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깊은 산중에 상어가.. 그거 참 신기하네
[정명조 기자]
▲ 영국사 은행나무 큰일을 미리 알려주는 신통력을 가졌다는 나무다. 천 년이 넘었다. |
ⓒ 정명조 |
멀리는 홍건적 난부터 임진왜란, 6·25전쟁, 가까이는 유명인의 죽음까지 은행나무가 미리 알렸다던데, 그렇다면 혹시?
천태산 영국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코로나바이러스 환란을 예고한 영국사 은행나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울음소리를 내어 국란을 알렸다는 신통력과 영험함을 지닌 신묘한 은행나무'라는 말과 함께.
▲ 영국사 양산팔경 가운데 으뜸이다. 보물과 문화재로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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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인 지난 주말, 영국사를 찾았다. 양산팔경 가운데 제1경이다. 주차장에서 영국사 가는 길은 멀었다. 단풍나무가 하늘을 가렸다.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와 새소리가 함께 했다. 골짜기를 따라 큰 바위가 줄지어 있다. 마지막은 가파른 계단길이다. 일주문을 지나도 절은 보이지 않고, 푸른 은행나무만 보였다.
영국사는 볼거리가 많다. 그러나 다들 은행나무 주위만 서성대다가 발길을 돌린다. 그래서 구석구석을 한가롭게 구경할 수 있다. 만세루를 오르면 대웅전이고, 그 앞에 삼층석탑이 있다. 1층 몸돌에 자물쇠와 문고리 두 개가 새겨져 있다. 탑 안에 보물을 숨겼나 했더니 그 자신이 보물이다. 보물 535호다.
옆에 있는 보리수나무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주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홍단풍나무는 미리 가을을 보여주고 있었다.
왼쪽 등산로를 따라가면 원각국사비가 나온다. 원각국사는 고려 시대에 영국사를 큰 절로 만든 스님이다. 그의 유골이 영국사에 모셔져 있다. 비몸은 아래가 없어진 채로 거북받침돌에 세워졌고, 비머릿돌은 반으로 깨진 채로 바닥에 놓여있다. 세월의 무게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각 주위에 석종형승탑과 원구형승탑이 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조금 위에 이름 없는 승탑이 있다. 화려하지 않아서 주위와 더 잘 어울린다. 누군가 받침돌 위에 동자승을 올려놓았다. 바람 소리가 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았다. 새소리가 나지만, 새는 보이지 않았다. 말소리가 나지만, 사람이 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멈춘 곳이었다. 가장 아늑한 곳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미리 만들어 둔 것이라고 했다.
다시 왼쪽으로 돌아 돌계단을 오르면 영국사 승탑이다. 원각국사의 사리를 모신 것으로 생각되는 탑이다. 흠잡을 데 없다. 몸돌 한 면에 문짝을 새기고, 그 안에 자물쇠 무늬를 넣었다. 대웅전 앞 삼층석탑처럼 그 자신이 보물이다. 보물 532호다. 소나무가 승탑 주위를 둘러싸고 바람 소리를 냈다.
▲ 천태산 정상 우거진 나뭇잎이 정상석을 에워싸고 있었다. 하늘만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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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길 들머리에 들어섰다. 쉽지 않은 산행을 미리 알려주듯 10여 분 오르니 바위 언덕이다. 오르는 길 내내 주변 경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밧줄로 바위에 오를 때마다 보상이라도 하듯 전망이 좋았다.
▲ 암벽 코스 밧줄로 75m 바위를 타야 한다. 천태산의 상징이다. 밑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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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바위 공룡의 머리와 등과 꼬리가 기다랗게 뻗어 있다. 공룡의 눈은 어디일까요? 뒤로 산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천태산 최고의 전망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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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바위 잠시쉼터 안내판이 있다.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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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을 지나고, 공룡바위가 나왔다. 공룡의 머리와 등과 꼬리가 기다랗게 뻗어 있다. 천태산 최고의 전망대다. 크고 작은 산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공민왕이 머물렀다는 마니산과 옥새를 숨겼다는 옥새봉도 보였다. 얼마 뒤 전망바위도 나왔다. '잠시쉼터' 안내판이 있다.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잠시 쉬고 난 뒤, 지루한 흙길을 걸었다. 영국사 삼거리를 거쳐 망탑봉으로 갔다.
▲ 망탑봉 삼층석탑 바위를 다듬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몸돌을 올려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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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어바위 천태산 망탑봉에 있다. 상어가 헤엄치며 바닷물 위로 솟구치는 모습이다. 흔들바위라고 하는데, 용을 써도 꿈쩍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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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곳은 삼층석탑이다. 바위를 다듬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몸돌을 올려놓았다. 큰바람이 불면 넘어질 듯한데도 천여 년을 버텼다. 신기했다. 탑 옆으로 거북바위와 연화석과 상어바위가 나란히 있다. 그 가운데 상어바위가 가장 돋보였다. 상어가 헤엄치며 바닷물 위로 솟구치는 모습이다. 흔들바위라고 하는데, 용을 써도 꿈쩍하지 않았다.
▲ 진주폭포 망탑봉에서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면 진주폭포가 있다. 폭포 위 바위에 쇠줄이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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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 진주폭포가 있다. 폭포 위 바위에 쇠줄이 걸려 있다. 쇠줄을 잡고 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도 있나 보다. 아래쪽에 폭포로 가는 길이 열려있다. 물소리가 반가웠다.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시원했다.
집에 오는 길에 송호관광지에 들러 강선대까지 걸었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정자는 여전히 멋졌다. 정자에 앉았다. 천태산에서 쌓인 피로가 금강 물줄기를 따라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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