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이징] 공산당 100년, 붉은 물결로 뒤덮인 중국

권지혜 2021. 6. 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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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내 건물들이 다음 달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붉은색 조명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분투(奮鬪)하는 인민, 분진(奮進)하는 중국.’

다음 달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둔 중국에선 요즘 어디를 가나 이런 표어가 곳곳에 걸려 있다. 공산당 혁명 유적지를 여행하는 ‘홍색 관광’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주요 건물과 아파트 입구마다 붉은색 깃발이 내걸렸다. 온라인상에서는 국가인터넷판공실 주도로 매력적인 중국을 보여주는 콘텐츠 공모전이 진행 중이다. 방역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운 의료진, 우주를 향해 쏘아올린 선저우(神舟) 12호, 빈곤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은 농촌 등 중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일종의 ‘중국 챌린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공산당 정치국 위원들과 함께 찾은 베이징대 홍루, 마오쩌둥 고택은 모두 공산당의 초심을 상징하는 장소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홍색 핏줄은 새로운 시대 중국 공산당원 정신력의 원천”이라며 “혁명 선열들이 피 흘리며 닦은 강산을 잘 지키고 건설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중국 사회는 모든 시선이 공산당 100주년에 꽂혀 있다. 당과 중앙정부, 관영 매체가 일심동체가 되어 공산당 역사를 띄우고 미래 역할을 강조하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공산당 없었으면 신중국도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공산당 정치국 위원들과 함께 제이징대 홍루를 찾아 당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 홈페이지

시 주석이 찾은 홍루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공(工)자 형태의 건물이다. 중국에 처음 마르크스주의를 들여온 리다자오가 1918년 이곳에서 마르크스연구회를 조직했다. 중국 공산당은 홍루를 신민주주의 혁명으로 평가하는 5·4운동의 발원지로 여긴다. 리다자오는 1921년 천두슈와 함께 중국 공산당을 창립한 인물이다. 베이징 북서쪽에 있는 리다자오 열사 능원은 대표적인 홍색 관광지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홍루에서 진행 중인 공산당 초기 혁명 활동 전시회를 둘러보며 종종 걸음을 멈추고 세부 내용을 묻기도 했다. 시 주석은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2012년 18차 당대회 이후 지방 시찰을 할 때마다 이처럼 당과 관련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공산당의 성과를 부각하는 건 올해가 창당 100주년이기도 하지만 내년에 자신의 집권 2기가 끝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며 “결과적으로는 장기집권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애국심을 자극하는 데 당 역사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에서 공산당 선전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광대한 영토와 수많은 인구, 소수 민족 등 중국적 특성을 감안할 때 당이 주도하는 강력한 중앙집권 통치가 아니었다면 미국과 맞먹는 지금의 중국은 없었을 거라는 논리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4일 중국 주재 외교 사절과 국제기구 대표들을 베이징에 있는 공산당 역사전시관으로 초청한 것도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그 자리에서 “공산당이 없었다면 신중국은 없었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공산당처럼 인민의 행복과 민족 부흥을 사명으로 삼는 정당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쉬여우성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부부장 겸 대변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해 “중국의 신형 정당 제도는 쥐를 가장 잘 잡는 고양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부의 이러한 선전과 달리 바깥에선 시 주석 후계가 불분명한 상황 등이 오히려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을 이을 뚜렷한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 불확실성을 키워 당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시 주석의 후계 구도가 확립되지 않아 지도 체계가 흔들릴 수 있고 당 내부 갈등 때문에 불안한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열병식 대신 에어쇼…100주년 기념 행사 ‘카운트다운’

중국이 다음 달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 입구에 경찰이 우산을 설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행사 준비를 위해 천안문 광장을 폐쇄했다. AP연합뉴스

다음 달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과 천안문 광장 일대는 출입이 통제됐다. 행사 당일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에서 중요 연설을 하고 그간 뛰어난 업적을 남긴 당원들에게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어 천안문 광장에서 대규모 경축 공연과 에어쇼가 펼쳐진다. 공산당이 지난 3월 공개한 행사 계획에 따르면 지상 열병식은 따로 열리지 않는다.

공산당 100주년과 맞물려 일고 있는 홍색 관광 붐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눌려 있던 여행 욕구가 국내 관광, 그중에서도 혁명 관광지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역에 홍색 관광지는 300여곳에 달한다. 이중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린 상하이 기념관, 마오쩌둥이 무장 투쟁 근거지로 삼은 장시성 징강산은 필수 관광지로 꼽힌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혁명 유적 방문자 가운데 1990년 이후 출생자는 2019년 대비 4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 주석 시대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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