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우리는 지혜롭게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2021. 6.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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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중간에 나가는 사람을 위해 장의자에서 다리를 바짝 뒤로 당겨야 하는 일,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헤매다 예배 시간에 지각한 일, 주일이면 성가대와 교회학교 교사 등으로 섬기느라 가족이 오히려 더 만나지 못한 일, 본당 에어컨이 너무 추워 설교에 집중하지 못한 일.

코로나19로 비대면예배를 드리는 동안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다치거나 아플 때,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직업에 종사할 때 등 특수하게 여겨진 상황이 비대면예배의 조건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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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중간에 나가는 사람을 위해 장의자에서 다리를 바짝 뒤로 당겨야 하는 일,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헤매다 예배 시간에 지각한 일, 주일이면 성가대와 교회학교 교사 등으로 섬기느라 가족이 오히려 더 만나지 못한 일, 본당 에어컨이 너무 추워 설교에 집중하지 못한 일. 코로나19로 비대면예배를 드리는 동안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그런 일을 겪어야 할 시기가 왔다. 백신의 늘어난 보급률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돼 많은 성도가 현장 예배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이 싫어서 예배를 못 나가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떠밀리듯 시작한 비대면예배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을 발견했다는 거다. 비대면예배를 드리며 그동안 당연시했던 불편들이 온전히 예배를 드리는 데 적잖게 방해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시달려 주일만이라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하나님께만 집중할 수 있는 온라인예배가 도움이 된 사람도 있었다. 교회학교에 출석했던 손주들과 함께 거실에서 예배를 드려 흐뭇했던 조부모들의 이야기도 있다.

그동안 비대면예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치거나 아플 때,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직업에 종사할 때 등 특수하게 여겨진 상황이 비대면예배의 조건이라 여겼다. 이마저도 온라인예배 중계가 가능한 교회에 출석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런 모든 전제 조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어느 교회에서든지 비대면예배를 드릴 수 있는 상황을 가능하게 했다. 예배를 드리는 것이 곧 예배당에 가는 것이라 여겨졌던 공식이 깨진 것이다.

예배만 그럴까.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는 학교에 가서 하는 것이란 고정관념이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으로 깨졌다. 기업도 그렇다. 집에서도 일할 수 있고, 출장 대신 화상 회의로 가능한 일도 많았다.

온라인 공간은 아이들의 놀이터로만 여기던 생각도 깨졌다. 최근 한 대학은 가상세계 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학 운동장을 만들고, 신입생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입학식에 참여하도록 했다. 예년의 오프라인 입학식보다 참여율이 높았다고 한다.

가상 공간은 가짜가 아니다. 다른 공간이다. 예배학자 테르사 베르거의 책 ‘예배, 디지털 세상을 만나다’에서 신학자 자나 베넷이 했던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그리스도께 신실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에 교회는 나서야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예배드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공간에서 예배드릴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그동안 대부분의 개교회에서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원거리에서 출석하는 성도들이 증가했다. 새벽기도회와 수요예배, 구역예배(셀 또는 목장)와 같은 주중 모임의 출석 인원이 줄어가는 데 따른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주일만 되면 주차 문제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교회도 제법 많았다. 비대면예배와 온라인 성경공부 모임 등을 기존의 대면예배, 친교, 봉사와 조화를 이룰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큰 수고가 따르겠지만 잃어버린 줄 알았던 드라크마 하나를 찾은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눅 15:9)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지혜롭게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했던 것이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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