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웹툰 그리는 재능 갖고 조선 시대 태어난..

김소연 2021. 6. 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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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신이 다음 생에 가지고 태어날 세 가지 재능을 주겠다고 했다. “재미있는 웹툰을 그릴 수 있는 능력, 임요환을 능가하는 프로게이머의 능력, 마지막으로 로또 번호를 맞힐 수 있는 능력을 주세요.” 신을 그의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하였고… 그렇게 세 가지 재능을 가진 조 군은… 조선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네이버웹툰 ‘마음의소리’ 84화 中) # 우리 사회가 진정한 능력 시스템을 토대로 돌아가려면 모두가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펼치는 삶의 레이스는 모두가 똑같은 출발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개인 경주’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인생 출발점’이라는 배턴을 물려받는 ‘릴레이 경주’가 되어버렸다. 릴레이 경주에서 부유한 부모를 둔 사람은 처음부터 결승점에서 혹은 결승점 근처에서 출발하는 반면, 가난한 부모를 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한참 뒤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격차는 더 심각한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능력주의 신화는 지금 더더욱 위험하다. (‘21세기에 능력주의는 어떻게 오작동되고 있는가’ 中) # 이런 대안을 생각해보자. 매년 4만명 이상 학생이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가 제시하는 신입생 정원 2000명 안에 들기 위해 몰려든다. 4만명의 지원자 가운데 다니기 힘들어 보이는 일부만 솎아낸다. 2만~3만명 정도 남은 지원자를 두고 극도로 어렵고 불확실한 선별 작업을 다시 할 것이 아니라 제비뽑기 식으로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이 대안은 능력주의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능력이 있는 사람만 합격 가능하다. 그러나 능력을 극대화되어야 할 이상으로 보기보다 일정 관문을 넘을 수 있는 조건으로만 본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中)

요즘 최고 ‘hot’한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내세운 ‘능력주의’가 아닐까요. 일각에서는 ‘능력주의’에 ‘공정’이라는 단어를 결부해 환호하고, 반대편에서는 “능력주의 윤리는 패자를 굴욕과 분노로 몰아간다”면서 경계합니다.

네이버 최고 인기 웹툰이었던 ‘마음의소리’ 84화 내용처럼 능력은 그 능력을 인정해주는 시대와 부합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시대에 딱 맞춰 태어난’ 우연이 능력주의의 기본일 수도요. 현재의 능력을 가르는 일반적인 기준은 ‘시험’입니다. ‘시험’이라는 기준에서 부모의 경제력 등을 포함한 여타 요소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역시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내용입니다. 사실 부모도 ‘운’입니다. 결국 나의 능력은 ‘운’에 기댄 부분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샌델이 명문대학 입학을 ‘제비뽑기로 정하자’는, 다소 우스꽝스럽고 비합리적인 것 같은 대안을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능력주의 신봉이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능력주의를 비판만 하는 것’도 해결책은 아닙니다. ‘능력주의보다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외침은 그럴싸하지만 공허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죠. 어쩌면 ‘능력주의’ 논란의 진짜 의미는 그 방안을 찾아나가는 시발점이 되는 것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5호 (2021.06.30~2021.07.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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