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더 다양한 사람

채혜선 2021. 6. 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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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선 사회2팀 기자

‘시선2035’ 칼럼을 쓰게 되면서 비슷한 연령대 필자들이 다른 언론에 기고하는 글을 많이 찾아봤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들의 생각이 궁금해서다. 그 가운데 특히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것은 “더 다양한 사람의 글을 보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다.

여기에는 “언론이 성별·학력·지역·나이·직업·경제력 등 다양한 범주에 속한 시민의 글을 자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젊은 엘리트의 목소리 말고 당사자의 이야기는 또 다른 힘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필자 주장대로 낯선 타인이 직접 들려주는 진솔한 경험은 사회에 울림을 주는 묵직한 한방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본 뒤 ‘다양한 범주에 속한’ 사람이 아닌 내가 2030의 시선을 대변한다며 신문에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청년 세대 문제를 조명한 책 『세습 중산층 사회』에 따르면 “90년대생은 출신 학교, 직업, 소득, 자산 나아가 결혼 등 사회적·문화적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중의 불평등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일까. 당장 책에서 그 예로 설명된 “20대 내부에서 ‘주변부’를 형성하는 지방대생과 고졸자”의 삶도 잘 모르는데 말이다.

‘박탈감닷컴’ 접속 화면. [박탈감닷컴 캡처]

청년 세대에 속하지만 단지 나잇대만 운 좋게 맞아떨어졌을 뿐이라는 반성이 종종 밀물처럼 밀려왔다. 현재 20대가 느끼는 고단함을 공감한다고 하기에는 나는 그들보다 좋은 여건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땐 힘들었지만, 이미 지나온 터널이다. 이런 내가 어찌 ‘내 생각=2030의 마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항상 부끄러웠다.

25세 대학생인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의 임명에 청년들의 아쉬운 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단편적’인 정치 이력만 있는 그가 다중적이고 복잡한 청년들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졸업한 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후배들은 “정치적 감투 몇 개만 거친 그가 어떻게 우리 마음을 알 수 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박탈감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청년 비서관이면 청년의 힘듦을 대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다. 온라인에서는 “준비된 청년이 아니라 여의도를 서성거리던 청년이 올라왔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더울 땐 더운 데서 추울 땐 추운 데서 일하는 사람, 중소기업에 취업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2년 동안 꽉 채워본 사람, 지방대 졸업생, 고졸…. 어른들이 이참에 큰맘 먹고 2030에 주목해준다고 한다면 ‘다양한 범주에 속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인 걸까. ‘더 다양한 사람’을 언론에서, 정부에서 보고 싶다.

채혜선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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