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가 돌아왔다.. 유럽 공연예술축제 조심스러운 기지개

장지영 2021. 6. 2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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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우려 속 예년보다 규모·관객 줄이며 서서히 재개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아이다’ 콘서트와 함께 개막했다. 베로나 페스티벌 공식 페이스북


올해는 오페라 ‘아이다’ 탄생 150주년이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베르디의 후기 대표작 ‘아이다’는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해 의뢰된 작품으로 1871년 12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초연됐다.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온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화려한 그랜드 오페라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아이다’는 세계 오페라 애호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베로나 페스티벌)의 개막을 알리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베르디 탄생 100주년이던 1913년 베로나의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에서 ‘아이다’를 올리며 시작된 베로나 페스티벌은 제1·2차 세계대전 때 외에는 중단된 적이 없다. 매년 6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열리는데 전 세계에서 수십만명의 관객이 찾아온다.

하지만 지난해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페스티벌이 취소됐다. 이탈리아가 지난해 상반기 유럽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이었기에 취소는 불가피했다. 경제적 손실은 지역 경제에만 한정해도 2000만 유로(약 264억원)로 추정됐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취소됐다가 2년 만에 열린 페스티벌은 ‘아이다’ 탄생 150주년을 맞아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기념 콘서트를 2회 준비했다. 베로나 페스티벌 공식 페이스북


베로나 페스티벌이 지난 19일 ‘아이다’ 150주년 기념 콘서트와 함께 2년 만에 돌아왔다. 98회째인 올해는 9월 4일까지 베르디의 ‘아이다’ ‘나부코’ ‘라트라비아타’, 푸치니의 ‘투란도트’,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 오페라 6편을 37회 공연한다. 한국 출신의 베이스 임채준과 박종민이 ‘아이다’에서 각각 왕과 제사장 역으로 출연한다. 오페라 외에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아이다’ 150주년 기념 콘서트 2회를 비롯해 플라시도 도밍고와 요나스 카우프만의 갈라 공연 등 콘서트도 7회 예정됐다.

코로나19 이전보다 1주일 정도 늦게 시작한 올해 페스티벌의 오페라 프로그램은 지난해 예정했던 것과 같다. 하지만 공연 횟수는 오페라 50회, 콘서트 10회 정도였던 예년보다 줄었다. 수용 관객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회당 1만35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였다. 백신 접종을 앞세워 축제를 재개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 건 아니므로 조심스럽게 치르고 있다.

매년 7~8월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수많은 공연예술축제의 상황은 베로나 페스티벌과 비슷하다. 대부분 2년 만에 축제 재개를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우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해 객석의 50% 이하로 좌석을 판매한다. 전 세계 바그너리안의 성지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다음 달 4일부터 티켓을 판매하는데, 전체 좌석 2000석 가운데 200~1000석만 판매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때문에 대부분의 축제가 4~5월 사이에 취소 혹은 연기를 발표했다. 대형 축제 가운데 개최된 것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유일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음악산업의 위상이 워낙 높은 데다 지난해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100주년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했다. 축제 개최를 결정했던 지난해 5월만 해도 오스트리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고 1.5~2m 거리두기를 적용해 실내 공연을 재개했던 점도 감안됐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당초 44일간 200편을 선보이려던 계획을 30일간 60편으로 축소했다. 스태프와 아티스트는 매일 PCR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오케스트라 편성을 줄이고 공연장 내 객석에 거리두기를 적용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7만6500명의 관람객이 찾았지만 감염 사례 없이 무사히 종료됐다. 당시 마르쿠스 힌터호이저 예술감독이 “살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로 축제 관계자들의 마음고생은 심했지만 유럽 공연계와 축제 주최측에 희망을 안겨줬다.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돌아가서 46일 동안 168회 공연이 계획돼 있다. 객석은 지그재그 형태로 50%만 판매되며, 관객은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에 유효한 코로나19 음성 테스트 인증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마스크도 공연 내내 착용해야 한다.

지난해 유럽 주요 공연예술축제 가운데 유일하게 열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오페라 ‘엘렉트라’ 공연 장면과 거리두기를 적용한 객석 모습. AP·AFP연합뉴스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영국의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등 대부분의 대형 축제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객석의 50% 이하로 관객을 받기로 했다. 다만 두 축제와 병행해 열리는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경우 참가 단체가 워낙 많은 데다 공연장보다 체육관, 술집, 학교, 교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열리기 때문에 엄격한 위생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공연단체 입장에선 초청받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오는 것이어서 수익도 중요하기 때문에 거리두기 규칙 완화를 정부나 지자체에 요청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 관문이었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323개 장소에서 3841회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 참가자는 63개국 5만9000여명이었으며 전체 관객은 티켓 판매 기준으로 301만명이었다. 오는 8월 6~30일 열리는 올해 페스티벌은 지난달부터 공연 단체의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는 25%의 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려는 단체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스티벌 사무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자랑스럽게 참가단체 수를 발표했지만, 올해는 밝히지 않을 예정이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쇼나 매카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총감독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재 2m인 스코틀랜드 공연장 거리두기 규정을 펍과 레스토랑의 1m와 동일하게 해달라고 스코틀랜드 정부에 요청했다”면서 “거리두기 규정을 바꾸면 실내 공연이 더 많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린지 사무국은 거리두기 규정이 확정된 후인 오는 1일부터 티켓을 판매한다.

복병은 최근 위세를 떨치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다. 지난 11~20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유서 깊은 바흐 페스티벌은 코로나19 우려로 결국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만 공연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과 독일 본에서 열리는 베토벤 페스티벌 등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병행하기로 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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