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어서 대출받는데 왜 자꾸 적금 들라는거야?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2021. 6. 26.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꺾기'는 원칙적으로 금지
대출 우대금리 적용 위한 소비자 선택은 가능
월 납입금, 대출금액 1% 넘을 수 없어

[한국경제TV 장슬기 기자]

"적금 하나 가입하시면 0.1%p, 신용카드 발급하시면 0.1%p, 청약통장 만드시면 또 우대금리…"

돈 없어서 대출 받는데 자꾸 적금 가입하라는 은행. 여기에 신용카드까지 발급하면 이자를 더 깎아준다는 얄미운 은행…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상황,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은 일명 '꺾기'로 불리는 구속성 예금에 대해 다뤄보려합니다. 꺾기 관행이 끊이지 않는 이유, 금융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파헤쳐 봅시다.

◆ 불법과 합법 사이, 애매한 그 어딘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보신 분들은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구속성 예금. 은행들이 대출을 해줄 때 이것저것 가입하게 해서 '끼워팔기'로 불리기도 합니다. 먼저 구속성 예금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알아야겠죠. 금융감독원 금융용어사전에서 구속성 예금의 정의를 검색해보니 '은행이 차주에 대한 여신과 연계해 대출금액의 일정부분을 차주의 의사에 반해 예금, 적금 등으로 수취하는 행위'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는 분명 대출만 받으러 은행에 갔는데 이것저것 가입한 상태로 나왔다? 이거 꺾기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하죠. 구속성 예금의 정의 중 '차주의 의사에 반해'라는 부분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나는 분명 대출만 받으려고 했고 적금 가입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대출금리 중 '우대금리'라는 항목이 있다고 합니다. 금리를 낮춰준다고 하니 마음이 바뀌죠. 어느 새 적금상품에 가입하고 있는 내 모습…'내 의사에 반한' 행동이라고 규정짓기 애매한 부분이죠.

적금이나 카드 발급 등 부수적인 상품 가입을 안 한다고 대출을 안 해주진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내 신용점수를 확인하고 대출이 가능하다고 확인이 되면, 구속성 예금은 그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하죠. 대출금리를 낮춰줄 수 있지만 이건 소비자의 선택사항이라고 던져놓는다면, 과연 가입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직도 은행 대출에 부수적인 상품 가입이 따라오는 이유입니다.

◆ 은행이 적금·카드 가입시키는 이유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우대금리'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대금리는 금리를 더 주거나, 덜 주거나 할 수 있는 혜택입니다. 오늘은 주제가 대출이니 대출금리만 놓고 보면, 신용점수가 높을 수록 대출금리가 낮고 신용점수가 낮을 수록 대출금리가 높습니다. 금융시장의 기본 원칙이죠.

대출을 받는 사람이 적금상품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당연합니다. 매달 꼬박꼬박 일정 금액을 저축한다는 것은 그 만큼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겠죠.

그렇다면 신용카드는 어떨까요?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신용을 담보로 구매를 하는 결제수단인 만큼 연체만 되지 않고 매달 꼬박꼬박 카드값을 갚는다면, 은행 입장에선 이 사람의 신용도를 파악할 때 보다 믿음직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겠죠. 나의 신용도를 높일 수 있는 부수적인 수단들을 활용해 금리와 바꾸는 셈입니다.

◆ 나는 실적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바탕으로 설명드린 부분이고요. 사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다들 아시다시피 '실적'입니다. 은행 직원분들도 일반 기업 직원들과 같이 실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품 가입이 많을 수록 당연히 실적이 늘어나고 인사고과에도 좋은 영향을 주겠죠.

계열사 밀어주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다른 금융지주 계열의 B카드를 발급하라고 할까요? 절대 아니죠. 국내 4대 은행들은 모두 카드 계열사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은행 직원들에게 카드 발급 실적이 할당되기도 합니다. "사용 안 하시더라도 만들기만 하세요"라며 직원들이 권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충성고객 확보 효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 우대금리 항목으로 따라오는 대표적 상품 중 하나가 청약통장인데요. 청약통장은 적금과 달리 딱 한 곳의 은행에서만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이라면 이왕이면 미리 선점해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좋겠죠.

◆ 펀드·보험은 대출시 못 끼워 판다

자, 그럼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적금이야 내 돈 내가 모아서 사용할 수 있으니, 거기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으니 속는 셈 치고 하나 가입한다고 칩시다. 간혹 은행들이 충성고객 확보를 위해 퇴직연금계좌나 청약통장 개설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까짓거 저축의 일환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카드의 경우 조금 애매하긴 하죠. 발급받은 카드의 혜택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혜택만 골라서 쓴다거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최소 금액만 사용한다고 칩시다.

하지만 만약 은행이 중도 해지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펀드나 보험상품 가입을 권유한다면? 카드와 마찬가지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국내 은행들 모두 계열 보험사가 있죠. 계열사 금융상품 판매 압박이 결국 '꺾기'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상품까지 굳이 무리해서 가입할 필요는 없겠죠.

다행히 최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은행이 대출 실행일 전후로 1개월간 펀드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Bancassurance)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됐습니다. 투자성이나 보험성 상품은 소비자가 꼭 필요로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출을 조건으로 판매할 수 없습니다. 실제 일부 시중은행에 문의해보니 금소법 시행 이후 대출 시 우대금리 항목에 펀드 가입은 빠져있다고 합니다.

◆ 슬기로운 TIP

그렇다면 우리는 은행들의 '꺾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까요? 이런 민원들이 속출하자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해 '월 납입금이 대출 금액의 1%를 넘어가면 구속성 예금에 해당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대출 받았는데 부수적으로 가입한 금융상품의 월 납입액이 100만 원을 넘는다면 이는 불공정영업행위에 해당됩니다. 아무리 금리를 낮춰준다고 해도 1%를 넘기면 이는 불법입니다. 1%의 룰을 기억하세요.

하나 더, 이왕이면 급여 이체가 되고 있는 내 주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으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최근 전산시스템이 좋아져서 대출을 받게 되면 은행 직원들의 모니터에 해당 대출자에 적용되는 우대금리 항목이 촤르륵 뜨는데요.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항목이 바로 '급여 이체'입니다. 추가적인 상품 가입 없이도 급여 이체를 해당 은행 계좌로 해두면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난 이미 대출받는 은행에 적금도 있고 청약통장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새로 가입하실 필요 없습니다. 모두 대출 우대금리에 자동적용됩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