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면 어때요? 스마트폰보다 낫습니다

심동훈 2021. 6. 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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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에게 책과 친해질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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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훈 기자]

서점을 자주 가는 편이다. 집 밖으로 발자국 하나 내놓지 않고도 원하는 책을 집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서점에서 마주하는 이름 모를 책들과의 즉흥적인 만남과 각자 필요한 책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서점 자체의 분위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예매해 놓은 영화를 기다리며 시간도 때울 겸, 책 구경도 할 겸 들렀던 서점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마주했다. 그 모습이 퍽 인상깊었기에, 이 지면을 빌어 남겨본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두 아이가 만화책 코너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거 재밌겠다!" 아마도 흥미로운 제목과 표지 그림을 가진 만화책이 아이들의 눈길을 끈 듯했다. 아이들은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고, 흥미로운 상황은 그 직후 발생했다.

"OOOOO(만화책 제목)? 그거 재밌어! 엄마 학교 다닐 때 그거 많이 봤어."

아이의 엄마인 듯한 분께서 아이들의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 작품은 너네 나이 때 한번 읽어봐야 해"라며 전권 세트를 책 바구니에 담았다. "엄마 그거 만화책이야!"라는 아이들의 말에 "뭐 어때? 좋은 만화책은 읽어봐야지! 너넨 책 좀 읽어야해"라며 당당하게 결제를 하셨다.

아무렇지 않게 만화책을 결제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만화책은 '나쁜 것'이라 배워왔던 필자에겐 굉장히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만화책을 빠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다. 몰입의 순간을 경험한다.
ⓒ elements.envato
웹툰이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고,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드라마가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시대이지만, '만화'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부모님 세대를 먼저 말하자면 만화방이란 소위 '노는 애'들이 모이는 만악의 근원이었다.

현재 대학생인 필자의 부모님 또한 당신의 아들들에게 만화책이란 공부 안 하는 애들이 딴짓하려고 보는 것, 안 좋은 것,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것이라며 금지시켰다.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하고 만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가정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전히 만화를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거부하는 인식이 존재한다.

아이러니 한 점은 교육적이지 않기에 아이들로 하여금 만화와 가까워지지 못하게 하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허락한다는 점이다. 안전을 위해, 소통을 위해, 때로는 얌전히 있게 하기 위해(?) 어린 나이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하고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무수한 여과되지 않은 정보에 노출시킨다.

그 결과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 가운데서 '스마트 폰 중독'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고 있으며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일차원적이고 편향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습득해 잘못된 사고를 고착화시킨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조물딱거리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어떻게 정보를 찾아요?"
"유튜브요! 유튜브엔 다 나와요"
"책에선 안 찾아봐요?"
"뭐하러 시간 걸리고 지루한 책을 찾아봐요?"

모르는 게 있으면 백과사전이나 책, 적어도 지식인에 물어보는 것에 익숙했던 예전과는 아예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유튜브에 검색해본다라고 말에 감탄보다는 심각한 걱정이 앞섰다.

"유튜브는 어쨌든 편향적인 정보가 가득한데,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사회화 과정 가운데 있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어릴 적 형성된 사고는 평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는 양육과 교육의 과정에서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모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서 책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현실 가운데 만화책은 책과 친해지기 위한 정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책을 좋아하기 위해선 책과 독서하는 분위기에 친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만화책은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먼저, 재밌는 그림과 그닥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아이들의 주의를 끈다. 만화책을 빠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읽는 책의 질감, 무게 그리고 종이의 냄새 등을 오감으로 느끼고 책에 빠져 다른 것이 들어오지 않는 몰입의 순간을 경험한다. 이 모든 것은 만화책이 주는 재미와 합쳐져 즐거운 순간을 아이들에게 선사한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될 때, 아이들은 독서에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며 시간이 갈수록 책을 찾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만화책이라 할지라도 깊은 내용을 담고 있기에 대단히 학습적이고 교육적인 작품들이 많이 있다. 교육만화라는 이름으로 교과내용을 재밌게 풀어낸 책들도 가득하다.

만화에 대한 시각을 조금만 변화시켜 아이들로 하여금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것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책과 친하지 않는 아이들에겐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할지라도 쓸모없다. 반면 만화책은 뛰어나게 좋은 책이 아닐지라도 아이들로 하여금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만화책 전권 세트를 직접 카운터에 가져가 결제한 서점의 어머니는 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만화책이면 어때? 책만 읽으면 되지! 안 읽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 삶을 함께하는 자녀들이 책과 조금 더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계신 부모님들, 좋은 책 좋은 책 하며 양서를 들이밀 것이 아니라, 당장 서점에 가셔서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만화책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건 어떨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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