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바람 넘어왔나.. K-OTC 광풍

류지민 2021. 6. 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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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주식을 거래하는 K-OTC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 달 만에 3000% 넘게 급등하는 종목이 나오는가 하면 4~5배 오른 종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OTC 전체 시가총액은 6년 반 만에 최대로 증가해 22조원을 넘어섰고, 개별 시총이 1조원을 웃도는 기업도 5곳으로 늘었다.

공모주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장 전 우량주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코인 시장의 투기성 자금이 유입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K-OTC는 아직 상장을 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권에서 마련해 놓은 시장이다. K-OTC에 등록된 기업은 향후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투자자들은 증거금 부담과 치열한 경쟁 없이 IPO(기업공개) 후보들을 장외 시장에서 미리 선점할 수 있다. 실제 2014년부터 삼성SDS, 미래에셋생명, 제주항공, 지누스, 신한벤처투자, 카페24 등 16개사가 K-OTC에서 코스피·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

최근 주식 투자 열풍 속에서 공모주 흥행이 이어지자 K-OTC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동학개미운동이 일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나 실제 공모주 투자 시 높은 경쟁률 때문에 원하는 만큼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발 앞서 좋은 주식을 선점하기 위해 비상장주식에 접근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K-OTC 시장 일일 평균 거래대금은 65억668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억455만원)보다 52% 넘게 증가했다. 시총 1조원 이상으로 몸집을 불린 ‘형님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총 1조원 이상 기업은 지난해 6월 롯데글로벌로지스(1조442억원) 한 곳에서 SK에코플랜트(2조8238억원), 넷마블네오(2조1808억원), 세메스(1조7301억원), 포스코건설(1조6346억원), LS전선(1조1250억원) 등 5곳으로 늘었다.

거래가 늘면서 전체 시가총액도 증가세다. K-OTC 시총은 지난 4월 26일 20조677억원을 기록하며 2014년 11월 13일(42조810억원) 이후 약 6년 5개월 만에 20조원대를 회복했다. 2014년 당시 K-OTC 등록 기업이던 삼성SDS가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면서 시총이 이튿날 12조9056억원까지 줄었고, 이후 20조원 아래를 유지했다. 지난 4월 20조원을 넘어선 이후에는 줄곧 증가세를 유지하며 6월 24일 기준 22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K-OTC 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상 과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3일 상장한 엘에스아이앤디는 상장 이후 주가 상승률이 2600%에 달한다. 6월 14일 한때는 상승률이 30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엘에스아이앤디는 LS전선에서 인적분할한 업체로 전선 관련 사업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을 하고 있다. 순이익이 지난해 67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상장 첫날 636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1주일 만에 1만원을 돌파했다. 다만 엘에스아이앤디는 2020년 4월 K-OTC에서 퇴출됐다가 올해 재지정된 종목으로, 문제가 됐던 부실 부분을 대부분 정리해 주가가 오른 측면도 있다.

한편 K-OTC 시장에서 단기간에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코인판에서 돌던 투기성 자금이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코인 시장이 국내 거래소의 이른바 ‘김치코인’ 상장폐지 움직임에 크게 움츠러들면서, 코인 투기 세력이 시세를 조종하기 쉬운 장외 시장으로 넘어왔다는 판단이다. 실제 단기간에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종목들은 시가총액이 100억원대 안팎으로 몸집이 가볍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OTC 시장으로 뭉칫돈이 쏟아지는데 무턱대고 뇌동매매에 나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장외 시장은 기업가치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인투자자에게는 쉽지 않은 투자다. 특히 최근 스팩(SPAC)이나 우선주 과열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듯 투기 세력이 개입되면 급등 이후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류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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