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물건은 안 팔아요".. MZ세대 놀이터로 뜨는 브랜드 체험매장

정신영 2021. 6. 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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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사로잡는 '경험 마케팅'
물건을 팔지 않는 가게. 오로지 ‘경험’만을 판매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곳에선 제품을 하나라도 더 홍보하려는 느낌이 없다. 대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스며들 수 있다면 만족한다. 경험과 심리적인 교감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상업적 느낌을 없애고 브랜드 가치를 설득하기 위한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 성수동에 마련한 체험형 뷰티 매장 내부.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2019년 10월 ‘체험형 뷰티 매장’인 아모레성수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설화수, 에뛰드, 라네즈, 헤라 등 30여개 브랜드의 2300여개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매장 안에 마련된 클렌징룸에서 세안을 한 뒤 파우더룸에서 직접 화장과 머리 손질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건 불가능하다. 고객들은 제품마다 붙어있는 QR코드를 통해 아모레퍼시픽몰로 들어가 온라인 구매를 해야 한다. 화장품을 살 수 없는 화장품 매장이지만 지난 3월 14일 기준으로 누적 방문자수가 9만3000여명에 달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일평균 200~300명이 꾸준히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SNS에서도 1만6000여건의 고객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2030 세대를 겨냥한 매장이지만 4050 세대 고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찾은 한 40대 여성 고객은 “판매가 아니고 체험이다 보니까 부담 없이 와서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 같다”며 “처음 방문했는데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오늘 본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픈 초기 고객들의 구매 정보를 추적한 결과 방문객 중 20%는 일주일 이내에 온라인에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인기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아모레스토어 광교를 오픈하며 고객 경험 중심 매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이 ‘햇반컵반BIG’ 출시를 기념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연 ‘명탐정 사무소’ 콘셉트의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이 탐정 체험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명탐정 사무소’ 콘셉트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지난달 CJ제일제당은 탐정 역할을 맡은 배우 나문희와 함께 추리 미션을 풀어나가는 내용의 ‘명탐정 컵반즈’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였다. 영상이 한달만에 조회수 330만을 넘으며 인기를 끌자 소비자가 직접 제품과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MZ세대에게 선호도가 높은 배우 나문희를 모델로 발탁하고 MZ세대의 디지털 콘텐츠 트렌드인 추리게임과 가상 세계관 몰입을 반영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팝업스토어는 퀴즈를 풀 수 있는 퀴즈존과 금고존, 기념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 코스튬존, 햇반컵반 브랜드존 등으로 구성됐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선 퀴즈를 풀어 주소를 알아내야 하지만 하루 방문객이 평일에는 40여명, 주말에는 60~80여명에 달한다.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지만 가족 단위로 찾는 고객들도 많았다. 이곳 직원은 “가족끼리 함께 와서 문제를 풀고, 양손 무겁게 상품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탐정 복장을 하고 있는 직원은 “대부분의 마케팅들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모으기 위해 이뤄지는데, 여기는 순수하게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마련됐다”며 “입장료도 받지 않고, 물건도 팔지 않고, 고객 정보를 모으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탐정 컵반즈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햇반컵반의 매출로도 이어졌다. 햇반컵반의 편의점 경로 매출은 콘텐츠를 론칭한 지난 5월 한달 동안 전년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낸 ‘명탐정 컵반즈’를 통해 ‘햇반컵반’은 한층 더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 입구에는 소비자들이 남긴 후기들이 가득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의 ‘컵반’과 오뚜기의 ‘컵밥’ 간의 경쟁 구도에서 CJ제일제당의 손을 들어준 고객들이 많았다.

단군신화를 콘셉트로 한 미샤의 카페 '웅녀의 신전'. 웅녀의 신전 제공


브랜드 노출을 숨기는 매장도 등장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월 폐점한 미샤 인사동점을 개조해 카페 ‘웅녀의 신전’을 열었다. 쑥크림차, 쑥블랜딩티, 쑥슈페너, 쑥마카롱 등 쑥을 메인으로 하는 카페다. 미샤의 대표 제품인 ‘개똥쑥’ 라인과 연계한 콘셉트다. 하지만 매장 안에서 미샤 제품이나 미샤와 연관된 표시들을 찾아볼 순 없다.

대신 MZ세대를 끌어모으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곰이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인간이 됐다는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삼은 인테리어가 MZ세대에 포토존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개똥쑥 라인 화장품 자체를 드러내기보다 관심과 흥미를 일으키기 위해 개똥쑥을 모티브로 한 컨셉 공간을 운영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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