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위험저감 담배를 위한 변명

명진규 2021. 6. 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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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담배의 역사는 1945년 광복을 기념해 만든 '승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담배에는 '무궁화' '건설' '재건' '새마을'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중 하나로 담배가 지목받으며 유해성으로 인한 의료비 팽창, 간접흡연, 화재 원인 등 외부 불경제를 만들어 내고 이를 사회적 한계비용으로 인식해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피구세(후생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의 이름을 딴 세금)'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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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우리나라 담배의 역사는 1945년 광복을 기념해 만든 ‘승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담배에는 ‘무궁화’ ‘건설’ ‘재건’ ‘새마을’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전후 국가경제를 재건한다는 취지 아래 세수의 근간을 이루는 담배산업이 장려된 배경이다.

당시만 해도 담배에 붙는 세금은 사치, 기호품으로 여겨 매겨졌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 세금의 성격이 바뀌었다.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중 하나로 담배가 지목받으며 유해성으로 인한 의료비 팽창, 간접흡연, 화재 원인 등 외부 불경제를 만들어 내고 이를 사회적 한계비용으로 인식해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피구세(후생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의 이름을 딴 세금)’로 바뀌었다.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을 살펴보면 건강증진기금, 담배소비세, 개별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로 구성된다. 통상 궐련형 담배 한 갑 가격의 74%가 세금이다. 담배 가격이 오를 때마다 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한동안 ‘유해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던 담배 업계에 논란을 가져온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다. 태우는 대신 가열한 증기를 흡입하다 보니 유해성이 줄었고 세금도 적게 내야 한다는 것이 담배업계 측 주장이었다. 적어도 화재 발생 위험은 사라졌으니 외부 불경제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이후 니코틴만을 흡입하는 전자담배가 나타나며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기존 담배 세금 체계를 니코틴 용량에 대응하며 전자담배가 궐련형 담배만큼 비싸지는 상황이 됐다. 논란이 있지만 전자담배 역시 간접흡연 피해가 있고 니코틴을 녹이기 위한 화학물질 역시 암을 유발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며 전자담배 시장은 초토화됐다.

최근에는 머금는 담배가 논란이다. 머금는 담배는 손톱 크기의 티백처럼 생긴 파우치에 담배를 넣어 잇몸에 끼운 상태로 니코틴을 흡수하는 담배다. 태우지 않다 보니 화재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연기를 내뿜지 않으니 간접흡연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흡연 시 발생하는 타르 등 상당수의 유해물질이 담배를 태울 때 발생하다 보니 발암물질도 크게 줄어든다. 담배업계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머금는 담배는 2019년 10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가 위험저감 담배제품으로 최초로 허가하기도 했다.

외부 불경제 요인이 적다 보니 세금도 싸다. 일본에서 머금는 담배는 궐련형 담배 한 갑 분량에 약 1000원 정도의 세금을 매긴다. 하지만 국내서는 궐련형 담배와 같은 1g당 세금을 매기다 보니 1만9000원에 달한다. 유럽에서 연간 17억개, 미국에서 8억개가 소비되는 머금는 담배가 국내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이유다.

전자담배와 머금는 담배 모두 청소년들이 쉽게 흡연을 접하게 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일리는 있지만 납득하기는 어렵다. 방송에서 담배 광고는 불가능하지만 술 광고는 가능하다. 각종 드라마 등에서 흡연 장면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음주 장면은 더 많아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초 심야시간에 주류 가상·간접광고를 일부 허용하려 했지만 보건복지부 등이 반대 의견을 내놓아 무산됐다.

한국 사회는 술에 유독 관대하지만 취객들이 저지르는 ‘주취폭력(주폭)’을 고려한다면 술 역시 외부 불경제 요인이 만만찮다. 담배와 술 ‘둘 다 해롭다’는 것이 정답에 가깝지만 적어도 과세의 형평성은 유지돼야 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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