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MZ세대의 남다른 채소 선택법.. "못생겨도 괜찮아, 맛있고 건강하니까!"
어글리어스 마켓
크기가 작아 팔지 못하는 브로콜리, 반듯하게 자리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 오이, 수확 중에 흠집 난 고구마…. 못생긴 채소는 정말 맛이 없을까? ‘어글리어스 마켓’은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상품성이 없어 버려질 위기에 놓인 채소를 모아 ‘구독’이란 개념으로 정기배송을 해주면서부터다. 농가도 살리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유기농 농산물을 먹으니 일석이조다. 친환경 포장재에 담아 보내는 것은 기본, 살뜰하게 채소 레시피를 챙겨주는 것은 덤이다. 못생긴 채소의 반란이 궁금하다면 ‘어글리어스 마켓’을 구독하라.
Q : 어글리어스 마켓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못생겨서’ 버려지는 친환경 채소와 과일을 저렴한 가격으로 정기배송하는 서비스입니다. 2주에 한 번 채소 큐레이션 박스가 배송되며, 1~2인 가구에 적합한 6~8가지 채소를 소량씩 발송해줍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채소보다 가격이 30%가량 저렴해요. 1회 배송 비용은 1만7000원이고, 저는 4회 배송을, 8% 할인을 받아 6만2560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주문 방법은 간단해요.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채소 박스 주문이 오픈됐을 때 알림 문자를 보내줘요. 이때 주문하는데 수량이 정해져 있다 보니 품절 되기 전에 서둘러야 해요. 가끔 선착순 이벤트로 협찬 제품을 증정하거나, 한정 수량의 농산물을 살 수도 있어요.
Q : 왜 관심을 갖게 됐나요.
지난해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다양한 채소를 먹어보기 위해 채소 정기 배송서비스를 찾던 중 밀레니얼 여성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어글리어스 마켓을 추천해주었어요.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질 위기에 있는 채소의 가치를 찾아 유통하는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인데, 이 가치관에 동의해서 이용하게 되었어요. 올 3월부터 처음으로 8주간 4회 배송을 받았어요. 한 달 휴가를 다녀와서 다시 4회 배송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Q : 왜 어글리어스였나요.
국내에는 채소 구독 서비스가 많지 않아요. 초기에는 여성농부협동조합의 ‘언니네텃밭 제철 꾸러미’가 유일했는데, 여성 농부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고자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언니네텃밭은 8개월간 만족하면서 이용했습니다. 제가 비건 지향을 하면서는 언니네텃밭의 ‘채식박스'를 이용했고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생소한 채소가 많아요. 개인적인 이유지만 요리 초보인 제가 요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어글리어스를 알게 되었어요. 어글리어스는 1~2인 가구에 적당한 양의, 요리하기 쉬운 채소 위주로 골라 보내주더라고요. 또 달걀이나 반찬이 없는 대신 언니네텃밭보다 저렴해요. 이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제 취향을 저격했던 부분은 ‘이름’과 ‘가치’였어요. 평소에 먹을 때 전혀 문제가 없는 농산물이 단지 너무 크거나 작다는 이유로 버려진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어글리어스는 낭비되는 자원의 활용했다는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로서 종이와 재생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 또한 마음에 들어요.
Q : 실제 받아본 채소 박스는 어땠나요.
처음 받은 박스는 제주 월동 채소 위주로 구성돼 있었어요. 시금치, 비트, 버섯,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레몬 등이었어요. 브로콜리는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좀 작았지만, 양배추나 시금치는 전혀 손색없었어요. 양배추브로콜리스프와 템페콜리플라워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는데, 속이 불편할 때 먹으면 딱 좋더군요. 두 번째는 피망과 토마토, 양송이버섯, 무, 쌈채소, 당근, 오이 등이 배송됐어요. 당근 크기가 제각각이긴 했지만 달큰하고 맛있었어요. 무로는 일본식 간장무조림을 해서 몇 끼 잘 먹었답니다.
Q : 서비스를 선택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서비스에 담긴 가치입니다. 내 소비가 어떤 것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부분이요. 언니네텃밭 제철꾸러미를 이용함으로써 여성 농부의 자립을 도울 수 있다는 부분에서 꾸준히 이용했었고 지금도 응원해요. 어글리어스는 버려질 수 있는 채소를 소비할 수 있는 부분에서 선택했어요.
Q :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부분이 있다면요.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비거니즘! 사는 동안 적어도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보려고 노력 중인데요. 1년 6개월째 채식을 실천 중인 것도 그 이유이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채식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요리를 해먹는 일이 많아졌는데, 어글리어스 덕분에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채소가 항상 냉장고를 채우고 있으니 계속 채식을 지속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Q : 어글리어스의 최고의 장점 세 가지를 꼽아주세요.
첫째 못생겨서 버려질 뻔한 농산물을 살리는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 둘째 1~2인 가구에 맞는 채소와 양으로 채식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점, 셋째 친환경 농산물을 30%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 만약에 두 번째 세 번째 부분에서 더 우수한 서비스가 생긴다고 해도 첫 번째 가치 때문에 저는 계속 이용할 것 같아요.
Q : 반대로 개선하고 싶은 점은요.
이번 시즌 가장 많이 남는 채소가 있다면, 그걸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반찬이나 간식류로 가공해 따로 판매해도 좋을 것 같아요.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구매할 것 같아요.
Q : 가격은 만족할 수준인가요.
대만족이요. 마트에서 친환경 농산물이 아닌 것으로 샀으면 저렴할 순 있겠죠. 하지만 포장 쓰레기가 더 많았을 것이고, 심지어 유기농도 아니었겠죠. 이런 걸 따지면 결코 비싸지 않아요. 그래서 채소 박스가 배송되는 날은 돈을 잘 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Q : 나만의 이용 팁이 있을까요.
2회 배송부터 배송비 무료에, 3회는 5% 할인, 4회는 8%까지 할인해줘요. 저는 2주 간격, 4회 배송을 이용했어요. 배송비 절약 차원도 있지만, 정기배송을 하면 ‘알아서 보내주는’ 점이 편해요. 채소 박스가 배송되는 8주 동안은 어떤 채소를 사먹을까에 대한 고민을 안 해도 되니까요. 만약 출장이나 채소가 남아 배송이 필요 없을 경우에는 ‘미루기’를 신청하면 돼요. 다음 회차로 배송을 미루는 기능이에요.
Q : 만족도 점수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매긴다면요.
9점이요. 앞서 만족한 점들을 모두 소개하긴 했지만요.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세심한 서비스도 소개하고 싶어요. 채소가 올 때마다 레시피 페이퍼가 함께 와요. 메뉴 고민을 덜어주니 편해요. 더군다나 소개하는 요리가 대부분 채소만을 가지고 하는 요리라 채식주의자인 저에게는 더욱 도움 되죠. 페이퍼에 이 채소를 어디서 구했고 왜 남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개까지 적혀 있으니 더 믿음이 가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어요. 또 채소마다 어떻게 보관하면 좋고, 며칠까지 보관 가능한지도 살뜰하게 알려줘요. 1~2인 가구의 경우 채소를 바로 바로 소비하기 어려운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Q : 서비스 기획자를 칭찬해준다면요.
버려질 수 있는 농산물을 제대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는 게 아닐까요. 소비자가 부담 없이 구독할 수 있는 가격대로 만들었다는 데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다음으로 섬세한 마케팅도 칭찬하고 싶어요. 보통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제로웨이스트나 비거니즘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껏 비건 제품이라고 해서 구매했는데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이 과하면 난감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어글리어스는 포장까지 신경 썼다는 게 좋아요. SNS에는 ‘(이번에 받은 채소 중) 이것부터 먹어요!’란 게시물이 올라와요. 보관 기간이 짧아 가장 빨리 먹어야 할 채소를 알려주는 거죠. 이런 섬세함을 정말 칭찬합니다.
Q : 이용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채소 박스가 온 날은 아무리 바빠도 한 끼라도 제대로 요리해서 먹으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크게 바뀐 것 같네요. 박스를 열면 신선한 채소를 얼른 먹어보고 싶어져요. 요리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은 아니라 가장 자주 해먹는 메뉴는 채소 덮밥이에요. 채소들을 비슷한 크기로 썰어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을 뿌린 다음 에어프라이기에 5분간 돌려 밥 위에 얹어줘요. 간장이나 비건 데미글라스 소스를 뿌려 밥과 함께 먹는 거죠. 시간 여유가 있으면 알리오올리오나 토마토파스타를 만들기도 하고, 각종 채소와 두유를 넣은 수프를 끓여먹기도 해요.
■ 민지리뷰는...
「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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