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협진' 조항.. '한방 치매안심센터' 순항할까?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021. 6. 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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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관리법 개정안 입법예고.. '한의사의 치매 진단·치료' 길 터
치매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한의사도 치매안심센터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의 '치매관리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후 의료계와 한의계의 이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기존에는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만 포함됐던 치매안심센터 인력 기준에 한의학 전문분야인 '한방신경정신과'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치매안심센터에서 한의사 또한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10개 의사 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의학계는 환자들에게 의료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한의사도 치매 진단·치료한다는 소식에 의료계 '반발'

지난 2월 16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치매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살펴보면 치매안심센터 인력기준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이유에 대해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도 치매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함을 반영하여 치매안심센터 지정을 위한 인력기준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입법예고는 입법을 예고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기 위한 절차다. 보건복지부는 3월 29일까지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기로 했다.

당시 입법예고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신경과학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신경외과학회·대한치매학회·대한노인정신의학회·인지중재치료학회·대한신경과의사회·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대한신경외과의사회 등 10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치매에 대한 진료는 적절한 진료 역량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한다"며 "치매에 효과가 검증된 현대의학 치료약과 진단검사에 대한 지식과 처방권이 없는 한의사에게 치매안심센터의 중증치매환자를 맡기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협진 규정' 추가했지만… 반대 의견은 여전

지난 22일 보건복지부는 의견 수렴과 논의를 마치고 치매관리법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했다. 의료계의 기대와 달리 치매안심센터 인력 기준에 한방정신의학과 전문의는 그대로 포함됐다.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신경과·신경외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는 한방신경정신과 한의사 전문의를 1명 이상 두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번 재입법예고에서는 협진 체계와 관련한 내용이 추가됐다. '복지부 장관이 협진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협진체계를 갖추거나 치매 관련 의사인력을 갖추도록' 명시한 것. 보건복지부 측은 "인력기준 추가에 따른 협진치료 등을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의사협회, 한의사협회, 관련 학회 등) 간 지속적인 협의를 바탕으로 해당 규정을 추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진의 범위나 방식은 규정하지 않았다.

협진 규정이 추가됐음에도 의료계의 반대는 여전했다. 대한신경과학회 김재문 차기 이사장(충남대병원 신경과)은 "한의사들이 독자적 진단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며 "협진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유용한 협진 체계가 작동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치매 치료약은 주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몇백억 규모의 3상 실험을 거친 약들만 쓰이고 있는데, 이러한 대규모 실험을 거치지 않은 한의약재의 경우 부작용이나 기존 약들과의 충돌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환자에게 의료 선택권 보장해야 한다"

한의학계는 그간 국가 정책에서 배제되어 왔던 한의사가 이제라도 함께 국민의 건강을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간 그 시행정책에서 한의사의 참여가 제한되어 왔다"며 "이번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은 한의사가 그 역할을 담당하도록 제도화되었다는 점, 환자에게 의료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진 체계와 관련해서도 "의과와 한의과와 서로 협력해서 치매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 성명을 통해서도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한의협 측은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치매 입원환자를 관리하며 4년간의 수련 과정을 이수한 전문 인력"이라며 "신경인지검사와 뇌 영상 검사를 학습하고, 한의과·의과 진료를 통합 관리하고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침 치료를 비롯한 한의정신요법, 인지재활치료 등 다양한 비약물 치료를 치매 환자에게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국가에서 면허와 자격을 발급하는 전문 의료 인력인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필요한 곳에 적절히 활용하지 않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큰 손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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