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이어 최재형株까지.. '대선 테마주' 요동에 혹하는 개미들

조민아 2021. 6. 2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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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주자 학연·지연 갖다붙여
기업내용 상관없이 상한가 행진
위험종목 지정에도 '묻지마 투자'
동학개미 열풍에 부작용 더 걱정


주식 투자 열풍과 내년 대선 국면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의 정치인 테마주가 연일 들썩이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의 관련 종목으로 언급되면 하루 만에 우습게 상한가로 직행하는 테마주를 보면서 투자 유혹에 빠지는 ‘개미’(개인투자자)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 테마주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풍문에 근거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아 섣불리 투자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학연·지연은 기본… ‘정책주’ 행세도

최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종목인 웹스를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다. 친환경 신소재 개발 업체인 웹스는 이달 들어 상한가를 3거래일간 기록했고, 2거래일은 20% 이상 올랐다.

이 종목은 이달 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도시재생 업체가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에서 한 전문가를 만난 이후 상한가를 치기 시작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골목상권 개발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별다른 호재 없이 윤 전 총장의 한 번의 행보로 단숨에 ‘도시재생 정책주’로 입소문을 탔다. 지난 22일 기준 윤 전 총장의 테마주 중 7개 정도가 시장경보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재명 경기지사 테마주로 분류되는 수성이노베이션은 투자경고종목에 올랐다. 기계·장비 업종으로 분류되는 이 종목은 신규 사외이사로 전 경기도 정책자문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선거기획팀장이 선임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 지사 관련주가 됐다.

야권 잠룡으로 부상한 최재형 감사원장 관련주도 벌써부터 속속 나오고 있다. IT업체 오픈베이스의 주가는 지난 18일 21.39% 급등한 데 이어 21일 29.95%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 원장이 이르면 이달 안에 감사원장에서 사퇴하고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오픈베이스 회장은 최 원장과 경기고, 서울대 동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베이스는 22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예비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준석 테마주가 등장하기도 했다. 삼보산업은 이 대표 부친이 과거 자회사 법정관리를 맡은 적 있다는 이유로 관련주로 부각됐다. 해당 종목은 지난달 17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지난달 말에는 29.87%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삼보산업은 이 대표가 당선된 당일인 11일 10.4% 급락했다.

정치인 테마주의 문제는 주가 급등 이유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풍문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애초에 유명 인사의 정치 행보에 기댄 투자인 만큼 투자 위험성도 훨씬 크다. 이 대표 사례처럼 기대를 모으던 인물이 실제로 그 자리에 오르면 테마주 주가가 바로 하락하는 현상이 그 방증이다.

대선 때마다 극성… 낚이는 개미들

이러한 정치인 테마주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 대선 때도 유력 후보 관련 종목이 대거 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이 끝난 뒤에는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된 150개 종목이 반토막 나면서 17조3000억원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테마주였던 써니전자는 대선 직후 최고가 대비 88% 하락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테마주 바른손은 87.1% 하락했었다.

2017년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한국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대선 이후 정치인 테마주 224종목 가운데 186종목(83%)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손실액은 계좌당 62만원가량이었다. 당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시총이 적은 종목을 미리 사들이고 특정 후보와 연관이 있다는 허위 풍문을 퍼뜨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하는 등 주가조작을 한 세력도 적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6~19대 정치인 테마주 60종목을 분석한 결과 대선이 끝난 뒤 평균 5일 후면 후보의 승패와 상관없이 대체적으로 주가가 하락한다는 보고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도 일부 투자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정치인 테마주의 부작용은 더 심해질 우려도 있다. 일례로 25일 기준 ‘정치 테마주’를 검색하면 나오는 오픈채팅방은 약 50개에 달한다. 최근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오픈채팅방에선 불법 주식리딩방이 성행함에 따라 금융 당국이 관리·감독에 나선 상태다.

이날 한 채팅방에는 유력 대선 후보의 테마주 명단이 버젓이 공지사항으로 올라와 있었다. 채팅방에선 특정 종목을 언급하며 “오늘의 정치인 테마주 가운데 대장주다. 200주 추가 매수했다” “물렸는데 계속 갖고 가야 하는지 고민이다” “특정 후보가 대선 후보로 등판하기 전 모두 정리해야 한다” 등의 대화가 오갔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는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인터넷상에 확산되거나 확인되지 않는 정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자주 포착된다”며 “특히 개인들은 이미 주가가 오른 테마주 투자에 섣불리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달 정치인, 백신 테마주 등 204건에 대해 시장경보 조치를 내렸다. 거래소는 “지난달 주가 변동성이 높은 정치 테마주 및 우선주 10건에서 이상거래 혐의가 발견돼 시장 감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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