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에 대한 차별.. 이 헬스 유튜버는 좀 다릅니다

박정우 2021. 6.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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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른 사람들을 위한 '벌크업 프로젝트' 저자 이가람

[박정우 기자]

[기사수정 : 6월 27일 오후 2시 50분]

2030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8.8%가 '외모를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는 통계가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뚱뚱한 것도, 마른 것도, 일종의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메루치양식장'이라는 국내 유일의 체중증량센터를 운영하는 이가람씨는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건강한 체중 증량 방법뿐 아니라 '마른 몸'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 말해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체중 증량에 관한 충실한 가이드북 <마른 사람들의 실패 없는 벌크업 프로젝트>를 출간했다. 지난 18일 이가람씨를 만났다. '마른 몸' 이 사회에서 겪어야만 하는 고충과 건강하게 체중을 증량하는 법, 그리고 최근 출간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 나누었다.

체중 증량보다 자신감 회복에 더 만족
   
  '벌크업 프로젝트' 저자 이가람
ⓒ 박정우
- 자기 소개를 해달라.
"본명은 이가람이고, 현재 '메루치양식장'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키 188cm에 55kg의 굉장히 마른 체형이었다. 이때 정말 많은 고충이 있었는데, 운동을 시작해 85kg까지 증량했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이어트와 관련한 전문가들은 많지만 건강하게 체중을 증량할 수 있는 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한 전문가들은 정말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노하우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괜찮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유튜브도 하게 되었다. 현재는 울산, 부산, 서울, 3개 지점에 국내 유일의 체중증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최근 출간한 책 <벌크업 프로젝트>를 보면 85kg으로 체중을 증량한 뒤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까지 표현했다. 말랐던 시절에는 어떤 고충이 있었나?
"우선 남중, 남고는 기본적으로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구조다. 아무리 신장이 커도 워낙 말랐다보니 무시당하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뿐만 아니라 남자가 그렇게 말라서 뭘 할 수 있겠냐는 식의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격도 소극적으로 변했고, 자존감도 낮아졌다. 이런 현상은 대학에 가서 훨씬 심해졌는데, 여학생들에게도 한 대 치면 다리가 부러질 것 같다는 식의 놀림과 일종의 폭력을 너무 일상적으로 겪었다.

그러다 나중에 체중이 20kg 정도 늘어났고, 나에게 함부로 대했던 친구들의 태도가 달라졌으며 더 이상 말랐을 때 듣던 얘기들을 듣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이 바뀌어 있다는 걸 느꼈다.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어떤 일에도 훨씬 적극적이고, 사람을 대하는 일도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체중을 증량하면서 억눌려왔던 자신감과 자존감을 되찾았고 할까."
 
 이가람 과거 사진
ⓒ 박정우
- 인터뷰를 위해서 SNS를 찾아봤는데, 누가 책 구매 인증샷을 올린 걸 보았다. 그런데 댓글엔 오히려 '마르고 싶다, 부럽다, 내 살 좀 떼어가라'는 이야기가 있더라. 이런 것들이 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마른 사람들에게 대한 일종의 차별적인 언행인 것 같기도 하고.
"뚱뚱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게 나름의 고충이라는 걸 잘 인식한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운동 관련 프로그램에도 다이어트에 대해서는 늘 나온다. 그런데 어떤 미디어에서도 마른 사람들을 이야기 하는 곳은 없다. 게다가 대부분은 마른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아마 마른 사람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이들도 그게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 그런 맥락에서 마른 사람들은 너무 일상적으로 무시당하기 일쑤고, 대부분 억눌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억눌림이 지속되다 보니까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변하기도 하고."

- 보통 지도한 회원들은 몇 킬로그램까지 체중을 증량했나? 그리고 그들이 증량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쭉 지켜봐온 입장에서 그들에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을까?
"많게는 10kg 넘게 체중이 늘어난 사람들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5~6kg 정도 증량하는 편이다. 이게 다이어트와는 개념이 좀 다른데 사실 지방을 커팅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먹고, 아무리 운동해도 근육 자체를 늘리는 건 어렵다. 이게 체중 증량에 실패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고.

우리 센터에 와서 운동을 하고, 체중이 늘어난 사람들을 보면서 몸이 좋아지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클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면담을 해보면 체중이 늘어나면서 숨겨져 있던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게 훨씬 좋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원래 내향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마른 사람은 주변의 시선과 편견, 태도 때문에 억눌린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외적인 부분이 달라지면서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는 걸 스스로 느끼는 거다.

일례로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에게 왜 이렇게 말랐냐는 질문을 들었던 수강생이 있었다. 처음 센터에 왔을 때 되게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는데, 운동하면서 7kg 정도 증량하고 나중에 혼자 운동하면서 총 10kg을 증량한 뒤에 면접에 합격했다. 연락이 와서 체중이 늘어난 다음에는 면접에 임하는 자세가 스스로 달라지더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때 정말 뿌듯했다.

이 외에도 애인을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었는데, 몸이 좋아지고 나서 연애를 하게 됐다는 분들도 있고.(웃음) 마른 분들은 대개 볼 살이 움푹 들어가 있는데 운동하면서 체중이 늘면 얼굴 형태가 좀 안정적으로 변하면서 잘생겨지기도 한다.(웃음)"  

건강하게 체중 증량하는 데 가장 기본인 것
 <벌크업 프로젝트> 표지 이미지
ⓒ 박정우
 
- 최근 <마른 사람을 위한 실패 없는 벌크업 프로젝트> 라는 책을 출간했다.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는지, 어떤 책인지 소개한다면?

"그간 계속 칼럼을 쓰기도 하고, 카드뉴스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단발성 콘텐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강의 플랫폼이 아니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서 몇 가지 팁이나 좋은 정보를 얻어가는 정도가 다였다.

결국 내가 만든 콘텐츠들은 체중을 증량하고 싶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혹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파악하는 이정표는 될 수 있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 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책을 통해 그간의 노하우와 지식도 정리하고, 마른 사람들을 위한 제대로 된 가이드 맵도 만들고 싶었다. 이 책이 체중 증량이라는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지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살을 빼는 건 '식욕' 이라는 강력한 유혹을 참아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고. 하지만 체중을 늘리는 건 치킨이나, 피자, 파스타 같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일단 마른 사람들은 잘 못 먹는다. 마른 사람들의 식욕이라는 것이 체중을 늘릴 정도로 생기지가 않는다. 그 외에도 호르몬이나 선천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또 하나의 문제는 기자님이 말한 음식들, 치킨이나 피자 파스타 같은 것은 많이 먹으면 체중이 늘어나긴 하는데, 지방의 비중이 높다. 마른 사람들이 체중을 증량하고 싶다는 건 건장한 몸이 되고 싶다는 의미지 뱃살을 늘리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그래서 체중 증량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수강생 티칭 사진
ⓒ 박정우
 
- 그렇다면 체계적이고, 건강하게 체중을 증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이 인터뷰를 통해 모두 설명하기는 무리이니, 가장 간단한 방법을 하나 얘기하자면, 마른 사람들의 50~60% 정도가 규칙적인 식이를 하지 않는다. 아침은 안 먹고 점심, 저녁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마른 사람들 중에는 군대에 입대하면서 보기 좋게 체중이 늘어난 사례가 많다. 아무래도 균형 잡힌 음식을 정해진 시간에 매끼 먹으니까 그렇다. 그래서 체중 증량에 대한 고민이 있는 분들은 우선 내 식습관이 규칙적인지를 한번 돌아보면 좋겠다."

- 마른 사람들은 건강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어떤 문제가 있나?
"건강상 문제는 없는데, 오히려 건강하지 못하게 살찌우는 게 문제다. 사실 생물학적으로 보면 마른 사람이 굳이 근육량을 늘릴 필요는 없다. 이게 비만과 다른 점이다. 체지방이 20% 이상이면 고지혈증이나 심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 때문에 기대 수명이 낮아질 수 있는데, 마른 사람 대부분은 체지방이 평균이거나 그보다 낮다. 그러면 근육량이 적어도 기본적으로 몸이 가벼워 활동하는 것도 괜찮다. 결국 말랐다는 건 살아가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들이 체중을 증량하려고 하는 것은 거의 100% 사회적인 압박 때문이다. 잘못되지 않았는데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만드니까. 메루치양식장 채널에서 마른 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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