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즙 배달원으로 일한 경험으로 쓴 소설
[정무훈 기자]
▲ 녹즙 배달원 강정민 책 표지 |
ⓒ 한겨레출판 |
<녹즙 배달원 강정민>은 여성 청년이 배달 노동을 하며 웹툰 작가라는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성장기다. 주인공인 정민은 녹즙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녹즙 판매 수당을 받는 '위탁판매원'에 가까운 존재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불안정한 위치에서, 녹즙 값을 상습적으로 연체하거나 성희롱을 일삼는 손님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그의 고달픈 일상을 달래주는 건 오직 술뿐이기에, 정민은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여러 가지 사건으로 화가 나서 쿠팡 회원을 탈퇴했다. 쿠팡 탈퇴는 소비자로서 기업의 윤리적 경영을 촉구하는 나의 작은 시위이다. 하지만 회원 탈퇴가 쿠팡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전가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는 배달과 배송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버텼다. 하지만 로켓 배송, 새벽 배송, 당일 배송의 구호 뒤에는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이 숨겨져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대기업의 이익은 극대화되고 외주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증가하는 양극단의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녹즙 배달원 강정민>은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는 강정민의 삶을 통해 희망을 잃어가는 MZ 세대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가 실제 녹즙 배달원으로 2년여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아직 젊은데, 언제 멀쩡한 일 할 거예요?"
이런 사람들이 나와 매우 친하기라도 한 것처럼, 정말 내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듯이 물어볼 때마다 짜증이 왈칵 치민다. 그렇다고 티를 낼 순 없으니 영업용 미소를 짓기 위해 얼굴근육을 조정하는 데도 이제 이골이 났다. 글쎄요,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이런 말들과 함께 대강 넘어가긴 하는데, 뭐는 멀쩡한 일이고 뭐는 안 멀쩡한 일이란 말인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멀쩡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늘 꾹 눌러 참는다. 멀쩡한 일과 멀쩡하지 못한 일의 경계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내 노동의 값을 얼마나 후려치고 있는지를 알게 되고 말았다. - 본문 중에서
노동의 가치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에서 나온다. 부당한 차별과 저임금, 비인격적 대우를 받으면 자존감이 추락하고 생존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는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투자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 현실에서 좌절한 사람들은 고통을 잊기 위해 일시적인 위안을 찾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 인터넷 중독, 비트코인(주식) 중독에 빠진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구직 포기자의 삶으로 내몰린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가정이나 개인의 문제로 은폐된다는 것이다.
한(恨) 처먹을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이미 한 많이 처먹은 사람이지만 티는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가끔 주르르 흘러나온다. 분명히 사람들이 싫어할 텐데, 하면서도 주체할 수가 없다. 한두 명이 이런 게 아니고 수많은 사람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그건 심각한 사회문제다. 그건 그렇다 쳐도 이미 한을 먹어버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길모퉁이마다 괴물을 만나는 기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길모퉁이마다 괴물을 만나는 기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종종 무기력에 빠지는데 김현진의 글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어서 나도 녹즙 한 포 들이켜고 다 덤비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 오지은(뮤지션, 작가) 추천의 글 중에서
지금의 청년세대가 N포 세대 즉 한이 맺힌 세대가 되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이제 나서야 한다. 기성세대가 '나 때(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힘든 시절을 노력으로 이겨 내라는 잔소리를 반복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기성세대가 젊은 시절에 도전하지 못했던 꿈과 살아 보고 싶었던 인생을 청년세대가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훗날 청년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살아온 젊은 날을 돌아보며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해 주어야 한다.
'정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아. 그렇지만 생각해. 계속 생각하며 세상에 부딪혀. 세상을 바꾸는 걸 그만두면, 그때부터는 정말 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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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같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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