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삶

문채석 2021. 6. 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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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나'.

아주 잠시 눈을 붙인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 사는 삶을 흉내 내는 건 아닐까.

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남들이 인정할 만한 성취를 하기 위해 '바쁘게 보이는' 삶보다 주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삶을 준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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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나'. 아직 이른 새벽이다. 다행이다. 아주 잠시 눈을 붙인 것 같다. 다시 시계를 보니 5시가 조금 넘었다.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다. '좀 더 잘까.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할까', '뭘 입고 나가지. 오늘은 어떤 분들을 만나 뵙지'. 몸은 누워 있지만 이미 하루를 시작한 것 같다.

오전 8시부터는 본격적인 업무 회의가 어김없이 시작된다. 집중하지 않으면 어제의 회의 내용과 혼선을 빚을 때도 있다. 누구의 지지가 필요한지, 어떻게 그를 설득할지 고민해야 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절반도 하지 못했는데 전화를 받느라 시간이 지체된다. 갑작스러운 업무 미팅이 잡힌다. 저녁 약속시간은 다가온다. 업무를 함께 해야 할 다른 회사 분과의 저녁 자리라 긴장된다. 그래도 오늘은 운전 시간이 적어 덜 피곤하다. 식사 후 집에 돌아왔다. 끝내지 못한 일이 있지만 좀 쉬었다 노트북을 켜야겠다. 오늘도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고 만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비슷하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루가 유지되고 있다.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 사는 삶을 흉내 내는 건 아닐까. 앞을 보고 나아가려 하다 자칫 내 주위의 소중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곁눈질을 할 수 없도록 눈가리개를 낀 경주마는 눈앞에만 집중하며 결승선을 향해 뛸 수 있지만, 결승선에 들어온 뒤에야 옆에서 뛰던 가장 친한 친구가 달리다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부축해주기엔 이미 늦었다.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새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법을 잊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친구가 속상한 마음을 전하거나 아이가 학교에서의 재밌는 일을 말하면 맞장구를 쳐주지만, 머릿속에선 어떤 내용인지 귀담아듣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뭐 그리 대수냐’는 이도 있겠지만 놀이터에서 뛰노는 꼬마들 사이에서도, 나라의 정사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상대를 헤아리려 하는 노력이 없으면 의미 없는 시간과 관계를 갖게 된다.

영화로도 제작된 어느 일본 사진 작가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고객의 꿈을 연출해내는 사진을 찍으며 명성을 얻었다. 성공한 사업가를 꿈꾸는 고객을 위해 으리으리한 사무실에서 화려한 옷차림으로 비서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장면을 찍어주는 식이다. ‘연출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몰려오는 요청만 다 소화해도 그는 유명 작가로 승승장구했을 것이다.

그는 사진 속엔 많은 이들의 소중한 과거, 아름다운 현재, 마음으로 그리는 미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소명을 펼친다. 바로 지진이 발생한 재난 지역을 찾아다니며 버려진 물건들 속에 묻힌 사진들을 복원해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었다. 먼지 투성이인 재난 지역을 돌며 사진 복원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내가면서 무료로 주인을 찾아 줬다. 힘들고 돈벌이도 안 되는 일일 뿐이다. 돈벌이와 명성을 쌓는 일과는 거리가 먼 선택을 했지만, 그는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따뜻한 하루를 매일 맞이하게 됐다.

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남들이 인정할 만한 성취를 하기 위해 ‘바쁘게 보이는’ 삶보다 주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삶을 준비해 보고 싶다. 옆에 있는 다른 이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더 풍족한 하루가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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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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