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뚫린 청와대 인사 검증, 계속 이대로 둘 건가
검증 시스템 고쳐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온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어제 경질됐다. 만시지탄이고 당연한 일이다. 청와대는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게 아니다’고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그가 보유한 비주거 목적의 건물과 땅을 살펴보면 통상적 부동산 취득 경위와는 거리가 멀다. 공직자라기보다 부동산 전문 투자자로 보일 정도여서 많은 국민이 혀를 차는 상황이다. 더구나 반부패비서관은 부동산 투기를 포함한 공직자 부패를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자리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란 비판엔 일리가 있다.
중요한 건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투기 의혹에 휘말리거나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고위 공직자 위선 사례가 끊이지 않고, 오히려 국민 분노를 더 키우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0억원의 대출을 받아 흑석동 재개발 지역에 25억원대 상가 건물을 산 대변인이 있고, 강남 아파트 중 한 채를 끝내 매각하지 않고 물러나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난을 산 수석도 있었다. 그런 여러 전례에 비추어도 이번 ‘50억원대 대출과 투기 의혹’은 ‘갈수록 태산’의 모양으로 규모를 키웠다. 게다가 그가 비서관에 임명된 지난 3월 말엔 LH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산돼 청와대와 관가에 투기 비상 경계령이 내려진 때였다.
청와대는 그 당시 비서관급 전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관련 전수조사를 벌인 뒤 ‘투기 의심 거래는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인사 검증 때 검증팀은 그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모두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알고도 그냥 넘어갔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문 대통령이 연일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 마음에 큰 상처 준 것을 교훈 삼겠다’ ‘부동산 투기를 철저하게 차단하겠다’고 다짐할 때다. 그런 마당에 공직자 부패 척결의 책임자를 임명하면서 90억원대 부동산 보유와 투기를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청와대는 ‘청와대 검증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다’고 마치 제3자처럼 논평했다. 그렇다 해도 언론이 먼저 의혹을 제기할 때까지 청와대는 뭘 검증했냐는 궁금증이 남는다. 우선 알고도 그냥 봐줬다는 건지, 아니면 검증 능력에 큰 구멍이 생겨 기본적인 검증조차 할 수 없다는 건지 분명히 해야 한다. 어느 쪽인지 정확하게 밝혀야 청와대 검증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할 수 있다. 인사 시스템의 난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이 정부는 줄곧 귀를 막고 딴전을 피웠다. 그게 지금의 부실 검증을 고질병 만든 이유다. 이번에야말로 청와대는 부실 검증 시스템을 어떻게 수술할지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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