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에게서 지독한 강아지 냄새가 났어요" [개st하우스]

이성훈,김채연 2021. 6. 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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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펫미용실서 50마리 바글바글..임신한 미니핀 구조기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 3월 말, 경남 김해에서 50마리나 되는 반려견이 방치된 펫미용실이 발견됐다.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동물이 병들고 증식하도록 내버려둔 애니멀호딩 현장이었다. 동물구조단체 러피월드 제공

“그 남자에게선 지독한 강아지 냄새가 났어요. 그는 ‘우리 미용실에 개가 50마리나 있다, 이 애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죠. 깜짝 놀라서 따라갔는데, 정말 애니멀호딩 현장이었어요. 온통 배변투성이고, 공기는 다 암모니아로 가득 차 있고…. 저희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3월 말, 경남 김해에서 무려 50마리나 되는 반려견이 방치된 펫미용실이 발견됐습니다.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아 바닥에는 배설물이 널렸고, 병든 개들은 굶주린 채 서로를 물어뜯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중성화 수술을 받은 개체가 단 한 마리도 없어 암컷 상당수는 임신 2개월로 출산을 앞둔 상태였죠.

처참했던 펫미용실 호딩 현장 모습. 동물구조단체 러피월드 제공


방치된 동물 규모는 어지간한 사설 동물보호소의 수용 능력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최초 제보를 받고 출동한 동물보호단체 러피월드의 곽동진 대표는 “이걸 과연 우리 힘으로 구조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앞섰다”면서 “전국 시민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님들이 버린 개가 하나둘 모여…50마리 됐다는 하소연

감당할 수 없는 마릿수의 동물을 방치하듯 키워 동물과 그 자손에게 질병 및 무분별한 번식을 대물림하는 이들을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라고 합니다. 애니멀호더는 학대에 가까운 사육을 하면서도 직접적인 상해, 유기 등의 범죄는 저지르지 않아 현행법상 처벌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호딩 같은 방치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미국, 영국, 호주 등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호딩 현장 수습은 대개 시민단체가 떠맡습니다. 동물단체들은 구조에 앞서 동물소유권을 포기하고, 현장 구조작업을 허락해달라고 애니멀호더를 설득해야 하죠. 펫미용실을 동물 지옥처럼 방치한 이번 호더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그는 의외로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호더의 정체는 젊은 20대 펫미용사 A씨. 현장에 방치된 50마리 개의 이름, 나이, 신체 특징까지 모두 외우고 있었으며 현장 구조에 협조하는 등 동물을 향한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여타 호더들과는 달랐습니다.

A씨는 자신이 동물 유기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구조에 참여한 동물단체 행복한유기견세상(행유세) 담당자는 “A씨는 가게에 못된 손님들이 하나둘 개를 버리고 갔는데 어느새 이 지경이 됐다고 호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잔인한 호딩 현장은 한 명의 악당이 아니라 여러 명의 비양심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었죠.

전국 시민단체 힘모아…목숨 건진 만삭 미니핀들

“이대로 두면 병든 채 번식을 반복할 50마리의 딱한 개들. 전원 구조에 함께 해주세요.”

지난 4월 10일, 문제의 펫미용실 구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인천,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동물단체와 시민 봉사자 20여 명이 모였어요. 이들은 구조 후 적게는 3마리, 많게는 10마리씩 데려가 치료 및 임시보호까지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전원 구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동물구조단체 러피월드의 호소문을 보고 전국에서 동물보호단체, 시민봉사자 20여명이 구조에 힘을 보탰다. 러피월드 인스타그램


가장 까다로운 것은 임신한 암컷의 구조입니다. 산후돌봄 경험이 풍부하면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시민단체는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인천의 동물단체 행유세가 임신한 개들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 만삭의 1살 미니핀 초코가 입소한 곳도 행유세 보호소였습니다.

보호소 직원들은 임박한 출산에 맞춰 능숙하게 대비했어요. 예민한 모견을 위해 별도의 육아방을 마련하고 퇴근 이후에는 관찰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출산을 기다렸죠. 그리고 입소 4일 뒤, 초코는 직원들이 퇴근한 늦은 새벽녘 손바닥보다 작은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답니다.

1살 미니핀 초코는 보호소 입소 4일만에 다섯 남매를 출산했다. 동물구조단체 행복한유기견세상 제공
넘치는 애교, 미니핀 4마리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펫미용실 호딩현장을 구조한 지 2개월이 흘렀습니다. 미니핀 초코가 낳은 다섯 새끼도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입양자를 모집하게 됐습니다. 그 가운데 2마리는 최근 입양처를 찾았고, 남은 것은 3마리의 자매와 어미견 초코입니다.
"우리 구분할 수 있겠어요?" 구조된 미니핀이 낳은 세 자매의 모습. 외모가 비슷하지만 발바닥의 털모양이 다르다. 동물구조단체 행유세 제공



지난 22일 국민일보는 미니핀 가족이 머무는 인천 간석동의 행유세 보호소를 방문했습니다. 미니핀들은 체계적인 돌봄을 받은 덕분인지 배변패드 사용에도 능숙하고, 옹알이를 속닥대며 취재진에게 쉴 새 없이 장난을 걸었어요. 사료 한 그릇을 비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20초. 남성 팔뚝만 한 작은 꼬마들을 소형저울에 올려보니 체중은 1.5㎏에 불과했답니다. 다 성장해도 모견 초코처럼 5㎏을 넘지 않는 소형견들이지요.

하지만 작다고 방심은 금물입니다. 미니핀은 사람 손을 많이 타는 견종이거든요. 하루 2~3차례씩 산책을 시켜줘야 하고, 털 빠짐도 많습니다. 단순히 지금의 작고 귀여운 모습만 보고 섣부르게 입양을 결정하면 신청자 그리고 미니핀 모두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행유세 홍보담당은 “미니핀은 활동량이 정말 많은 견종이다. 그 활동량을 채워주고, 어릴 적 저지레를 끈기 있게 지켜볼 분들을 기다린다”고 전했습니다.

끔찍했던 애니멀호딩을 견뎌내고 이젠 행복을 찾아가는 1살 엄마 미니핀과 딸 세 자매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미니핀 가족의 생생한 근황이 궁금하다면 기사 하단의 입양홍보 영상과 입양신청서를 확인해주세요.



*초롱초롱한 눈망울, 미니핀 네 마리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엄마 초코: 1살 / 4.2kg 암컷 / 중성화 x / 사람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
-첫째 민트: 4월14일생, 2개월 / 1.5kg 암컷 / 중성화 x / 애교 많고 활발함
-둘째 쿠키: 4월14일생, 2개월 / 1.9kg 암컷 / 중성화 x / 얌전하지만 애교 많음.
-셋째 송이: 4월14일생, 2개월 / 1.7kg 암컷 / 중성화 x / 장난 많고 활발함.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링크의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url.kr/mlekb3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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