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과교사'인 보건교사의 보건교과 수업, 나는 이랬다

김주희 2021. 6. 25. 13: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주희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학교현장의 방역담당관으로서 일하는 보건교사의 모습
ⓒ 김주희
 
나는 보건교사 안은영이 아닌, 김주희이다. 2008년 보건교과수업을 하지 않던 시절, 점차 이런 생각을 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진정한 교사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의욕을 잃어간 것 같다. 당시에는 보건교사로서 보람도 있었지만, 교사로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점차 생겨났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하면서 잠시 학교를 떠났다.

드디어 교과수업을 하게 되다

2017년 나는 새로운 중학교에 발령을 받으며 그동안 깊숙이 숨겨왔던 나의 열정과 잠재력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그 학교에는 주당 1시간의 보건 선택교과 수업이 있었다.

처음 해보는 교과수업에 걱정도 앞섰지만 설렘도 있었다. 타 교과수업에 비해 적은 수업 시수에 얼마나 힘들겠냐는 말도 있었지만, 나는 열두 반이나 들어갔다. 물론 천 명이 넘는 학교였기에 보건실과 교실을 오가며 상당히 힘이 들었다. 보건실에도 매우 많은 학생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실 수업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교감은 보건실에서의 만남과는 또 달랐다. 아이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느낌도 들었고 힘들지만 참 보람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수업하는 학생들과 보건실에서 다시 만났을 때 친숙함이 느껴져서 반갑기도 했다.

반면,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 수업을 해 봤고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 조금 미숙해 특정 반 학생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좌절감이 밀려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양한 아이들을 대하는 노하우와 나름의 감정조절법을 터득하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보건교과수업의 현실과 어려움

주당 12시간 수업을 하면서도 돌아오면 많은 학생이 보건실에 모여 있었다. 보건보조강사가 있기는 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학생들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기에 쉴 수 없었다. 보건교사의 수업은 이런 점들이 참 힘든 것이다.

첫째, 보건 선생님이 수업을 가려고 하면 갑자기 보건실로 들어오는 학생
둘째, 수업종이 친 후 보건실에 갔다가 다시 보건샘의 수업교실로 찾아오는 학생
셋째, 보건교과수업이 끝났을 때 보건실에 가면 이미 대기 중인 학생

보건 선생님들의 보건교과수업에 대해서 의견은 분분하다. 나는 보건교과수업이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현재에도 정말 유익하며 미래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이 보건교과수업은 중학교 1개 학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보건교과수업이 연계성 있게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아이들이 이 유익한 내용을 기억하고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공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보건교사들은 몇 년 전부터 학교보건 보조강사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3~6개월의 단기 채용과 관련 행정업무 가중으로 신청하지 않는 교사도 있었다. 학생 수 등 신청 기준상 희망하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교사도 있었다.

보건교사들이 수업에 들어갔을 때 보건실을 방문하는 학생들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수업 시스템상 차이는 있지만 보건보조강사가 채용되어 적기에 치료를 해주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매우 심각한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한 대처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보건실 문 앞에 나의 수업시간표를 붙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0-0반 수업중'이라는 팻말을 걸기도 하였다. 수업 중 핸드폰이 울리더라도 꼭 소지하고 다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나는 수업 중 별일이 안 생기길 기원했다.

보건교사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학생들의 수업권도 보장되어야 하고, 보건교사로서 응급처치에 관한 건강서비스는 학생들의 권리이자 나의 의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보장해주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보건보조강사의 확대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부 보건교사들은 그것조차 반기지 않는다.

난 교사라면 응당 수업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보건 수업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보건교과의 내용이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보건수업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 역시 교과교사가 되면 환경업무에 대한 분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 부분이 컸다.

그런 마음에 교육청 주관 건강 관련 공모전에 나가 '보건수업의 중요성'을 알리기도 했고 교육청 주관 수업연구발표대회에 출전해 보건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만큼 보건교과와 수업에 꽤 열정적이었고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보건은 현재 '비교과'에 속하는데, '교과'로서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고 이치에 맞지 않다. 보건교사 단체와 교육부는 매년 꾸준히 협의하고 있으나, 여전히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코로나19'라는 어려움까지 겹친 보건교사, 우리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옳은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