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팀 분석실] 소규모 이탈리아 구단이 유로 2020 전체에 미친 거대한 영향

김정용 기자 2021. 6.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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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고젠스(독일 축구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로 2020의 전술적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탈란타'다. 총연봉 규모가 중하위권에 불과한 팀이 지난 5년 동안 돌풍을 일으키면서 배출한 많은 선수들, 그리고 앞서간 전술이 이번 대회의 큰 맥락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탈란타는 구단 규모에 비해 유로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유독 많은 팀이다. 9명이 참가했는데, 숫자만 봐도 독일 분데스리가 4위 볼프스부르크(6명), 스페인 라리가 4위 세비야(3명)보다 훨씬 많다. 대부분 각국 핵심으로서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스위스의 레모 프로일러, 네덜란드의 마르턴 더론, 덴마크의 요아킴 멜레, 독일의 로빈 고젠스, 우크라이나의 루슬란 말리노우스키가 그렇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하파에우 톨로이와 마테오 페시나가 주전은 아니지만 각각 1경기씩 선발 출장했고, 크로아티아의 마리오 파살리치 정도가 후보로 밀려 있다. 탈락한 선수는 러시아의 알렉세이 미란추크뿐인데 팀의 유일한 승리였던 핀란드전에서 핵심으로 활약하며 자기 역량은 보여줬다.


지난 5년 동안 아탈란타를 거쳐 간 선수들도 유로를 누비고 있다. 이탈리아 레프트백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와 중앙 미드필더 브라이안 크리스탄테, 벨기에 라이트백 티모시 카스타뉴, 덴마크 공격수 안드레아스 코르넬리우스와 수비수 시몬 키예르 역시 아탈란타를 거쳐 갔다. 두각을 나타낸 건 다른 팀으로 떠난 이후지만, 아탈란타 유소년팀이 배출한 스웨덴 공격수 데얀 쿨루세프스키와 이탈리아 수비수 알레산드로 바스토니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이는 아탈란타의 뛰어난 육성과 스카우트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아탈란타는 세리에A 중하위권 지출 규모로 3시즌 연속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아탈란타의 최신 유행 '3-4' 전술 족집게 과외


보통은 '졸업생'까지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아탈란타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아탈란타는 현재 유로에서 유행하고 있는 전술을 가장 꾸준히 구사해 온 팀이고, 아탈란타에서 소화 능력을 증명한 각국 대표들이 유로에서도 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아탈란타는 4위 돌풍을 일으켰던 2016-2017시즌부터 스리백 기반의 고속 역습 축구를 구사해 왔다. 특히 3-5-2에 가까웠던 4위 시절보다 3-4-2-1이나 3-4-1-2 포메이션으로 완전히 전환한 2018-2019시즌부터 더 파괴력이 강력해졌다.


2011년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리백 계열 전술은 스리백 위에 역삼각형 미드필더 3명을 배치하는 3-5-2 포메이션이었다. 당시 돌풍의 팀이었던 우디네세, 세리에A 절대 강자였던 유벤투스가 이를 도입했다. 중원 장악이 강력하면서도, 중앙에 인원이 많기 때문에 측면으로 자주 지원을 나가며 측면 수비가 취약하다는 스리백의 고질적 약점까지 가릴 수 있었다.


2016-2017시즌부터는 좀 더 공수균형을 잡기 힘든 3-4-2-1 포메이션의 유행이 찾아왔다. 잉글랜드의 첼시와 이탈리아의 아탈란타가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다른 강팀들도 필요할 때마다 자주 구사한 전략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벨기에가 이미 도입했고, 이번 유로에서는 그 유행이 더 확실해졌다. 스리백 위에 중앙 미드필더가 두 명뿐이라 3-5-2보다 난이도가 높지만 상대 공격을 버틸만한 수비 체계를 만들어낸다면 폭발적인 역습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한 첼시도 3-4-2-1 포메이션을 썼다.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아탈란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3-4' 활용한 6팀 중 5팀이 16강 진출


이번 대회에서 스리백을 중요하게 활용한 팀은 딱 절반인 12팀이다. 그 중 3-5-2가 아니라 '3-4 계열'을 활용한 건 스위스,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폴란드, 독일 등이다. 또한 이탈리아는 왼쪽 수비수 스피나촐라를 오른쪽 수비수보다 훨씬 전진시키면서 경기 중 변칙 스리백으로 변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전술에서 중요한 건 공격적인 윙백의 활용인데 이 점에서 아탈란타 동문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현재 아탈란타 주전 좌우 윙백이 고젠스와 멜레인데, 두 선수는 각각 독일과 덴마크의 왼쪽 윙백으로서 모두 골을 넣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원래 주전감이었다가 부상으로 이탈한 벨기에의 카스타뉴, 이탈리아 측면 공격의 핵심 스피나촐라는 아탈란타에서 공격력을 증명한 뒤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이다.


또한 이 전략이 잘 작동하려면 큰 부담을 안고 뛰는 두 중앙 미드필더의 희생이 필수적이다. 활동량, 적절한 위치 선정, 높은 패스 성공률을 겸비한 선수가 2명 있어야 이 전술이 무리 없이 돌아간다. 아탈란타는 이 점에서도 사관학교 수준이다. 프로일러와 더론이 각 소속팀에서 살림꾼 역할을 했다.


이 전략을 대표하는 팀이 첼시와 아탈란타라고 할 수 있는데, 첼시 소속 선수들은 당연히 우승후보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각 3명)에 많이 분포돼 있다. 반면 아탈란타 선수들은 도전자 국가인 스위스, 덴마크 등에서 아탈란타식 전술의 축 역할을 한다.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다득점 경기 유도하며 대회 재미도 UP


'3-4 계열' 스리백의 효용은 성적으로 증명됐다. '3-4 계열'을 구사한 6팀 중 5팀이 16강에 올랐다. 전체 참가팀 중에서는 25%에 불과했지만 현재 생존팀 중에서는 31.25%로 늘어났다. 특히 네덜란드는 대회 직전에, 덴마크는 대회 도중에 전술을 변경해 효과를 본 경우다.


3-5-2를 쓰는 팀이 진흙탕 싸움을 선호한다면, '3-4 계열'을 쓰는 팀은 난타전을 선호한다. 상대 공격을 버텨낼 만한 최소한의 수비력과 빠르게 전진하는 윙백에게 공을 전달할 능력만 있다면 똑같은 공격 횟수를 주고받는 가운데 우리 팀의 공격이 더 높은 효율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리백임에도 다득점 다실점 경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골이 터진 독일 대 포르투갈(4-2), 덴마크 대 러시아(4-1), 네덜란드 대 우크라이나(3-2)에서 승리팀이 모두 3-4-2-1이나 3-4-1-2를 구사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2016년 여름부터 첼시와 아탈란타가 선도한 '3-4' 유행은 러시아 월드컵을 거쳐 이번 유로에서 전 유럽의 최신 전략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특히 유럽 각국에서 이 전술을 소화할 만한 원석을 긁어모아 가공해 온 아탈란타는 올여름 영향력이 크다.


※ 김정용 취재팀장이 연재하는 분석 칼럼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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