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보복 끊기 위해서라도 '정권 수사' 차질 없어야
후임자들 계속 수사하도록 독립성 보장해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정권 관련 주요 수사를 담당해 온 수사팀장을 대거 교체한 것을 두고 “정권 보호를 위한 방탄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검찰 인사는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의 90% 이상을 이동시킨 역대 최대 규모였다. 청와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사건을 부풀린 게 아니냐는,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과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 의혹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모두 교체됐다. 이들 중 일부는 비수사 부서로 ‘좌천 발령’이 났다. 최소 1년간 같은 보직을 맡기는 내부 원칙도 무너졌다.
박 장관이 이런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는 “조화와 균형 있게, 공정하게 한 인사”라고 주장하지만 상식에 어긋나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껄끄러운 수사의 책임자를 바꾸는 동시에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혐의로 기소돼 피고인 신분인 이규원 검사를 부부장 검사로 승진시키는 등 친정권 성향으로 꼽힌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라도 임기 말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등으로 향하는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관련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팀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지난 24일 대검에 재차 보고했다고 한다. 한 달 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대검에 다시 조치를 촉구했는데, 다음 날 인사에서 이 부장은 대구지검으로 발령 났다. 의혹 사건들과 관련해선 수사의 적절성 논란도 있는 만큼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새로 수사를 맡은 후임자들은 흔들림 없이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어느 정권에서나 검찰 내에 줄서기가 있었지만, 그 폐해로 수사의 중립성을 의심받고 조직 자체가 개혁 대상으로 오르내린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박 장관은 “수사는 필요성이나 요건이 있으면 후임자에 의해서도 연속성을 갖고 할 수 있으니 과하게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다”고 했다. 스스로 말한 대로 ‘방탄 인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수사팀의 독립성을 특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
검찰 인사 이후 야권에서는 벌써 차기 정권에서의 재수사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지은 죄를 덮을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누가 되든 다음 정권에는 온 천하에 드러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국 정치에선 정권을 잡은 후 이전 정권의 비리를 다시 파헤쳐 처벌하는 양상이 반복돼 왔다. 정치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잉태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수사와 사법적 판단을 거치는 과정이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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