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공정을 위한 시장 활용법

2021. 6. 29.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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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정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십여년 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도 '공정한 사회'를 말했었다.

선택의 자유, 사회이동성 확대, 공정 경쟁, 재분배 정책이 시장을 잘 활용하는 법이다.

이왕 시작한 공정으로의 여정, 책도 시장도 제대로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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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다시, 공정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십여년 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도 ‘공정한 사회’를 말했었다. 평등, 공정, 정의를 향해 쏘아 올린 산업·노동·복지·부동산정책의 낙진이 한창인데 한 걸음 공식 후퇴와 완곡한 노선 수정이 이미 시작됐고, 그사이 공정을 말하는 다른 목소리들이 등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저서, 때맞춰 출간된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책까지 동원돼 나의 공정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룰 것인지, 왜 너의 공정보다 나은지를 겨루는 가치와 정책 경쟁의 새 장이 활짝 열렸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축구 경기의 심판이 공정해야 하듯, 공정은 과정에 관한 것이다. 경제 문제에서 공정 논란의 핵심도 분배된 보상이 공정한 과정에 의한 결과인가다. 해질녘에 일을 시작한 포도원 일꾼과 새벽부터 수고한 일꾼의 보상을 어떻게 결정해야 공정하다 할 수 있을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대우한다는 기초 위에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가질지를 정하는 분배 방식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곧 시장이 공정한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된다.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을 통해 보상이 결정된다. 가격이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재화나 서비스 그리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 욕구의 도덕적 옳음에 대해 시장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그래서 장기매매나 마약류는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용인하지 않기로 시장 밖에서 정해줘야 한다. 시장의 작동을 조작·왜곡시키거나 반칙하는 참여자들에 대한 감시와 엄벌도 시장 밖에서 이뤄져야 할 작업이다. 또 시장은 체급을 따져서 입장시키지 않는다. 상대편이 골리앗인 시합에 참여하고 싶은 다윗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도 링 밖에서 정해져야 한다. 다윗끼리 시합하게 해야 할지, 다윗에게만 무기를 줄지, 다윗에게 10점 접어주기를 해줄지, 골리앗도 동의하는 게임의 룰을 정해야 한다. 룰이 합의되고 심판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한판 승부의 승패와 보상은 평등하지 않지만 공정하다.

동등한 조건, 공정한 시합을 위한 링 밖 조율은 가변적이고 최선일지라도 완벽이 보증되지는 않는다. 체급 차이와 경기 결과에는 노력, 잠재력, 행운이 신비롭게 작용하고, 경기 운영 미숙과 반칙도 늘 일어난다. 그래서 룰에 대한 합의와 투명한 공개는 기본이고, 뛸 수 있는 시합의 종류와 횟수가 많아야 하고, 체급을 키우지 않을 선택과 체급을 키울 기회가 모두 존중돼야 한다. 경기 운영을 엄격히 해야 하고 경기력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승자의 보상 일부를 활용할 수 있다. 선택의 자유, 사회이동성 확대, 공정 경쟁, 재분배 정책이 시장을 잘 활용하는 법이다. 링을 탓하기보다는 링 밖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재난지원금, 정규직 전환, 여성·청년할당제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같은 사람을 같게 대하는 공정과 다른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공정이 외나무다리에서 마주 선 상황과도 같다. 다리 위에서 밤을 새울지, 같이 강물로 직행할지, 안전하게 둘 다 다리를 건너게 될지 결말이 불안하게 열려 있다. 너와 나의 공정이 다르지만 또 동등하게 옳다는 전제하에서, 완벽한 공정의 차선책으로서 허용 가능한 불공정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가 두 공정이 이웃 돼 살아가는 공동체의 명운을 결정한다.

다시 책. 능력주의가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양산한다고 호되게 꾸지람하더니 결론은 능력에 대한 겸손, 도덕적 연대, 의사소통의 합리성이었다. 이왕 시작한 공정으로의 여정, 책도 시장도 제대로 활용하자.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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