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 된 생산차질에 파업가능성까지..소비자들 "車 언제 나오나요"

유제훈 2021. 7. 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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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상반기에만 7만대 생산차질
'수출사활' 한국GM·르노삼성도 좌불안석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이기민 기자] 하투 시즌이 임박하면서 자동차업계는 또 다시 생산차질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완성차 생산차질이 일상화 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업까지 발생할 경우 출고지연 사태가 더욱 심화되는 것은 물론, 순항 중인 수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생산차질 이어지는데 파업카드…소비자 ‘발동동’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상반기 누적 생산차질 대수는 약 7만대에 달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휴업 및 특근 중단에 더해 코로나19에 따른 근무시간 조정 등이 맞물린데 따른 결과다.

이달 들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일부 안정화 되면서 생산차질은 줄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정상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는 엔진제어장치(ECU) 등 일부 핵심 부품의 수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1~5월 국내 완성차 기업의 누적 생산량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이전인 지난 2019년 대비 7% 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파업과 이에 따른 생산차질이 현실화 될 기미가 보이면서 소비자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출고지연이 일상화 된 가운데, 파업까지 빚어진다면 이런 상태가 더욱 장기화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실제 국내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의 경우 출고 대기기간이 1년 이상이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은 차량 인도까지 8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최근 훈풍을 타고 있는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80만4944대를 판매해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했는데, 파업이 현실화 되면 반도체 수급난이란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3분기 여름휴가, 추석 연휴, 아산공장 라인 공사(아이오닉6 관련)로 영업일수 부족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업 가능성 까지 더해진 상황"이라면서 "이는 3분기 전년 대비 생산·판매 증가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수출에 사활을 건 외국계 완성차 기업들은 생산차질이 심화 될 경우 상당폭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노동조합이 다음주 파업 찬반투표를 예고한 한국GM도 지난 2월부터 본격화 된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로 각 공장의 가동률을 50%로 낮추는 등 심각한 생산차질에 시달렸다. 업계에선 한국GM이 상반기에만 약 3만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소년 가장’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의 가동이 정상화 되면서 한 숨을 돌렸지만, 한국GM 노조가 파업으로 치닫게 되면 이마저도 도로 아미타불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XM3(유럽 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유럽 수출에 사활을 건 르노삼성 역시 노사관계가 아킬레스 건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파업 등으로 106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가운데, 지난달부터 판매가 본격화 된 XM3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미래 구상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청구서’에 정년연장·산업전환협약까지

문제는 협상 전망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노조들이 코로나 청구서를 꺼내들면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일찌감치 임금동결에 합의, 무분규로 교섭을 매듭지은 바 있다. 기아도 파업이란 부침을 겪었으나 결과적으론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한국GM의 경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임금을 동결해 온 상태다.

그런만큼 각 노조도 강경한 자세다. 현대차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내 "지난해 여타 대기업과 공기업이 임금인상을 단행하고 풍족한 성과급으로 직원의 사기를 진작시켰음에도 사회적 어려움과 같이하기 위해 임금동결과 부족한 성과급으로 교섭을 무분규 타결했다"면서 "조합원들의 평균임금은 대기업 중 5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더 이상의 희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생산직 위주의 기존 노조에 반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조직된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도 임금 문제에 대해선 이구동성인 상황이다. 이건우 사무·연구직노조 위원장은 "성과금은 합리적 산정 기준을 통해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우리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면 이렇게까지 임직원의 분노가 들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기아·한국GM 노조가 상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함께 요구 중인 정년연장(만 64세)안, 산업전환협약 요구안 등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정년연장이나 산업전환협약 모두 사측의 경영전략과 연계된 부분인 만큼 사측이 수용 또는 확약하기 어려운 요구안인 까닭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란 이슈에도 1·2분기 자동차 수출은 상당 부분 올라왔다"이라면서 "다만 이런 단계에서 노조들이 연쇄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겨우 키워온 수출의 불씨가 꺾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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