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첫 국산 전투기 'KF-21'이 예뻐진 비결

김봉수 2021. 6. 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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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4월 첫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시제기가 공개돼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선수'들은 한 눈에 알아봤죠. 해외에서도 "저 전투기는 '진짜'다"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직 시험 비행을 하지도 않았지만 디자인 자체에 대해선 "아름답고 잘 빠졌다",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전투 비행에 최적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제한된 수준의 스텔스 기능까지 디자인을 통해 구현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제작한 첫 국산 전투기가 이런 칭찬을 받고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죠.

그런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가 이같은 훌륭한 디자인의 '비결'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KARI에 따르면 KF-21은 제작 과정에서 9번의 세부적인 디자인 변경 과정을 거쳐 지금처럼 흠잡을 데 없이 미끈하게 잘 빠진 동체를 갖게 됐습니다. 시제기로 출고된 KF-21 보라매의 최종 모델명은 C-109인데, C-101부터 시작해 9번의 형상 설계 변경을 거쳤다는 뜻입니다. 즉 개념 설계 단계에서 공개된 C-101을 거쳐 2012년 최종 형상으로 C-103이 확정된 후에도 본격적인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6번의 디자인 개선 작업이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KF-21 최종 모델 C109.

이 과정에서 KARI는 C-103 모델에서부터 시제기까지 풍동 시험을 통해 전투기의 '신체 능력'을 검증하고 완벽한 바디 라인을 완성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KARI는 2016년부터 총 2000시간 동안 5차례에 걸쳐 C-103모델부터 시제기에 이르기까지 아음속 풍동시험을 진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같은 모델로 초음속 풍동시험이 동시에 진행됐다고도 하네요.

풍동 시험이란 인공적으로 공기가 빠른 속도로 흐르게 만든 장치 안에 제작된 기체를 집어 넣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면서 기동성, 안정성 등을 테스트를 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KARI는 실제 전투기를 그대로 본 따 13분의1로 축소한 모형을 풍동 저울에 올려 놓고 음속의 30% 정도 되는 공기 흐름을 만들어 실험을 했습니다.

이같은 실험은 전투기의 '신체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죠. 즉 전투기가 원하는 속도로 흔들림없이 공기를 뚫고 전진할 수 있는지, 몸을 움직였을 때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지를 주로 테스트해 그 결과를 기체 디자인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전투기의 생명은 기동성인데, 만약 45도까지 기체를 세워도 뒤집혀지지 않도록 설계된 전투기가 35도에서 뒤집혔다면 큰 일이 나겠죠. KARI는 풍동 시험을 통해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형상을 바꾸기 위한 데이터를 만들어 냈습니다. 초음속 전투기(최대 속도 마하 1.81)인 KF-21을 대상으로 아음속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저속 주행에서 발생한 문제는 고속 주행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아음속 테스트에서도 형상 설계의 큰 문제점은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기동성 뿐만 아니라 아주 급격한 기동을 했을 때 기체가 불안정해지는 지를 체크하는 것도 풍동 시험의 주요 목적입니다. 이럴 경우 대부분 날개의 문제일 가능성이 큰 데, 날개를 키워서 다시 설계할 지, 아예 날개 위치를 바꿔 볼 지, 혹시 흡입구의 형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등등 다양한 검토를 통해 설계 변경 절차를 거쳤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해외에서 '초음속 테스트'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KF-21 개발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에 초음속 풍동 시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해외의 시설을 빌려 초음속 풍동 시험을 했는데, 한 번에 사용 가능한 시간은 고작 1분여에 불과했고 또 시험을 재개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해 실무자들의 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도 마침내 2018년 6월 국방과학연구소에 천음속(마하 1.0 안팎) 풍동 시험 시설이 갖춰져 양산 및 개량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죠.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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