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한 박스를 샀는데, 울컥합니다

이숙자 2021. 6. 2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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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다만 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갈 수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앞에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 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간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 이기주의 안문학 산책 중

이기주의 <인문학 산책>이란 책을 읽었다. 그 책중에 나오는 글이다. 맞다 사람 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를 알아 가며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 가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인연 관계가 시절에 따라 이루어지고 또 변한다. 자연이 변하여 다른 모습을 보이듯 사람도 시절 따라 인연이 가고 온다. 

인연이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걸 잘 안다. 정말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인내도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다.

나는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 성격이 까다로워 그럴까, 혼자서 생각해 보는 날이 많다. 그러나 서로가 교감이 되지 않을 때는 깊게 사귀지를 못한다. 서로의 정신적인 교감이 중요하다.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되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외로움을 감내하면서 누구와 일부러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서로 사무적인 만남이 편하기도 하다. 
 
▲ 텃밭에서 캐온 감자. 오이 가지 무 텃밭에서 캔 감자를 한 박스 샀다. 밭에서 오이 가지 무도 함깨 따라왔다.
ⓒ 이숙자
  
오전에 텃밭을 하는 문우 모니카 선생님이 농부의 옷차림으로 감자 한 상자를 들고 우리 집에 왔다. 전날 텃밭에서 감자를 캔다고 카톡에 공지가 떴었다. 시 필사하는 선생님들이 모두 한 박스씩 산다고 카톡 소리가 바쁘다.

나도 햇감자가 먹고 싶었던 차에 한 박스 주문을 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직접 모니카 선생이 하는 학원에서 가져갔는데 나이든 나를 배려해서 아파트까지 가져다준 듯하다. 그 따뜻한 마음이 고맙다.

감자 박스 속에는 감자뿐만이 아니라 텃밭에서 딴 오이 두 개, 가지 하나, 무 작은 것 하나가 들었다. 그걸 보노라니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것들은 돈으로 환산되는 것들이 아니다. 주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감자를 받고 할 말이 잊는다. 고맙기도 하고 아무튼 마음이 따뜻해져 훈훈해지고 기쁘다. 아 이런 모습이 사람 사는 정이 구나 싶어 하루 종일 미음이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

모니카 선생님이 텃밭을 해서 나온 수익금은 모았다가 불우이웃들에게 연탄 지급을 한다고 한다. 모나카 선생님은 생계를 위해 학원을 한다. 바쁜 일상 속에 봉사를 몇 군데를 하는지 손가락으로도 다 셀 수 없이 많다. 

어느 날 보면 어르신들 도시락 나누어 주는 급식소에 있고 어느 날은 빵 만드는 빵집에 있고 어는 날은 서점에서 헌 책을 팔아 학생들 장학금을 만든다고 한다. 또 어는 날은 농촌에서 일손이 모자라면 그곳으로 달려간다. 농사 지은 보리까지 판매를 해준다.

자기만 알고 편히 살려고 하는 세상에 이처럼 온몸을 불사르며 희생 봉사하는 사람을 본 적이 드물다. 남편과 함께 하는 봉사가 많다. 몸아 아팠다 완쾌된 남편은 부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참 모범이 되는 가정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미소를 보내며 감사하다는 말을 늘 하고 산다.

이 선생님과의 인연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지금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다. 인생이란 강을 단번에 건널 수 없기에 차근차근 한 발씩 건너고 있다. 그런데 알면 알 수록 놀랍고 감동을 준다. 그 선생님의 희생과 봉사로 주변이 밝아진다. 

살면서 어떤 사람이 곁에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이 결정될 수도 있다. 그분은 많은 사람들 가슴에 사랑의 씨앗을 심고 있는 중이다. 우린 서로에게 빛으로 살기를 희망한다.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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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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