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 예정대로..송영길 '6·25 결단'에 反이재명파 일단 후퇴

김효성 2021. 6. 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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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대선 경선을 '7월 초 시작, 9월 본선 후보 선출'로 못박았다. 오종택 기자

경선연기 여부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일단락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7월 초 경선 레이스 시작, 9월 본선 후보 선출’ 이라는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송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 당헌에 규정된 원칙에 따라 20대 대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 지도부는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 하에 이견이 있는 최고위원도 양해했다”고 밝혔다. 연기파(강병원·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와 사수파(송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백혜련·이동학 최고위원)로 갈렸던 지도부가 오전 8시부터 2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인 끝에 “만장일치”(고용진 수석대변인)로 내린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7월 초 예비경선 ‘컷오프’에서 추려진 6명의 주자가 두 달간 본경선 레이스를 벌인 뒤 9월 5일 대선 후보를 확정하게 됐다. 본경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9월 10일 1~2위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로 후보를 뽑는다.


세 차례 미룬 끝에 “원래대로”

송 대표는 전날(24일) 심야 페이스북에서 결론을 예고했다. “6·25(전쟁일) 71주년이 되는 내일 아침에 저로서도 꽤 어렵고도 부담스러운 결정을 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본격적인 대선 승리를 위한 첫 단추가 내일 채워진다”는 글을 띄웠다. 지난 20일과 지난 22일 두 차례 최고위원회를 열었지만 매듭을 짓지 못했던 송 대표가 이날을 디데이(D-day)로 삼은 것이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연기파인 설훈 의원이 "의원총회를 공개하자"고 발언했지만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운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오종택 기자


연기파 의원단 66명이 연서해 ‘의원총회소집요구서’ 를 제출하자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에선 연기파 최고위원들이 “의총부터 열자”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아 결정이 미뤄졌다. 지난 22일 의총에선 의원 24명이 나서 3시간 동안 난상토론을 벌였다. 의총 직후 송 대표는 “25일에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이런 혼란 올 줄 알았다”

23~24일 이틀간 연기파들이 “최고위서 결정해도 당무위에 안건을 올려 뒤집을 수 있다”(친문 재선 의원)고 압박하면서 송 대표는 코너에 몰렸다. 78명의 당무위 구성원 중엔 연기파가 다수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당무위 직행은 사실상 대표 탄핵”(여권 핵심 인사)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 사이 송 대표는 원로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한 건 ‘친노 좌장’ 이해찬 전 대표였다. ‘대선일 180일 전 후보 선출’이라는 당헌은 이 전 대표 재임기에 만들어졌다. 당시엔 이낙연 전 대표가 여권 1위 후보였다. 복수의 핵심 당직자에 따르면 지난 24일 송 대표의 전화를 받은 이 전 대표는 “특별당규를 만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측에 두번씩이나 회람을 시켜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무위에 일정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당규를 만들 때부터 이런 혼란이 올 줄 알았다”며 “상황이 바뀌었다고 원칙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이해찬, 김원기, 문희상 상임고문 등이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따라 송 대표의 전화를 받은 다른 상임고문들도 “축구경기가 시작됐는데 룰을 지금 바꾸면 되느냐”(이용득 전 최고위원)라거나 “더 끌면 국민이 짜증 낸다”(김원기·임채정·문희상 전 국회의장)며 일정 사수파의 손을 들어줬다. 송 대표는 같은 날 원외위원장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당무위원들과도 개별 접촉하며 연기파의 당무위 소집이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최고위에서도 송 대표는 상임고문단과 원외위원장 등의 의견을 꺼내며 연기파를 설득했다. 지도부 내 연기파 중 한 명은 이날 중앙일보에 “연기론을 끝까지 펴면 마치 ‘해당(害黨)행위’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압박감이 커졌다”며 “직을 걸면서까지 경선 연기를 관철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손 들어준 송영길...왜?

송 대표의 결단엔 1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배수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기파의 무력시위가 커지자 이 지사 측은 주변에 “경선 일정을 연기하면 불출마도 고려하겠다. 경기지사 재선에 도전하면 된다”는 입장을 흘렸다.

송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만에 하나 이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 대선은 해보나 마나”라며 “대선 승리에 정치 생명이 걸린 송 대표에겐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지사와 함께 일정 사수를 주장했던 대선 주자들은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박용진 의원은 “선수는 룰을 따라야 한다”고 반응했다.

반면 연기파의 입장 정리엔 시간이 걸렸다. 이날 오후 이광재 의원→정세균 전 국무총리→이낙연 전 대표 순으로 페이스북에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글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정 전 총리는 “집단면역 이후, 역동적 국민 참여가 보장된 경선 실시가 최선이지만 지도부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썼고 이 의원은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당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지도부의 결정 6시간 만에 올린 글에 “의원들과 수많은 당원의 충정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귀중한 에너지로 삼겠다”고 썼다. 반면 판정승을 거둔 이 지사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경선연기 논란은 매듭지어졌지만 후유증이 적잖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권 중진 의원은 “송 대표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게 확인됐고 ‘가짜 약장수’ 발언 등 이 지사의 감정적 대응에 마음이 상한 의원과 당원들이 적잖다”며 “후유증이 어떤 식으로든 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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