 여성 청소년에게 보낸다고 한다.


“도와주겠다는 순수성 의심하세요”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는 버스를 운영하며 위기에 빠진 아이들에게 심리상담 등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더작은별'

“가출 팸을 찾는다”며 10대들이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에는 전국에 있는 청소년 관련 지원센터나 청소년 쉼터 측의 댓글도 잇따른다. “도움이 필요하면 쉼터를 찾아달라”면서다.

한 청소년 인권 센터의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청소년에게 금품·금전을 대가로 한 조건만남·유사성행위 제안 등 성 착취 피해나 신체·영상 사진 유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위험성을 같이 안내하기 위해 댓글을 달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더작은별’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은 쉼터 등을 찾기보다 인터넷 등에서 만난 또래와 같이 움직이거나 ‘헬퍼’를 따라가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건 없이 돕겠다는 ‘헬퍼’의 순수성을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헬퍼’는 대부분 남자다. 청소년 보호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이용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아이들이 위험한 길로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댓글을 달고 있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낯선 어른 등을 믿지 말고, 경찰·쉼터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