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여성의 권익을 오히려 해치는 평등법

2021. 6. 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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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선필 교수의 평등법 해악을 말한다 <2>


대한민국 헌법은 양성평등의 이념을 구현한다. 역사적으로 양성평등 이념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았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여성에 대한 차별금지→ 여성에 대한 배려·보호 및 여성의 참여 지원→ 양성의 동등한 참여·대우’의 순서로 발전·확장됐다.

양성평등과 관련해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일반적 평등원칙을 선언한다. 불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특별규정으로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 근로 영역의 차별금지, 혼인 및 가족생활에서 차별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은 모든 영역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한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성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성별(젠더)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 넣어놨기 때문이다.

평등법은 성별정체성의 정의를 규정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성별정체성을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또는 표현을 말하며, 자신이 인지하는 성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상황을 포함한다”라고 했다. 평등법의 성별정체성도 아마 이런 의미로 사용될 것이다.

평등법은 성별을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 집어넣은 것은 한국 법체계에서 ‘트랜스젠더리즘(transgenderism)’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성별정체성이 자신의 성별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표현’도 포함한다는 점이다. 즉 종래의 젠더정체성에 ‘젠더표현(gender expression)’까지 아우르고 있다. 젠더표현은 옷차림·헤어스타일·액세서리·화장 등을 포함한 신체적 외관, 버릇, 말투, 행동 양식, 이름 등으로 자신의 젠더를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젠더표현을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할 경우, 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의 젠더표현도 존중해줘야 한다.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삼는 순간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까. 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 여성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했다면 그 사람은 괴롭힘이라는 차별을 한 것이 된다.

그뿐 아니다. 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 여성이 여성 화장실·탈의실, 여성보호 시설, 여성 교도소를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외관상 성별 특성이 불분명한 경우 가짜 트랜스에 의한 범죄 발생도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도 평등법 제23조는 “상업·공공시설의 소유·관리자는 성별 등을 이유로 시설물의 사용·임대·매매를 제한·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여성 안전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다.

한편 평등법 제27조에 따르면, 문화·체육·오락의 공급자는 성별이나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문화 등의 공급·이용에서 배제·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는 트랜스 여성이 여성 스포츠에 참가할 권리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성 스포츠 경기에 생물학적 남성이 참여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당연히 공정성이 저해되고 ‘진짜’ 여성의 평등권이 침해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는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랜스 여성에 대해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반발한다. 남성으로 이익·특권을 누리다가 이제 또 다른 이익을 얻으려고 여성의 지위를 차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트랜스 여성이 여자대학에 합격하고, 군 복무 중 트랜스 여성이 된 남성이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겠다고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태어난 여성(born woman)’과 ‘만들어진 여성(made woman)’ 간 평등이 오히려 여성에 대한 불평등으로 귀결되는 모순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평등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태어난 여성과 만들어진 여성 간 차별, 젠더 간 차별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진짜’ 여성의 권익을 침해하는 황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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