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콜드체인 이끈다"..백신용 특수냉매 만든 FMS코리아
외산 대비 가격 30~40% 낮춰.."UN 조달도 공략할 것"
ESG는 기술개발 한 축..CO2 배출량 25%로 줄여
재활용 아이스팩도 개발..수원시 등 지자체와 협력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FMS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운송용 냉매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다. 지난 2월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운송될 때 FMS코리아가 개발한 특수 냉매 ‘PCM’이 사용됐다. 하지만 백신 운송에는 유통 전반을 관리하는 콜드체인(저온유통 체계)이 필요하다. 냉매만으로는 백신을 운반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백신용 운송박스 표준화…‘콜드체인 파트너’ 부상
회사는 AZ 백신을 위한 의약품 전용 운송박스도 고안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해 확보한 기술들이 기반이 됐다. 독일 굴지의 화학사 바스프(BASF)의 첨단소재 슬렌텍스(SLENTEX)가 박스에 적용된 게 대표적이다. 실시간으로 온도를 모니터링하고 남은 유지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측정장비도 들어갔다. 박스는 AZ 백신 운송에 필요한 온도(2~8℃)를 72시간에서 120시간까지 유지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국방부, 식약처 등이 FMS코리아의 백신용 운송박스를 사용한다.
최동호 FMS코리아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현재 백신용 운송박스의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 백신용 운송박스는 아직 국내 표준은 물론 국제 표준도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 표준이 될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면 백신용 운송박스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코로나19만이 아니라 다양한 질병의 백신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코로나19가 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최 대표는 “FMS코리아의 박스는 해외 제품들에 비해 단가가 30~40% 저렴해 가격경쟁력이 있다”면서 “국내 공공조달을 넘어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의 조달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FMS코리아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바이오다. 하지만 회사는 식품,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든든한 ‘콜드체인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SPC그룹, SK하이닉스 등이 주 고객사다. SPC그룹과는 드라이아이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솔루션을, SK하이닉스와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SOP(System on Package)를 개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의약품 쪽은 마진이 좋은 편”이라며 “다만 식품이나 반도체 분야는 시장 크기는 물론 향후 성장성이 크다”고 밝혔다.
ESG에 중점…CO2 배출량 절반 줄여
신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의 또다른 축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회사의 특수냉매 PCM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제품을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이 최 대표가 ESG에 관심을 기울인 배경이 됐다. 그는 “(ESG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다른 제품과 차별성을 갖는데도 도움이 된다”면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경영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도입한 ‘드라이아이스 리커버리 시스템’은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며 얻은 또다른 성과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이산화탄소(CO2) 포집장치다. 드라이아이스의 원료는 액화탄산(LCO2)인데 생산 과정에서 절반 가량이 기화해 사라진다. 원료 상당 부분이 날아가고 배출되는 기체가 지구온난화의 원인 물질인 이산화탄소라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환경오염도 불가피하다. FMS코리아의 리커버리 시스템은 기화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시 드라이아이스 제조 공정해 활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 정도로 줄였다.
회사는 이같은 기술력으로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환경부가 주관하는 그린뉴딜유망기업 사업에도 선정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뉴딜 분야의 유망한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회사는 2022년까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을 통해 30억원 규모의 R&D 및 사업화 자금을 지원 받는다. 이 자금으로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최 대표의 목표다.
재활용 아이스팩 개발도…지자체와 협력
현재 회사는 몇몇 지자체와 함께 친환경 아이스팩 개발에 한창이다. 기존 아이스팩은 냉매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가 환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가 있다. 대안으로 종이에 물을 넣어 얼린 아이스팩이 나왔지만 이 제품도 완전한 친환경을 구현하지는 못했다. 종이 내부에 방수막으로 합지를 해서 재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구성이 약해 아이스팩이 터지는 경우가 잦아 의약품 등 민감한 제품의 운송에는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일부 업체는 환경부담금을 내고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기존 아이스팩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 대표가 내놓은 대안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아이스팩의 용기로 만드는 기술이다. 기술 개발은 이미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하려면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자체가 수집하는 페트병을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면 결국 기술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미 수원시와는 1차 시범사업을 완료했고 몇몇 지자체는 실증 도입을 검토 중이다. 최 대표는 “중단기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도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목표”라며 “개발한 용기는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들고 용기 자체도 30~40번 가량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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