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배신감"..건보·서교공 MZ세대 직원들 손잡고 '공정문화제'
“채용은 노력의 산물이지 투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27일 오후 5시 서울 종각역 인근 한 스터디 카페 옥상정원에 모인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이들은 “공정한 채용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서울교통공사(서교공)에 다니는 젊은 세대의 직원들이 마련한 ‘공정문화제’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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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채용 규탄 위해 공공기관 MZ 모였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불공정 채용을 규탄하고자 건고공단과 서교공의 MZ세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열린 공정문화제는 건보공단의 ‘공정가치연대’와 서교공의 ‘공정연대’ 소속 30여명의 직원이 주축이 돼 자발적으로 마련됐다.
주최 측은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의 불공정한 직고용·직영화·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는 정규직 직원들이 모였다”며 “취업준비생들과 함께 공정한 채용 정착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문화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후원금으로 행사를 준비한 주최 측은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에게 합격 자기소개서를 공유하고 취업 질의응답 및 자소서 첨삭 시간 등도 함께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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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들과 함께 “공정이란 무엇인가?”
취업준비생 50여명이 참석한 이 날 문화제에서는 ‘공정’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공정이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대해 건보공단·서교공 직원들과 취준생들은 “내 실력대로 평가받는 것” “노력한 만큼 그에 맞는 보상과 대가를 받는 것” “정해진 절차에 따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 “동등한 기회·동등한 조건·동등한 합격” 등의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건보공단과 서교공의 젊은 직원들이 공정이라는 화두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배경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관 모두 고객센터(콜센터) 직원의 직접고용과 자회사 전환 문제를 놓고 ‘노노(勞勞) 갈등’을 겪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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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이슈에 “정부에 배신감 느껴”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도 관련 이슈에 큰 관심을 보였다. 3년째 서교공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모(28)씨는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인해 공채로 뽑는 인원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 같아 걱정된다”며 “공정을 외치는 정부가 공채를 열심히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노력을 외면하는 것 같아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서로의 얘기를 듣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에서 현재 기간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박모(28)씨는 “건보에 정규직 직원으로 입사하고 싶어 공채를 준비하던 와중에 건보 사태가 터졌다”며 “취준생이 되어보니 공정이라는 이슈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데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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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도 공정문화제 이어갈 것”
이날 행사에선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채용을 통해 합격한 미래의 나에게 ‘축하 메시지’를 쓰는 시간도 마련됐다. 취업준비생들은 준비된 포스트잇에 “공정한 채용 절차로 공정하게 입사한 ‘나’ 누구보다 멋있는 사람이다” “4번의 탈락…. 얼마나 기다렸던 최종합격인가. 그동안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고, 고생 많았어 나 자신” “고생 많았다. 이제부터 부모님께 받지 말고 해드리면서 살자 사랑해 나야” 등의 글귀를 적었다.
이번 공정문화제 준비를 총괄한 건보공단 직원 장모(26)씨는 “현직자와 취준생들이 서로 다 같이 공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눈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미래에 후배가 될 취준생분들의 고민을 듣고 자소서를 첨삭해주며 재능기부를 할 수 있었던 점에도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앞으로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공정문화제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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