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초과 노동·직장 괴롭힘' ..또 다시 드러난 IT업계 '민낯'

최은수 2021. 6. 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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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 주류로 떠오른 IT·게임업계가 각종 노동문화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성희 노동대학원 교수는 "IT·게임업계가 급성장을 하면서 소규모로 운영하던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포괄임금제도 과거 악습의 형태 중 하나인데 내부 인력의 불규칙한 근무에 대해 제대로된 보상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상명하복, 직장 내 괴롭힘이 자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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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 이어 크래프톤 '야근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크래프톤, '공짜 야근' 지적 포괄임금제 고수
IT·게임업계 '수평 조직·파격 복지' 내세웠지만 노동 잡음 지속
"산업 급성장에 인력 관리는 주먹구구식..인식 전환 나서야"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내 산업 주류로 떠오른 IT·게임업계가 각종 노동문화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부터 ‘주 52시간 초과 근무’, '야근 강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 직원 일부가 두 직장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내 인사팀에 고충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이 같은 내용을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신고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이들 상관은 회사 제도로 보장된 반일 휴가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인사고과 불이익 협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상관은 “업무가 늘어나 직원들을 더 쥐어짜야한다며 야근을 요구했고, 1평짜리 전화부스에서 업무와 식사를 모두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사측은 즉각 조사에 착수해 진위여부를 파악 중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해당 건이 접수되고 즉각 조사를 진행했다"며"조사 기간 해당 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격리 조치로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노무사를 고용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유명 게임사로 내달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예상 시가총액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합계에 버금가는 등 대형 게임사로 급성장했다. 연초에는 개발직 연봉 2000만원파격 인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직장 괴롭힘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지적됐던 크래프톤의 조직문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크래프톤은 대부분의 게임사가 폐지한 포괄임금제를 고수하고 있어 몇차례 지적을 받은 바 있다.포괄임금제는 노동자가 계약을 맺을 때 일정액의 시간 외 노동 수당(제수당)을 정해 매월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게임업종 특성 상 개발 기간에 업무가 몰리고 근무시간 산정이 어려워 도입됐지만 ‘공짜 야근’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현재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폐지했다.


실제 이번에 크래프톤 직원이 신고한 직장 내 괴롭힘 내용에도 ‘야근’ 강요가 포함됐다. 앞서 2019년에는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장시간 근로’, ‘휴일 근로’ 시정 지시를 받은 바 있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에 그친다.

IT·게임업계 도약 이면엔 '상명하복·초과 노동' 관행…"고용자 존중 인식 갖춰야"

크래프톤 로고.ⓒ크래프톤


이같은 노동 환경 문제는 비단 크래프톤만의 문제는 아니다. 게임업계는 신작 발표를 앞두고 야근·밤샘을 반복하는 ‘크런치' 모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 프로젝트 드롭 시 '권고사직'이나 전환배치가 장기간 미뤄지는 고용불안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코스피 시가총액 3~4위를 다투는 양대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도 인사·노무 갈등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평적 조직문화와 파격 복지 혜택으로 '꿈의 직장'으로 불렸지만 독점적 의사결정, 초과 노동 등이 가려졌던 민낯이 드러나 비판이 거셌다.


앞서 지난달 25일 네이버는 한 직원이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숨진 일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다각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카카오 역시 지난 2월 블라인드 앱에 ‘유서’란 제목으로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장 내 괴롭힘이 담긴 내용의 글을 올렸다. 동료들의 평가가 항목에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가’가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IT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초기의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한 지 오래라고 입을 모은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커 초과 근무를 강요당하는게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고, 이에 대한 보상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단 게 문제로 꼽힌다.


실제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지난해 11월 판교 지역 IT·게임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 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09명 중 약 46%가 "포괄임금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10명 중 3명꼴로 주52시간 초과 근무를 경험했다.


김성희 노동대학원 교수는 "IT·게임업계가 급성장을 하면서 소규모로 운영하던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포괄임금제도 과거 악습의 형태 중 하나인데 내부 인력의 불규칙한 근무에 대해 제대로된 보상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상명하복, 직장 내 괴롭힘이 자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자체적으로는 혁신기업에 걸맞는 노동권 존중 문화와 인력 체계를 갖춰 이런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에 노력해야 한다"며 "또 노동 관련 불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제재가 가해지는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데일리안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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