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취약층 무료인강'.."사교육 조장" 틀어막는 전교조

남궁민 2021. 6. 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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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일 오후 대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수험생이 태블릿 PC를 이용해 수능을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뉴스1

저소득층 학생에게 인기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울런'(Seoul Learn) 사업이 시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 위기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양질의 콘텐트나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에 서울런 예산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오 시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은 가장 절실한 정책적 과제”라며 "내년도 이후에 사업을 본격 진행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에 시금석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의회, 오세훈표 '무료인강' 예산 삭감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벌어진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 초·중·고교생 8만여 명에게 인기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의회에 제출한 추가경정 예산안에 서울런 관련 예산 58억원을 포함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 110석 중 101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는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심의에 참여한 행정자치위원회 시의원들은 서울런이 서울시교육청의 영역을 침범하고,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EBS가 이미 무료 강의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교사노조 "사교육 날개 달아주냐"…에듀테크 활용도 반발

지난해 10월 5일 오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방문한 충남 금산의 한 초등학교 책상에 태블릿 PC가 놓여져 있다. 뉴스1

진보 교육계도 서울런 사업을 반대한다. 지난달 12일 전교조 서울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서울런 개설은 사교육 업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며 "공공기관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로서 서울시가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과 철학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대형 업체의 인터넷 강의도 무척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의 다양한 정서 문제, 돌봄 문제 등의 해결과 함께 공교육 체계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한다"며 "열악한 공적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교사의 책임교육을 위한 공교육에 더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비 부담이 큰 저소득층에 양질의 강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중학교 자녀를 둔 김모(45) 씨는 "유명 학원의 1년 강의 수강권은 30만원이 넘는다"며 "EBS 강의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유명 강사 강의를 무료로 들을 기회를 왜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료 인강뿐 아니라 에듀테크(인공지능 등 기술을 접목한 교육 콘텐트)를 공교육에 활용하는 방안도 교원단체 반대에 부딪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월 민간 기업의 에듀테크 기술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은 이를 두고 '학교에 사교육 업체를 들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해경 전교조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는 지난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활용 교육 계획 폐기를 요구했다.


"학교 밖 자원 활용해야…학생 학력진단도 필요"

기초학력 미달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전문가들은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학교 안팎의 교육 자원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원격수업 장기화로 학력 격차가 심각해진 만큼 학교 밖에 있는 풍부한 교육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민간의 뛰어난 기술력이나 외부 전문가를 학교 교육에 활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력진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학력 미달 학생은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하지만 각 학생의 학업성취도 수준은 파악할 수 없다. 교육부가 서열화 조장 등을 이유로 전체 학생 통계만 발표하기 때문이다.

배상훈 교수는 "맞춤형 학습이 절실한데, 지금처럼 각 학생의 데이터도 없는 상태에서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며 "모든 학생에 대한 성취도 평가를 진행해서 수준을 파악하고, 각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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