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보다 20배 가려운 '흡혈 파리' 주의보
벌레 기피제 뿌리고, 밝은 옷 입어야
코로나19로 차박, 낚시, 캠핑 등 인파는 멀고 자연은 가까운 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거기서 벌레에 물렸는데 가려움이 무척 심하고 상처도 깊다면 ‘흡혈 파리’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흡혈 파리에 물렸다는 호소글이 올라오고 있다. 모기에 물렸을 때보다 약 20배는 더 가렵고, 상처도 더 심각하다는 흡혈 파리, 어떤 곤충이고, 안 물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흡혈 파리, 모기보다 아프고 잡기도 힘들어
흡혈 파리와 모기의 같은 점은 흡혈한다는 것 말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먼저 흡혈 방식부터 다르다. 모기는 관대한 편이다. 빨대 같은 관을 꽂아 피를 빨아 마신다. 흡혈 파리는 날카로운 날이 달린 턱으로 강하게 물어뜯어 피부 조직을 찢는다. 그리고 나온 피를 핥아먹는다. 다행히 크기가 작아서 물릴 당시에는 아프지 않지만, 그 진가는 물린 이후에 나타난다.
모기에 물렸을 땐 조금 많이 간지러운 게 다지만 흡혈 파리에 물리면 가려움은 모기의 20배에 달하고 환부에 열이 오르게 된다. 알레르기 반응까지 일어난다면 물린 부위가 부어오르고 진물까지 날 수 있다. 나은 후에도 검은 피딱지가 생기고 1년 정도 짙은 상처가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침 때문이다.
작은 크기 때문에 잡기도 쉽지 않다. 모기는 3.5~6mm 정도, 흡혈 파리는 2~3mm 정도로 모기가 흡혈 파리보다 2~3배 정도 크다. 크기가 작은 만큼 속도도 빠르고 소리도 없으며 맨눈으로 확인도 힘들어 피하는 수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국내에서 흡혈 파리가 매개가 돼 위험한 감염병을 전파한 적은 없다. 흡혈 파리 중 먹파리는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회선사상충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전무하다.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질병은 다양한데, 그중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500명 내외의 말라리아 환자, 10~40례 일본뇌염 환자가 나오고 있다.
◇국내 자생종 먹파리, 밤에는 활동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흡혈 파리는 모래 파리(샌드플라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세를 탔지만, 모래 파리는 중동지방에서 흔한 종이다.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흡혈 파리에 물렸다면 먹파리(블랙플라이)일 가능성이 크다. 모래 파리와는 별개의 종으로 오래전부터 국내에 있었던 자생종이다. 먹파리는 파리처럼, 모래 파리는 모기처럼 생겼다.
두 종은 서식지는 비슷하지만, 활동 시간이 다르다. 고산대 보건환경학부 위생곤충학 전공 이동규 교수는 “사실 흡혈 파리는 사람보다 동물 특히 조류의 피를 훨씬 선호한다”며 “그런데도 여름 휴가철 피서객, 낚시꾼, 캠핑족 등이 먹파리에 물렸다고 하는 것은 먹파리가 주로 6~9월 계곡이나 강가, 해안가 등 흐르는 물이 있는 곳에서 산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먹파리는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공격하기 때문에, 먹파리가 자생하는 곳에 가면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모래 파리도 도시, 농촌보단 습한 지역에서 서식한다.
활동 시간에 따라 두 종을 구분할 수 있다. 먹파리는 밤에 활동하지 않는다. 오전 중과 초저녁에 활발하게 움직인다. 반면 모래 파리는 야간에 활동한다. 가끔 비가 와서 깜깜할 땐 낮에 활동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규 교수는 “이외에도 흡혈 파리만큼 조심해야 하는 곤충으로 등에가 있다”며 “흡혈 파리처럼 피부를 째서 피를 핥아먹는데, 크기까지 흡혈 파리보다 커 물릴 때도 고통이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벌레 기피제 뿌리고, 밝은 옷 입어야
안 물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동규 교수는 “긴 소매의 옷을 입어야 하고, 벌레 기피제를 피부와 옷 등에 뿌리면 어느 정도 물리는 걸 피할 수 있다”며 “특히 먹파리는 어두운 계열을 좋아하기에 야외로 놀러 갈 때 하얀색, 노란색, 연노란색 등 밝은 계열의 옷을 입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렸다면 냉찜질로 열을 식히는 게 우선이다. 부기를 가라앉힌다. 상처가 너무 심하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손톱으로 십자 자국을 내거나 침, 식초, 무좀약 등은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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