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의 M&A 매직..현대백화점 유통·패션·리빙 '3대 축'

명순영 2021. 6.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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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은 ‘강북’이었다. 백화점 상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남 압구정은 배나무 밭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들어선 황량한 곳이었다. 하지만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삼남) 생각은 달랐다. 강남 압구정이 신흥 부촌으로 올라서리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유통에 자신 있었다. 상가 내 슈퍼마켓 사업과 울산 현대쇼핑센터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다카시마야백화점 후타코타마가와점 성공도 그에게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강남권 백화점 진출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부친 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적극 설득했고 결국 사업을 승낙받았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강남 백화점 시대 서막이자, 지금은 생활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프리미엄’ 백화점의 시초였다.

2021년 6월 현대백화점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정몽근 명예회장에 이어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 오른 정지선 회장은 지난 50년의 성장을 토대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그룹 역사를 한 줄로 압축한다면 과감하고 열정적인 도전의 연속”이라며 “반세기 동안 축적된 힘과 지혜를 바탕으로 100년 그 이상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밝혔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개점식에서 매장을 돌아보는 故 정주영 명예회장(첫 번째 사진 오른쪽)과 정몽근 명예회장(사진 왼쪽). 아래 사진은 정지선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유통·패션·리빙 ‘3대 축’

▷종합생활문화기업 도약

정지선 회장 말대로 현대백화점그룹 역사는 ‘도전’으로 이어왔다.

1971년 정몽근 명예회장이 창립한 금강개발산업이 현대백화점그룹 모태다. 창립 초기 현대그룹 임직원 복지와 단체급식 등을 주로 담당해왔다. 2000년 사명을 현재의 현대백화점으로 바꿨다. 이후 2001년 TV 홈쇼핑 사업권을 획득하며 사업 다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당시 백화점 업계 매출은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 전국 108개 백화점 점포 중 45곳이 문을 닫았다. 유통가에 부도와 구조조정 소식이 줄을 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역발상’으로 맞섰다. 1997년 천호점을 시작으로, 1998년 부도에 직면한 울산 주리원백화점과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했다. 위기 이후 도약을 대비한 포석이었다. 아울러 소비자와 중소 납품 업체를 보호하고 국내 유통을 안정해야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백화점이 출점을 자제하던 2000년대에도 미아점(2001년), 목동점(2002년), 중동점(2003년)을 잇따라 열었다.

비전 2020 선포식 사진(좌)과 올해 개점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내부 전경(우).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34살에 경영 나선 ‘정지선 효과’

▷판교 이어 더현대 흥행몰이

정지선 회장은 부친인 정몽근 명예회장이 2006년 퇴진한 뒤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당시 그의 나이 34살. 유통가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비약적 성장 비결을 ‘정지선 효과’로 분석한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을 백화점을 넘어 ‘종합생활문화그룹’으로 재도약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정지선 체제’에 들어선 현대백화점그룹은 본업을 유지하며 동시에 새 판을 짜나갔다. 유통 사업은 2010년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을 시작으로 대구점(2011년), 충청점(2012년), 디큐브시티점(2015년)을 차례로 열었다. 2015년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김포(2015년)와 인천광역시 송도신도시(2016년)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선보이며 아울렛 사업에도 첫발을 내디뎠다. M&A(인수합병)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2년 국내 여성복 1위 기업 ‘한섬’과 가구 업체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를 차례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패션과 리빙·인테리어 사업 모두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인 결정이었다.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 부문’까지 추가로 품으며 국내 대표 패션 전문 기업 반열에 올랐다. 리빙·인테리어 부문에서는 2018년 종합 건자재 기업 ‘한화L&C(현 현대L&C)’를 인수하며 선두 업체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정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섰다. 2015년 렌털 전문 기업 ‘현대렌탈케어’를 독자 설립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며 면세점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천연 화장품 원료 1위 업체인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뷰티·헬스케어 사업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1월에는 복지서비스 전문 기업 ‘이지웰(현 현대이지웰)’을 인수하며 선택적 복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0년 ‘비전 2020’ 발표 후 대규모 투자와 10여건의 대형 M&A를 성사한 것이다. 이로써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3대 축으로 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100년 기업 도약 준비 중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목표

성과는 뚜렷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출점 5년 4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1조 클럽 가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와 ‘오프라인 매장 침체’라는 악조건을 뚫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올해 2월 서울 여의도에 선보인 미래형 백화점 ‘더현대 서울’ 역시 화제였다. 기존 백화점 틀을 깨는 파격적인 공간 구성으로 오프라인 유통 산업에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들었다. 1971년 창립 첫해 8400만원에 불과하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20조원으로 불어났다. 재계 순위(자산 기준)는 2020년 기준 21위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정 회장은 올 초 그룹 청사진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현재의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에,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 같은 미래 신수종 사업을 더해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그룹 내 제조·플랫폼 사업 영역과 시너지가 예상되는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등의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다. 메가 트렌드·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투자와 인수합병에도 속도를 낸다.

‘ESG 경영’도 강화한다. 현대백화점은 이사회 산하 ‘ESG 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사내 대표이사 직속 ESG 전담 조직(ESG 추진 협의체)도 신설했다. 정지선 회장은 “기부나 봉사, 후원 등 단순한 사회 공헌 활동과 별개로 유통 기업으로서 자원과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경제적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5호 (2021.06.30~2021.07.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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