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블루베리 농사.. 4년 후 모습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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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경 기자]
▲ 블루베리 농업에 뛰어 든 김영진 청년 농부. |
ⓒ 오창경 |
이번에 만난 청년 농부는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훈남 청년이다. 뽀얀 피부에 지적인 외모가 전혀 야생의 땅에서 길들여진 농업인으로 보이지 않는 김영진(27) 농부이다. 김영진 농부는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에서 4년째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농업의 '농' 자도 모르는 청년은 '한국 농수산 대학'에 진학하면서 전문 농업인의 꿈을 키웠다.
▲ 블루베리 부여군 은산면 청년 농부의 농장에서 블루베리가 익어가고 있다 |
ⓒ 오창경 |
부여 은산면의 농장을 방문했을 때는 비가 그친 후라 블루베리 나무가 한층 싱그러웠다. 물방울을 머금은 보랏빛 유혹인 블루베리도 청초했다. 저절로 손이 뻗어나가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꿀꺽 삼켜 버리고 싶었다. 나무에서 익어가는 과일의 유혹만큼 인간의 식탐을 자극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계절 먹음직스런 블루베리. 따 먹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어렵다. |
ⓒ 오창경 |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곳마다 그런 재배법으로 관리하는 이유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블루베리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고 Ph 4.5 정도인 산성 토양이 적합한데 우리나라 토질은 알카리성 토양이기 때문이죠. 전용 백에 산도를 조절한 토양과 비료를 채워서 블루베리가 잘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해준 거라서 그런 거예요."
▲ 새 가림 시설을 한 블루베리 농원 블루베리의 천적은 조류이다. 잘 익은 블루베리만을 골라서 따먹는 새를 막기 위해 이 시설은 필수이다. |
ⓒ 오창경 |
블루베리는 야생 환경에서 자라던 과일이라 스마트 시설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여건에 맞춰 재배하는 방법을 택했다. 산의 지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계단식으로 농장을 조성했다. 블루베리는 해충의 피해보다는 열매를 따먹는 조류들의 습격이 가장 골칫거리이다.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이맘때 그물망 시설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설도 아버지와 직접 설치했다.
"저희 부자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기도 하고, 제가 농업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기 때문에 이 블루베리 농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농장은 계곡을 끼고 있는 골짜기에 있어서 일교차가 크고 물 빠짐이 좋지요. 블루베리의 과육이 단단하고 단맛을 내는 데는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 블루베리 김영진 청년 농부가 직접 재배한 탐스러운 보랏빛 블루베리 |
ⓒ 오창경 |
농장은 잡초 한 포기 없이 깔끔했고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농자재 한 개 없이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체계적으로 농업의 이론과 실제를 배운 아들과 사회 생활로 내공을 쌓은 아버지의 완벽한 컬래버레이션 농장이었다.
"과일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물 관리가 특히 중요해요. 우리는 150 미터 지하 암반수로 블루베리를 키워요. 블루베리 화분마다 관수 시설을 해서 암반수를 직접 주기도 하고 자동으로 물관리가 되도록 설치도 해놓았어요. 이런 과정을 일일이 동영상을 찍어서 간직해 놓았어요."
사실 난 그의 유튜브 채널(베리랜드 김농부)의 애독자이기도 하다. 도시 출신인 그가 시골에서 블루베리 농부로 살아남는 법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풀어놓고 있다. 낮에는 농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어둠만이 지배하는 산골짜기 농막에서 동영상을 편집해서 채널에 올리고 있다.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싶은 사람은 그의 채널만 구독해도 될 정도로 명료하게 영상을 만들어 놓았다.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과 반려견들과 함께 하는 일상, 또래 청년 농부들과 소통하는 모습들도 영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요즘 청년들에게 동영상 채널은 SNS를 뛰어넘는 소통의 세계이다.
"작년에 블루베리를 첫 수확해서 거의 완판했던 것은 동영상 채널의 힘이 컸어요. 저희는 당일 생산해서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소비자들에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죠. 수확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미리 주문 예약을 받아서 판매하고 있어요. 이런 과정을 직접 동영상으로 공유하기에 신뢰가 생기는 것이죠."
작년에 블루베리를 구매했던 고객들에게 올해는 언제부터 판매를 시작하는지 묻는 전화가 오고 있어서 김 농부의 어깨가 더 으쓱해지고 있다고 한다. 블루베리 농사를 첫 직업으로 선택한 청년에게 소비자들의 신뢰와 격려는 당연히 힘이 된다.
선택의 여지없이, 먹고 살 길이 마땅치 않아서 농사를 지어야만 했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제대로 배우고 전문 지식을 갖춘 청년들이 농업 현장 곳곳으로 스며들어 오고 있다.
"농업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인플루언서란 사회 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일찌감치 선택한 이 청년 농부의 패기가 농업 분야에 깊숙이 영향력을 끼치기를 기원한다. 블루베리 재배로 '농업 인플루언서'라는 꿈을 꾸며 '베리랜드 김농부'로 살고 있는 부여의 김영진 청년 농부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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